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통증전문 삼신병원 푸른숲 어린이 문학 49
이재문 지음, 모루토리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재문 작가의 신작 『환상통증전문 삼신병원』은 아픈 마음을 보듬어주는 병원, 그것도 ‘환상 통증’을 전문으로 치료한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독자를 이끈다. 처음에는 기발한 판타지처럼 보이지만, 책장을 넘기다 보면 이 공간이 단순한 상상 속 병원이 아니라, 작가가 그동안 꾸준히 탐구해 온 상처·보호·회복의 세계를 다시 확장한 또 하나의 장(場)임을 깨닫게 된다.

이재문 작가는 이전 작품들인 『몬스터 차일드』와 『마이 가디언』을 통해 세상과 부딪히며 마음의 흉터를 안게 된 아이들, 누군가에게 보호받기를 간절히 원하는 존재들, 그리고 그들을 감싸는 ‘보호자(가디언)’의 의미를 섬세하게 그려왔다. 그의 세계관에는 늘 상처 입은 이들의 손을 붙잡아주는 인물이 등장하며,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돌봄’의 힘을 이야기하는 특징이 있다. 이번 신작 역시 그 흐름을 잇되, 그중에서도 더욱 특별한 지점을 향해 나아간다.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우주선을 쏘아 올리고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로봇이 존재하는 시대에도 부모와 자식의 관계만큼은 여전히 유전자로만 설명될 수 없는 복잡한 연결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짚어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설화 속 ‘삼신할미’가 자손의 점지를 맡았다는 이야기도 결국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생명의 시작과 끝이 우주적 사건과도 맞물려 있다는 상상은, 작가의 세계가 단순한 청소년 소설 이상의 차원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학생들의 과도한 학습량과 부모의 지나친 개입이라는 소재는 청소년 문학에서 흔히 다뤄지지만, 이재문 작가는 이를 단순한 충고나 교훈의 차원에서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초등학생에게도 과도할 정도의 학습 부담이 아이의 잠재 능력을 스스로 펼칠 기회를 가로막을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며, 완벽한 모범생으로 살아가기 위해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뒤로 미루는 주인공에게 ‘개굴개굴 울어 병’이라는 독특한 병명을 부여한다. 그리고 이 병에 대한 솔직한 인정과 처방이 주는 카타르시스는 뜻밖의 시원함을 선사한다.

책을 읽는 동안 독자 또한 스스로의 어린 시절과 현재의 모습을 비춰보게 된다. 부모의 손길 아래 살던 시절의 기억, 그리고 이제는 아이들을 돌보는 부모로서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교차하며 감정을 흔든다. 명확한 정답이 있을 수 없는 문제임을 알면서도 어딘가 아쉬움이 남듯 마음이 서늘해지고, 결국 나는 왜 울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을 만큼 깊이 감정 이입하게 되는 순간이 온다. 총 네 편의 이야기 중에서도 특히 한 편은 오래도록 여운이 남아 최고의 이야기로 손꼽고 싶다.

자존감과 정체성은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을 믿어주는 부모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세상이 모두 등을 돌린다고 해도 아이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부모라는 존재가 가진 결정적 역할이며, 이 책은 그 사실을 잔잔하지만 강력하게 상기시킨다.

많은 이들은 병명을 모르는 고통이 가장 힘들다고 말한다. 『환상통증전문 삼신병원』은 그 점을 정확히 건드린다. 이름 붙이기 어려운 상처, 설명되지 않는 슬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고독한 통증—이 모든 것을 삼신병원에서는 진단하고, 처방하고, 받아들인다. 그 존재만으로도 이미 절반의 치유가 시작되는 셈이다.

책의 소개 문구인
“혹시 또 아프면 언제든 찾아와. 혼자 아프지 않도록 늘 곁에 있을 테니까.”
이 한 문장은 이재문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이다.
상처의 공동체성, 누군가는 내 편이 되어 준다는 믿음, 그리고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 삼신병원은 그 모든 의미를 응축한 상징적 공간이다.

마음의 통증을 말로 설명하기 어려웠던 독자, 따스한 위로와 잔잔한 판타지를 좋아하는 독자, 그리고 이재문 작가의 이전 작품에서 울림을 받았던 이들에게 이 책은 깊은 위안과 치유의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또한 그의 작품 세계가 이번에는 어떤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는지 지켜보는 즐거움 역시 함께 누릴 수 있다.

#협찬도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