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슬로하이츠의 신 1~2 - 전2권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정민 옮김 / 몽실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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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보다 펜의 힘이 강하다고 하는 건 어쩌면 수만 명의 마음을 뒤흔들 수 있는 힘 때문이리라
유명 연예인의 자살을 모방해 죽은 사람들의 이야기도, 심취한 음악에 빠져 자살을 한 사람도 있는 걸 보면 참 강하고도 나약하기 그지없는 것이 인간인듯하다


그럼에도 나에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여유와 또 세상의 많은 창작자와 업계 종사자들이 고뇌 속에서도 여전히 굳건하게 써나가는 지금이 고맙고 행복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슬로하이츠의 신」을 읽은 오늘은 더욱 그러하다
일본 소설을 그냥 일부 계층에서 심
심풀이로 읽는 책이라고 폄하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감정은 그 유명한 철학서나 에세이보다 나에게 와닿는 게 컸고 힐링의 순간이었음을 고백한다

이야기의 시작은 유명 작가의 소설을 모방한 집단자살 게임으로 참가자 열다섯 명 모두가 사망한 사건에서 비롯된다 지극히 자극적인 소재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이야기의 중심은 셰어하우스의 장소인 슬로하이츠의 구성원들이다
사람들이 모여있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이야깃거리가 생길 테지만 집주인인 다마키의 심사를 통해 선발된 만큼 뭔가 특별한 이야깃거리가 있어 보인다

어설프게 책을 읽기 시작하면 느낌이 반감될까 봐 책을 사놓고도
미뤄둔 일들을 정리하고 읽기 시작했다
1권을 절반쯤 읽다가 잠시 쉬려고 책을 엎는 순간 띠지에 박힌 글이 눈에 들어왔다
1권→2권→1권 순으로 읽어야 하는 책!


사실 1권의 중반부까지는 인물 중심의 전개가 많아 몰입이 힘들기도 했는데 마치 산을 오르다가 '고지가 멀지 않았습니다'라는 이야기를 들은 것처럼 갑자기 속도가 붙기 시작하더니 내리 2권까지 단숨에 읽어버렸다( 설거지쯤은 미뤄둘 수 있는 배짱과 한 끼쯤은 생략할 줄 아는 센스가 내장되어 있는 나)

2권까지 다 읽고 다시 1권을 접어들었을 땐 술술 풀리는 시험지처럼 어쩜 이렇게 썼을까 하는 생각에 사뭇 놀람 반 신기함 반이었다

자신이 쓴 소설이 누군가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했을 때, 사실 유무를 가리고 반박할 수 있는 작가가 있을까??
또 그런 시련과 좌절 속에서 벗어나 다시 글을 쓸 수 있게 하는 힘은 어디에 있을까??
이 두 갈래의 길 중심에 슬로 하이츠가 있고 크고 작은 상처와 아픔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 서로 위로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하며 친구가 되고 한 지붕의 가족이 되어가는 이야기이다

순정만화를 보는듯한 설렘이 있었고, 자매의 우애는 내 동기 간을 떠올리는 시간을 선물해 주었고 무엇보다도 책 속의 '고 짱 '지요다 고키를 사랑하는 그 이상으로 「슬로하이츠의 신」의 작가 츠지무라 미즈키를 사랑하는 우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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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20-10-04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 공감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