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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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건 미지수(x)를 구하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막둥이랑 수학 공부가 한창이다. 아직은 저학년이라 사칙연산 정도만 하면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는 수준이지만 문제집들은 상위와 최상위를 나누고 있다

굳이 이런 문제를 지금 풀려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저버리지 못하는 건 ‘학교 수업에 무리가 없는 수준‘이라는 건 잘해야 보통이라는 걸 경험을 통해 깨닫게 된 이유다

난이도가 높은 문제 중에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어떤 수‘이다
방정식을 이용한다면 어렵지 않게 풀 수는 있겠지만 초2에게 방정식을 적용하는 게 맞는지 고민이 되는 문제들도 많았다

엄마는 답을 구할 수는 있지만 아이의 눈높이에 맞는 설명을 해줄 수 없을 때의 당황스러움이란.

그런데 [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를 읽으면서 방정식이 생각난 것이다 여태까지 난 책을 읽은 게 아니었을까? 에쿠니 가오리 소설을 제법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왜 이렇게 힘겨운 걸까?

읽는 중간에 몇 번이고 표지를 살펴보고 다시 읽고를 반복했다
‘내가 놓치고 있는 게 뭘까?‘하는 조바심 때문에...

옮긴이의 말을 읽었다 책을 완독하지 못하고...

나의 고민을 미리 예견이나 한 것처럼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이해와 방법을 제시했다

인물관계도, 애초에 세 명의 이름을 적으며 시작은 했는데 갈수록 복잡해지는 인간관계에 지쳐 포기한 기록이었다

다시 읽기 시작했다
여전히 성으로, 때로는 이름으로 불리는 사람들은 헷갈렸고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가는 인간관계에 지치는 부분이 있었다

마치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를 하지 않은 친구들이나 선생님의 모습은 그림으로도 표현할 수 없고 아이들의 바뀌어가는 나이와 학년은 어색하기만 했던 것처럼

책 중반부를 읽을 때까지만 해도 세 노인이 엽총 자살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를 알아내고자 애썼으나 어느 순간부턴가 살아남아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동안의 책들과 다른 점이 있었다
죽음 뒤에도 여전히 결혼식은 있고 임신 소식도 들려오며 평범하다 못해 아무런 자극조차 될 수 없는듯한 우리의 일상과 나란히 걷는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다

나의 십 대 때 지금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던 것처럼, 팔십 대의 삶 또한 그렇다 그래서 <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는 시간을 두고 여러 번 읽게 될 책임이 분명하다

죽기에 충분한 나이라는 게 있을까?
두 노인이 바라보는 82살의 치사코는 여전히 아름답고 우아하다 그리고 치사코가 바라보는 80넘은 두 남자는 지금 봐도 말쑥하다.

서평단으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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