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시인의 자갈길
김용택 지음, 주리 그림 / 바우솔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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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날이라는 것을 잠시 잊게 해준 김용택 시인의 학창 시절 고난기
나에겐 없는 기억이지만 마치 내가 겪은 것처럼 마음이 아려옵니다

작가에 대하여
섬진강 시인으로 잘 알려진 김용택 님은 고향 인근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시를 썼지요
그의 글 속에는 언제나 아이들과 자연이 등장하고 주인공으로 자리잡고 있어요
초등학교 저학년 필독서인 <<콩, 너는 죽었다>> 외에도 다수의 작품이 있답니다

표지 어때요
주리 그림
특유의 감성과 분위기로 마음속에 오래 기억될 수 있는 좋은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잘 펴 바른 한지 위에 그린 듯한 느낌이죠 조각구름이 나무 위에 걸려있고요 바람에 살짝 기운 듯한 나무의 모습이지만 시원하게 느껴지지 않는 건 큰 나무와 대조적인 어머니의 작은 모습과 아득하게만 느껴지는 자갈길 때문인듯합니다

지금은 학생들의 성적도 공개적으로 알리는 것이 학생 인권을 저해하는 것이라지만 그때만 해도 학교 교육비의 대부분을 학부모가 감당해야 했던 시기, 밀린 회비를 받기 위해선 흔하게 벌어지는 풍경이었겠지요
가난한 나라에서 배움의 길은 참 험난했습니다

사십 리 자갈길을 걸어 집에 가야 하는 것도 고역이지만, 집이 가까워질수록 불안감이 커지는 이유는 집에 가봐야 돈이 없을 테니까!

공휴일도 아닌데 집에 오는 나를 보며 의아한 얼굴인 동네 사람들의 얼굴을 뒤로하고 마주 선 부모님

숨이 턱턱 차오르는 더위에도 묵묵히 고개 숙이고 보리만 베고 있는 아버지
그리고 어떤 상황이든 온몸으로 끌어안고 감당해야 했던 어머니, 나의 어머니.

덜 자란 닭 열여섯 마리를 몽땅 망태에 넣어 다시 장까지 시오 리 길을 걸어 손에 쥔 돈은 육성회비와 순창까지 갈수 있는 차비, 딱 그만큼!

어머니는 점심도 굶은 채 다시 자갈길을 되짚어가야 하고 난 ...
터덜거리는 비포장 신작로 길을
달리는 버스 안에서 생채기 난 마음을 부여잡고 자갈만한 눈물을 흘려야 했다

밥은 먹었냐? 가 안부가 되고 모든 기준의 시작점이 되던 시절
그럼에도 가르치려고 노력했고 그런 부모님과 손위 누이들의 애달픔을 딛고 배워야 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치맛바람이 아니라 그 배움이 없으면 거지꼴을 못 면할 것 같아 아들로 태어난 책임감에 다른 이들 앞에서 눈물 보이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시절을 겪어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는 것이겠지요

이젠 축 처져버린 젖가슴을 신기한 듯 쳐다보는 손녀의 질문에
˝민혜 아부지가 다 뜯어 묵었지˝라고 대답하던 어머니의 세월은 어떠했을지 가히 짐작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오래전에 읽어서 김용택 시인의 딸 이름이 민혜인지는 정확지 않음)

그 시절은 참으로 찜통 같았으나 지금은 어디선가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한줄기가 되어 시인의 마음을 그리고 우리들의 마음을 달래줍니다

산문시라고 해도 좋을 짤막한 문장들이지만 그 속에 담긴 깊이는 누구라도 느낄 수 밖는 진한 우리의 정서가 담겨있네요

책자람 서평단으로 참여하여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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