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옥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110
이명환 지음 / 한솔수북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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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서나 활자를 통해 나의 이름을 접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나를 지칭하는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선명하게 인쇄된 이름에 눈길이 한 번 더 가는 건 어쩔수없네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죽어서도 남는게 이름이니까요

오늘 함께 하는 그림책은 이름이 제목인, 아들이 엄마를 위해 쓴, 세월에 묻혀져 있던 이름을 다시 부르는 그런 책입니다
바로 ‘경옥‘의 이야기입니다

남도에 봄이 오면 머지않아 전국이 벚꽃 세상이 될텐데요
벚꽃을 바라보는 시선도 각양각색입니다

어떤 이들은 벚꽃이 일제 침략기의 잔재라고 폄하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디 그게 벚꽃의 잘못이겠습니까?
온 세상을 환하게 밝히듯, 멀리서도 눈에 띠는 벚꽃의 자태야말로 봄의 절경이지요

화개 십리벚꽃길을 떠올리며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저도 있고, 또 선녀님들이 색시꽃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습니다
바로 경옥처럼 말이지요

‘서울의 보석‘ 이라는 뜻의 이름을 마음에 들어했던 경옥은 19살에 상경의 꿈을 이루게 됩니다

그때 그 시절의 언니 ᆞ누나가 꿈과 희망을 쫓아 모여들던 시기였지요
콩나물 시루같은 빽빽한 버스도, 밤새 돌아가는 미싱소리도 참아가며 버틸 수 있었던 건 바로 청춘이기 때문입니다

선남선녀가 만나서 결혼을 하고 가족을 이룬다는 건 일생에 있어 손꼽을만한 행복의 순간입니다

그러나 늘 웃을수만 없는게 우리의 삶인듯합니다 역경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텨오던 경옥은 갑자기 찾아온 병 앞에 속절없이 사그러져만 갑니다
어른들이 ‘건강이 최고다‘라는 말을 습관처럼 하는건 다 경험에서 나온 말씀이지요

˝하늘에서 색시꽃에 물을 주고 있을게˝

경옥의 이 한마디는 둘째 아들에게도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아주 오랫동안 기억에 남으리라 생각됩니다

‘경옥‘ 이 책은 경옥의 둘째 아들이
어머니인 경옥을 그리워하며 또 다른 ‘경옥‘으로 살아가고 있는 자신의 아내를 바라보며 이 세상에 살았던 경옥과 그녀의 딸들을 위해 쓴 그림책입니다

우리 엄마의 처녀시절을, 결혼식을, 아이들을 키우며 치열하게 살아온 모습을 한 권의 앨범으로 만나는듯한 감동이 있습니다

그리고 먼 훗날, 나의 아들들도 어쩌면 엄마의 삶을 회상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실망하지않도록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합니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를 오늘 ‘경옥‘이란 이름으로 한 번 불러봅니다 그리고 점점 잊혀져가는 나의 이름도 한껏 불러봅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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