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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혹은 분명한 목적을 가진 이동일지라도 버스 안에 앉아서 출발을 기다릴 때면 긴장이 되기 마련이지요 우리는 그 느낌을 ‘설렘‘이라고 표현합니다

[집 떠난 뒤 맑음]의 책 표지를 한참 바라보다 읽기 시작했을 때의 기분도 비슷합니다


작가에 대하여
에쿠니 가오리
1964년 도쿄 출생
청아한 문체와 세련된 화법으로 사랑받는 작가
냉정과 열정 사이, 도쿄타워 등의 대표작과 최근작으로는 한동안 머물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가 있어요

☞ 그러고 보니 한동안 머물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의 후속작으로 집 떠난 뒤 맑음이라는 제목이 썩 잘 어울린다 싶어요

옮긴이에 주목!
옮긴이 : 신유희
동덕여대 졸업. 현재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
도쿄타워, 별사탕 내리는 밤 등 다수의 작품이 있네요

☞ 아쉬운 게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을 이미 많이 번역하셨는데 제가 그 작품들만 쏙쏙 빼놓고 읽은 거 있죠 ㅠ 반성합니다 조만간 모조리 섭렵하는 걸로 다~~
그동안 김난주가 번역한 작품 위주로 읽어서 느낌을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차후에라도 옮긴이의 감성에 젖고 싶습니다


이야기속으로☞
어느 날 미국을 ‘보기 위한‘ 여행을 떠난 17살 이츠카와 14살의 레이나
는 미리 계획한 여행 루트와 규칙들을 지키며 ‘보는‘ 여행을 지속해 나가고 있어요

여행이라는 뒷면에 으레 있기 마련인 우연과 돌발 상황을 마주하면서, 버스로 열차로 그리고 이정표의 반대 방향에 있을 땐 히치하이크도 경험하게 됩니다


등장인물의 연령대가 우리 집 아이들과 비슷해서였을까요?

「여행을 떠납니다
가출은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시고요
전화도 하고 편지도 쓸게요
여행이 끝나면 돌아올 거예요」

이런 편지 한 통을 남기고 떠난다면 얼마나 황당하고 막막할까 하는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딱 거기까지!
책에 젖어들면 레이나와 아츠카는 저와 제 동생으로 바뀌게 됩니다

어린 시절에도 집순이에다 또 어설픈 길치라 혼자서 혹은 어른 없이 길을 나선다는 것은 생각도 해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돌발행동을 했던 적이 있어요 잊고 있던 기억인데 집 떠난 뒤 맑음을 읽으며 생각이 났네요


기차를 타고 내려서도 다시 버스를 타고 20분은 더 가야 하는 게 우리 집이었는데 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서 가는, 도보여행을 시도한 거죠 쫄보라 비록 집에 가는 국도를 걷는 것이었지만 여름의 아스팔트는 좀처럼 줄지 않는 숙제처럼 길게 ㅡ 늘어지더라고요
중간에 차를 세우고 태워주겠다는 운전자들도 많았지만 우라 꿋꿋하게 걷는 걸 택했다지요
낯선 동네들의 이름을 보고 깔깔거리고 준비해온 음식들은 무거우니 일찌감치 뱃속에 저장하고 일단은 ‘시도했다‘라는 뿌듯함에 저려오는 발가락의 고통도 이겨낼 수 있었던 듯 무엇보다 옆에는 내가 지켜줘야 할 동생이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아츠카와 레이나의 마음을 조금은 알것도 같아요



책 속에는 아츠카와 레이나의 부모님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내용과 두 집안의 분위기를 비교한 것들이 많아요

정확히 말하자면 레이나와 아츠카는 사촌 중에서도 외사촌이지요
레이나의 엄마와 아츠카의 아빠가 남매지간이니깐요 전 이 부분이 자꾸 신경에 쓰였어요

물론 신경이 쓰였던 이유를 하권을 읽으며 알게 됐지요


처갓집 식구와 연관이 있다는 것, 자신의 일상에 변수가 생긴다는 것을 힘들어하는 모습이지요 우리나라의 모습과 다를 바 없는 상황들에 흠칫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세상의 모든 것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일지라도 자식만은 마음대로 안된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여행이 ᆞ우리의 인생이 그런 것처럼 말이죠

집 떠난 뒤 맑음을 읽으며 여행에 대한 정의를 내려봅니다

「여행이란

사람을 만나고
사물을 마주하고
사연을 써 내려가는 것

그리고
이별을 준비하고
헤어짐을 감당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잠시나마 즐거우셨나요? 저는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의 불안 요소였던 ‘ 우리 아이들이라면?‘에 대한 답도 얻었습니다
그건 제가 걱정할 문제가 아니더라고요 아이들 스스로가 감당해야 할 몫이고 적어도 우리 삼남매라면 충분히 잘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레이나와 아츠카처럼요
📕 꼼꼼평가단10기로 도서 지원 받아 작성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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