약선의 사계 - 봄/여름/가을/겨울
경희대 임상영양연구소 외 지음 / 이담북스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음식의 즐거움은 먹는 것에 있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라면 너무 단순하지 않겠는가.   우리가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먹는 즐거움의 음식은 건강까지도 챙겨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약선 요리라는 말이 있다.   사전을 찾아보면 약선이란 약재를 넣어 조리한 음식이란 뜻이기도 하고, 병을 예방하여 치료를 돕기 위해 먹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요즘 음식점들을 가보면 고기를 삶을 때, 약재들을 넣는 모습을 보게도 되지 않던가.   약선이라고 하여 너무 거창하게 생각할 것은 없고, 다만 음식을 요리할 때 한방과 접목된 약선 요리를 차리는 정도로 이해하고 나가면 부담스럽지 않을 듯 하다.

 

  질병을 미리 예방하기 위해, 음식의 효능까지 생각한 그런 참살이 요리에 대한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책이 바로, [약선의 사계]이다.   요리를 할 때의 재료라는 것은 언제나 제 땅에서 나는 제 철의 것이 최고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을 터이다.   이 책을 읽으면 제철에 올릴 수 있는 약선 요리들을 소개해주고 있음으로 사시사철 약선 요리로 건강함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책은 요리 방법의 소개 전에 그 음식의 효능에 대한 설명을 적어 두었다.   즉, 봄에 먹을만한 황정죽은 비장과 위장을 다스리고 봄의 무기력증에 효과적인 음식으로 소갈병이나 병후 허약에 응용하면 좋다는 설명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어지는 황정죽의 요리 방법이 깔끔하게 나와 있다.   여기서 황정이란 둥글레를 말하는 것으로 부록편에 그 성질과 효능의 설명이 있으니 참고하면 될 것이다.      황정죽의 요리법은 그다지 까다롭지 않다.   죽 끓이는 방법이야 매한가지이니 거기에 황정 끓인 물로 죽을 쑨다는 간단한 설명으로 대신하면 될 것 같다.   

 

  땀을 흥건히 흘리게 되는 여름, 국수를 좋아하는데 마침 이 책에 영양 닭국수가 나와 있다.   원기를 북돋아주고 땀이 많은 증상을 완화시켜주며 조혈효과가 있다는 설명을 읽으며 요리법을 눈여겨 본다.     수삼, 맥문동, 황기, 당귀, 구기자가 들어간다.    그리고 인삼 가지선은 원기를 보하고 갈증을 멈추게 하는데 응용하라며 소개되어 있다.   연자육 용안육 샐러드는 비기능을 보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연자육은 30분 정도 불린 후에 10분간 삶고, 용안육은 사과크기로 썰어 드레싱을 얹어주면 된다.   용안육은 항균, 항산화, 면역기능 활성화, 강장작용을 하고, 장복을 하면 의지가 강해지며 건망증이 없어진다니 부록에 나와 있는 설명을 깊이 새겨 두게 된다.

 

  가을, 맛난 닭날개 조림을 만들어 보자.   조림장을 할 때, 혈압을 내리고 면역 증강에 좋은 구기자를 넣어 만들면 된다.    추석에 의례히 하게 되는 송편, 복령을 끓인 물로 반죽에 이용을 하자.   복령은 수종을 다스리고 항종양 작용이 있다고 한다.   겨울에는 아귀 샤브샤브를 만든다.    가슴 두근거리는 증상과 건망증 회복에 응용할 수 있는데, 육수를 만들 때 당귀와 천궁이 들어간다.

 

  음식을 먹으면서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약선 요리들, 집 안에서 해먹기 번거로운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기보다는 건강을 생각한다면 약전시장을 찾아가서 그 재료들을 구입하여 와서 만들어보는 것이 가족을 위한 바지런함과 사랑이며 정성이겠다.   단순히 약재들을 달여 먹으면 그 맛을 싫어할 수도 있으나 이렇게 요리들에 약재를 넣으니 요리 맛도 증가되고, 건강에도 힘을 얹어주니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격이지 않겠는가.   

 

  사시사철 제철의 음식 재료들로 약선요리를 만날 수 있게 해준 책이다.   각각의 계절에 맞는 약선 요리로 몸을 보하고, 건강을 지속히 이어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요리마다 들어간 약재들의 성질과 효능에 대한 설명은 부록으로 살펴주고 있으니 자소엽, 천궁, 하수오, 행인이라는 낯선 재료들도 금세 친해질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약선 요리로 한상차림을 해보아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스트 그렌스 형사 시리즈
안데슈 루슬룬드.버리에 헬스트럼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극한의 리얼리티, 그 오싹함이 주는 숨막힘, 감당할 수 있을까 기대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예보
차인표 지음 / 해냄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차인표, [사랑을 그대 품 안에]라는 티비 드라마를 보면서 혜성같이 등장한 이 배우를 기억하게 되었다.   날렵한 외모에 바른 생활 사나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 이 배우를 나는 배우로만 기억한다.   아니, 그랬는데 그가 책을 내었다고 한다.   자신의 삶을 담담히 서술한 수필도 아니고 소설이라니, 장편 소설가 차인표는 그의 다른 이름으로 오늘부로 나에게 다가섰고 오래도록 기억되는 새김을 남기고 만다.

 

  <오늘 예보>라는 이 책에는 절망의 줄 위를 걸어가는 세 남자가 등장한다.   DJ데블은 오늘 자살을 시도하는 나고단에게 꼭, 성공하기를 바란다고 말했고, 골수 이식을 받아야 하는 어린 딸을 가진 박대수에게는 딸을 먼저 보내야 할 것 같다는 말을 하며, 열심히 살아보려는 이보출에게는 그래봐야 말짱 도루묵이라는 예보를 한다.   그의 오늘 예보가 과연 맞을까, 여하튼 이 책 속에서 데블이 소개하고 있는 세 남자의 삶 속으로 가까이 걸어 들어가보고싶다.  무슨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것인지.....

 

  키가 작아 슬픈 한 남자, 작아도 작아도 너무 작은 한 남자, 나고단은 기껏 모았던 돈은 사업을 한다고 하다가 다 날려 버렸고, 아내는 수영 강사랑 눈이 맞아 떠났고, 자식은 불임인 관계로 가질 수 없었다.   결국 노숙자가 되어 거리를 헤매고 다니는 나고단의 삶은 정말이지 이름처럼 고단하기만 하다.   그래서 죽기로 결심했다.   까짓거, 희망없는 삶, 누구 한 사람 자신을 위해 슬퍼해줄 사람도 없고, 단 한마디의 따뜻한 위로의 말을 던져줄 사람도 없는데 죽은들 어떠하리라는 맘으로 그는 한강 다리를 찾아갔다.   뛰어내리려고 옷도 벗고 구두도 벗고 그런데 다가오는 공익 두 명, 그의 자살을 말린다.   눈물 겨운 감동의 순간이련가싶지만 아니다.   그들은 단지 자신들의 관할 아래에서 말썽이 생기는 것이 싫어서 나고단에게 다른 자살하기 좋은 장소를 소개해주기까지 하니 말이다.  

 

  이보출, 단역배우로 살아가면서 누나에게 맡긴 아들을 데려와 함께 살기 위해 돈을 모으고 있다.   한강 근처에서 드라마 촬영 중인데 카메라 앵글에 누군가가 잡히고 있다.   사극인데 말이다.   사극에 현대인의 모습이 잡히면 안 되는 것은 당연, 이보출은 그에게 가서 다른 곳으로 가라고 말한다.   자살할라고 온 나고단이었는데 이번에는 드라마 촬영 앵글에 잡힌다고 지금 자리에서 사라지라나.....  자살을 하려는 사람을 앞에 두고 겨우 드라마 촬영에 방해되니 사라지라는 말만 한다니 이보출도 너무 인정머리가 없지 않은가.   그래도 그는 배고프다는 나고단에게 밥 사먹으라고 5천원을 준다.

 

  박대수, 조폭으로 살다가 한 여인을 만났고 이쁜 딸아이도 낳았다.   그런데 그 아이가 골수를 이식받지 못하면 죽는단다.   한 달 아니 이젠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나, 자신의 전 재산을 날려버린 후배 이보출을 쫓고 있다.   이보출을 찾아서 돈을 받아내어 아이의 목숨도 살리고 새 삶을 꾸릴 김밥 장사도 하고...하지만 그의 딸은 돈으로도 생명을 살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골수 이식을 받아야 하는데, 딸 아이와 맞는 골수를 찾기란 하늘에 별따기.

 

  절망의 줄 위를 걷는 사람들, 더이상 잃을 것도 없을 것 같을만큼 바닥까지 내려온 사람들, 그 세 남자의 희망없음의 삶이 연출되고 있는 하루 하루 아니 오늘이었다.   어쩜 DJ데블의 예보가 맞을 것인지도 모른다.   마치 그럴 것만 같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데블의 예보가 빗나갔음을 확인하게 된다는 사실은 정말이지 안도감을 안겨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참을 크게 웃으면서 본 장면이 있다.   박대수를 따르는 김 부장이라는 사람인데, 그는 사오정의 할아버지는 될 뻔한 사람정도로 말귀를 못 알아 듣는다.   박대수가 차분하게 앉아서 설명을 해줘도 김 부장은 자신이 믿는대로만 엉뚱한 소리를 한다.   어찌나 웃기던지, 차인표라는 배우에게 이런 유머감각이 있었나 싶어 놀랍고 신기했다.

 

  배우 차인표, 아니 이젠 소설가 차인표라고 말하고 싶다.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도 끝까지 흔들림없이 잘 잡아갔고, 간간히 유머를 넣기도 했으며, 세 남자의 삶을 이야기하는 모습이 배우라는 직업을 전혀 생각할 수 없게 만들 정도였다.

  절망적인 삶을 살아가던 세 남자, 어제와 같은 오늘일 것 같은 그 절망이었지만 실은 그렇지 않았다.   오늘을 열심히 살다보니 내일은 달라져 버린 것이다.   데블의 예보와는 틀리게 말이다.   오늘 그 절망에 숨막혀 온다해도, 오늘에 대한 끈을 놓아버리는 일은 말아야 겠다.   그 오늘을 그래도 열심히 살아내면 내일은 오늘과 다른 모습의 하루가, 태양이 떠오를테니 말이다.   오늘 절망이라고 내일도 절망이란 법은 없다.   오늘 절망이어도 내일 희망이 올 수 있다.   곁에 절망 위를 걷는 사람이 있는가, 그렇다면 그의 손을 잡아주자.   그를 위해 위로의 말을 던지자.  그가 오늘을 열심히 살아낼 수 있도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우리들 안에는 하나의 나만이 존재할까, 아니면 여러 모습의 내가 내 안에 존재해 있는 것일까.  
  모든 것들에는 양면이 존재하듯이 나라는 존재 역시도 오로지 하나만의 모습으로 그려져 있지는 않을 것이다.

  여기 이 사람처럼 말이다.   그는 어느날 갑자기 어리둥절하게 자신이 아닌 낯설은 자신을 만났다고 생각하지만 실상 그 낯설은 모습조차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 이 책의 중심인 것 같다.

 

  k라는 이 남자, 견실한 중년의 회사원이다.   남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이나 그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이나 견실함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그가 토요일 아침 덜 깬 술에 지끈거리는 두통을 업고 일어났을 때는 그 자신이 알던 그의 일상이 아니다.   맞춰 놓치도 않았던 자명종 소리에 잠을 깨어야 했고, 늘상 쓰던 스킨이 아닌 다른 상표의 스킨이 놓여져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어제 정신과 의사 친구인 h와 술 먹은 후의 필름이 끊어져 버렸고, 그 와중에 휴대폰마저 잃어버린 것이다.   기억나지 않는 어젯밤의 시간을 쫓아가는 k, 하지만 낯설은 그의 모습들만이 잊혀진 기억의 시간 속에 비집고 들어와 있다.   전혀 자신일 수 없는 모습, 그래서 낯설게만 느껴지는 자신의 일상이....

 

  아내에게 장인이 일찍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그런데 처제의 결혼식에 장모님 옆에 턱하니 서 있는 장인을 만났다.   그리고 잃어버린 휴대폰을 찾게 되었을 때, 그 안에는 전혀 자신이 할 수 없는 행동의 동영상이 찍혀 있음을 알게 된다.   자신이 찍은 것인지 혹은 누구에게 전송받은 것인지 어리둥절하기만 한 그 동영상 속에는 자신의 아내 모습이 있다.   아니, 아내를 닮은 여자인 것일까....

 

  기억나지 않는 시간을 뒤쫓고 있는 k, 점차 낯익은 아내도 딸도 낯선 타인처럼 느껴진다.   지금 자신 앞에 있는 아내도 가짜고, 딸도 가짜고, 그가 알던 진짜의 일상들이 사라졌다고 생각하는 k.   일요일 아침이 되었다.   자신이 즐겨 쓰던 스킨이 아닌 그렇다고 어제의 스킨도 아닌 또 다른 상표의 스킨이 놓여 있다.   거울 속에 비치는 그의 모습은 그인데, 그을 둘러싼 일상들이 낯익음 속에서 낯설게만 느껴지는 날들, 그 연속의 끝은 어디일까, 그는 진짜를 가장한 가짜 속에 뒹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10년만에 누이를 찾아 나섰다.   흔들리는 일상 속에서 정체성을 잃어버린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가 그 자신이라는 그의 일상은 여전히 그의 낯익음들 속의 낯설지 않은 그대로의 일상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그이다.    그런데 누이는 자신이 보내지도 않은 편지를 받았다며 보여준다.   그리고 날씬하던 기억 속 옛적의 누이가 아닌 주체할 수 없는 살집을 가지게 된 누이가 눈 앞에 있는 것이다.   그런 누이에게 그만 금기시 되어야 할 상상조차 하게 되는 전혀 k일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휩쓸린다.    k는 성인방을 찾게 되고, 그곳에서 달의 요정 세일러문을 만난다.  

 

  술에 취해 필름이 끊긴 금요일 밤 이후 맞게 된 토요일부터는 늘상의 그의 일상이 아니었다.   분명 낯익은 일상이었지만 그 일상 속에서는 낯설음의 냄새가 풍겨났고, 그는 진짜와 가짜라는 혼돈 속에서 정체성마저 잃어버리게 되었다.   남들의 비정상적인 정신을 치료해주는 정신과 의사 친구h는 아내의 불륜에 분개하며 그 역시도 불륜을 일삼는다.   교수인 누나의 이혼한 전 남편이었던 매형은 남몰래 여장을 하면서 살아간다.   그리고 견실하기만 한 그는 생전 처음 성인방을 가게 되고, 누이에게 욕망을 느끼는 근친상간의 원죄를 짓게 된다.   친구의 모습이나 매형의 모습이 익히 알아오고 생각했던 모습이 전부의 그가 아니었듯이 k역시도 하나의 모습만이 그 안에 있었던 것이 아니다.   결국 그는 k1, k2의 존재를 인정하고 만나게 되지 않던가.   누이에게 삼년 전에 편지를 보냈던 그도 그 자신 기억하지 못했지만 그였고, 성인방을 간 그도 역시 그이지 않은가.   익숙한 상표의 스킨만 쓰던 k도 그였지만, 다른 상표의 스킨을 쓰던 것도 k 그였다.   k1, k,2라고 말했지만 결국 그 모든 k는 그인 것이다.   일탈하고 싶어 하는 모습도 그이고, 견실한 모습의 그도 그이다.   결국 월요일 지하철 플랫폼에서 세일러문에 의해 k1, k2와 함께 하나의 나로 합체되는 k를 만나게 되듯이 우리들은 내 안의 모든 내 모습을 인정해야 한다.   못난 모습도 나이고, 비뚤은 모습도 나이고, 견실한 모습도 나라는 것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쁜 딸 루이즈
쥐스틴 레비 지음, 이소영 옮김 / 이덴슬리벨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엄마을 잃음으로 또한 엄마가 된 여인이 있다.   스스로가 나쁜 딸이라고 말하는 루이즈, 그녀는 암으로 엄마를 삶의 저편으로 보내 주어야 했다.   장례식날 눈물을 흘리지도 않았다.   메마른 슬픔 속에서 그녀는 자신의 부풀어오르는 배를 바라봤고, 가진통 속에서도 아직은 아이가 태어나지 않기를 바랐다.   루이즈는 엄마가 될 준비를 하지 못했으니깐, 엄마가 된다는 사실이 두려웠으니깐...

 

  엄마의 도움의 요청 속에서도 그녀는 거짓말을 하면서 애인과 여행을 떠났다.   그것이 엄마와의 마지막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채, 그녀는 내버려 두었던 것이다.   그리고 병원에 의식을 잃은 채, 누워 있는 엄마를 바라보는 루이즈, 자신에게 아이가 생겼다는 말을 했어야 하는데, 그러면 혹시 엄마가 삶의 의지를 가졌을지도 모르는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엄마가 부르는 소리를 외면하고, 엄마에게 손녀가 생긴다는 이야기를 미처 못해주었다는 사실이 못내 죄의식이 되어버리고 있는 루이즈, 그녀는 나쁜 딸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루이즈에게서 엄마는 그닥 좋은 엄마였던 것은 아니다.   방치에 가까운 아이 키우기였으니 루이즈는 언제나 자신 역시도 나쁜 엄마가 될까봐 걱정이 앞서고는 한다.   엄마란 사람도 운전면허처럼 자격증이라는 것을 가지고 달 수 있는 타이틀이라면 이처럼이나 두렵지는 않을텐데 준비되지 못한 그녀는 엄마가 된다는 사실이 너무나 무섭기만 하다.   하지만 엄마를 떠나 보냄과 동시에 아이의 엄마가 되는 루이즈, 엄마라는 단어는 그녀에게 그렇게 삶 안으로 깊숙이 다가서고 있었다.

 

  엄마가 자신을 잘 돌보아주는 좋은 엄마가 아니었다고 해서 엄마를 사랑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엄마가 그립고, 엄마를 사랑하는 루이즈는 엄마를 떠나보낸 후, 오래된 엄마의 수첩을 우연히 발견하게 된다.   엄마가 끄적여 놓은 여러 메모들 속에 이동하는 곳마다의 자신의 전화번호가 늘 새겨져 있고, 그리고 엄마의 휴대전화 단축 번호 1번에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이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루이즈, 그녀에게서 엄마의 단축 번호는 5번일뿐이었는데......

 

  엄마는 자신에게 좋은 엄마이지 않았지만 그런 엄마일지라도 그녀를 사랑했던 존재였던 것만은 사실이었고, 그것을 알게 된 루이즈이기에 스스로를 나쁜 딸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이제 그녀 자신도 한 아이의 엄마가 되는 순간이다.   좋은 엄마가 되지 못할까봐 두렵기만 한 루이즈이지만 막상 아이를 대면하게 되었을 때는 겉잡을 수 없는 모정이라는 것이 샘 솟지 않겠는가.   물론 강력한 모유수유 반대를 했지만 그것은 그녀의 트라우마의의한 것이고...

 

  엄마를 떠나 보낸 후, 엄마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되는 루이즈, 그녀의 얽키설켜 있는 심리상태가 그려져 있는 책이다.   엄마와의 옛 일을 회상하고, 다시 현실의 이야기로 돌아오고, 그렇게 엄마가 되는 루이즈, 당혹스러워 하며 우왕좌왕하는 그녀의 심리를 엿보게 된다.   두껍지 않은 책이지만 엄마와 딸의 이야기, 그리고 한 여성이 아이를 잉태하면서 엄마라는 존재가 되어가는 이야기, 그렇게 여성의 이야기를 듣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