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더 오래 사는 쪽이 불리했다. 언제나.
˝뱀파이어야.˝
한 문장이 내지르는 힘이 강해서 시리게 차가워지는 주위의 온도를 느끼게 했다
천선란의 뱀파이어 소설은 어느 날부턴가 열대야로 뒤척이던 나를 일으켜 세우고 불을 켜는 것으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어둠 속이지만 사물을 환하게 식별할 수 있는듯한 느낌의 묘~함이 있는 색채의 표지에 한 번, 편집자의 간결하고 멋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책 소개에 한 번 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장편소설
책을 읽기 전의 호기심은 뱀파이어에 대한 편견이 깃들어져 있었다 달빛보다 하얀 피부에 가녀린 손, 그 모습에 빠져드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매혹적인 모습으로 유혹하다가 운명적으로 만나게 되는 사랑 ‘치명적인‘ 선택과 갈등을 유발하는 그것에 사람보다 더 사람다운 감정을 소유한 뱀파이어의 사랑을...
그러나 천선란의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인 뱀파이어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이성적이다
외로움에 지쳐 삶이 메말라버린 사람들 또는 죽음에 임박한 사람들의 피 냄새를 맡고 찾아 나서거나....
작가에 대하여
천선란: 동식물이 주류가 되고 인간이 비주류가 되는 세상을 꿈꾼다
장편소설 [천 개의 파랑], [무너진 다리], [어떤 물질의 사랑]이 있다 모호한 소설을 쓰고 있다
☞작가 프로필마저 모호한, 그래서 더 신비로운 느낌이 드는 작가
이야기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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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과 사가 시작되는 곳을 꼽으라고 하면 당연 ‘병원‘이다
산부인과 분만실에서 시작해 병원 장례식장에서 마무리 지어지는 것이 요즘 보통 사람들의 인생이다
재활병원은 어떤 의미인가? 재활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앞에 달고 있지만 사실은 재활 불가능한 죽음의 경계에 놓인 사람들이 모여있는 장소 그곳이 바로 ‘철마 재활병원이다‘ 그리고 그곳은 늘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들이 들락거린다 외로움의 향기를 맡은 그들이...
병원 환자들의 연쇄 자살을 수사하기 위해 철마 재활병원을 찾은 수연은 그곳에서 완다와 난주를 만나게 된다 외로움을 몇 겹의 옷처럼 껴안고 사는 사람들을...
얼마나 쉽게 ‘외롭다‘라는 말을 남발했던가! 나의 외로움은 어디에서 오는 것이었을까?
나로 인해 더 극한 외로움을 느낀 사람들은 없었을까??
고독사가 해마다 늘어나고, 열 자식이 한 부모를 모시지 못한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아니다 그리고 외로움이 선택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따라붙게 되는 우리 주위의 사람들 생각하게 한다
생과 사를 갈라놓은 작은 틈바구니 속에 남아있는 아이러니들을 찾아 떠나는 밤이 서늘하다
˝그러니 조심하세요.
그들에게서 인간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외로운 자들을
홀로 두지 않는 거예요˝
누구나 외로운 부분이 있고,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외로움에 잠식되어 삶의 끈을 놓치는 안타까운 경우를 많이 접하게 되지요
그런 이야기들을 뱀파이어와 연결 지어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또 생각해야 할 화두를 전달하는 소설이에요
작가 천선란의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나,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도 올여름의 신선한 충격을 선사하리라 생각합니다
★리뷰어스클럽 서평단으로 참여하여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