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배우다 - 소소한 일상에서, 사람의 온기에서, 시인의 농담에서, 개정판
전영애 지음 / 청림출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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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배우다』는 화려한 인생담이나 성공의 비결을 말하는 책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죠
저자는 일상의 아주 작은 조각들을 그대로 꺼내 보이며, 그 안에서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며 자라나는지를 담담한 문장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배움’이라는 단어는 흔히 지식과 학문을 떠올리게 하지만, 이 책의 배움은 삶의 태도에 가깝습니다
놓치고 지나가는 순간들, 너무 익숙해 소중함을 잊고 있던 관계들, 그리고 나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까지… 저자는 그것들을 다시 꺼내어 조용하게 비춰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합니다


저자는 서울대학교졸업과 유학 그리고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오래도록 재직하며 학문적 삶을 살아온 인물이지만, 이 책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딸로서의 삶, 어머니로서의 삶,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의 흔들림과 성찰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어요

그녀의 글이 독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는 이유는 바로 그 진솔함 때문입니다
나이는 앞서지만, 경험은 다르지만, ‘사람으로 살아가는 일’은 누구에게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문장 곳곳에서 느껴집니다

책을 읽다 보면 부모님의 삶과 겹쳐 읽히게 됩니다
그래서일까요?


읽는 내내 가슴이 찌릿하게 울리는 감정이 있었습니다
부모님 세대가 지나온 시간들, 그들이 지켜온 사랑과 헌신, 그리고 자녀를 향한 조용한 마음들이 저자의 글과 함께 떠오르며, 자연스럽게 나의 부모님을 떠올리게 합니다
평소 연락이 뜸한 사람이라도 문득 전화를 걸어보고 싶게 만드는, 그런 힘을 가진 문장들이 이어집니다

책의 또 하나의 매력은, 글의 구조나 흐름만으로 읽는 책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문장 하나하나가 너무 촘촘하여 쉽게 넘기기 아까울 만큼 여운이 남습니다 그래서 독자들 중에는 ‘필사’로 책을 대하는 경우도 많은듯합니다


저 또한 그랬습니다
책을 읽다가 멈춰 필사했고, 필사가 어느새 사색이 되었고, 그렇게 쌓인 사색이 다시 책으로 돌아가는 징검다리가 되었습니다


마음이 머무르는 페이지를 그대로 손으로 따라 쓰는 일은 어느새 나만의 속도를 찾는 행위가 되었습니다
완독을 하고 나서는, 처음부터 다시 필사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습니다

정해진 방식도 정답도 없습니다
그저 마음이 가는 대로 읽고, 필요한 만큼 머물면 되는 책이 「인생을 배우다」입니다

작가는 삶의 전환점마다 마주하는 감정들을 서른 가지 가까운 짧은 글로 나누어 담고 있습니다

부모님을 잃고 난 이후의 마음, 자녀를 기르는 과정에서 깨달았던 것들, 제자로 만났던 사람들에게서 배운 것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며 자신이 스스로에게 건네게 된 말들.

모든 글은 일상 속 한 장면에서 출발하지만, 끝맺음은 늘 깊은 성찰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읽는 사람은 어느 순간 저자의 이야기를 읽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떠올리게 됩니다 모든 글이 ‘나에게 돌아오는 길’을 안내하는 셈이지요

자신의 속도로 살아가고 싶은 사람,
소중한 관계를 되돌아보고 싶은 사람,
마음을 조용히 정리하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은 아주 천천히, 그러나 깊은 울림으로 다가올 것이라 확신합니다

읽고 나면 삶이 조금 더 따뜻해집니다
그리고 그 따뜻함은 오래오래 남아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온기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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