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이 지난 지금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전율이 생생하다당시만 해도 핵에 대해 드러내놓고 이야기한다는 것은 조심스럽고 비밀스러운 것이 었는데 그런 분위기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숨은 진실이 있지않을까 하는 의구심과 함께 이것저것 잴 것 없이 막무가내인 북한의 핵보유국 선언이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한, 우리는 무엇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얻기위해 지금 이 모습일까심각하게 생각했던 나의 20대였다이제 40을 훌쩍 넘긴 나이에 다시 접하게 된 [미중전쟁]은 여전히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우리의 현실과 마주하게됐다 하루 하루를 살아가기 바쁜, 평범한 소시민으로써 또 세상 돌아가는 일에 조금은 무뎌진 일상에서 언론을 통해 듣는 미중무역전쟁은 막연하기만 했는데 김진명의 미중전쟁을 통해 시야를 넓히는 계기가 된 것도 사실이다내가 처음 만난 미중전쟁은 오디오북이었다 어느 날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다가 우연히 선택한 것이 미중전쟁인데 그 날밤을 꼴딱 세웠다 그리고는 늘 습관적으로 잠들기전 듣게 되어 지금은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거의 외울 지경이 되었다 이번에 합본판이 나왔다는 소식에 책을 소장할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다행한 일이다책을 읽지 않았다면 인물들의 대화에 깔린 지문들과 상황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으며 작가의 말을 읽을 수 없었을 것이다˝힘이 없을수록, 어려운 상황일수록 더욱더 원칙에 기대야한다용기와 결단 없이 해결할 수 있는 난제는 없다˝이데올로기의 갈등에서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위한 국가론으로 변화하면서 최대 강대국의 위치에 있는 미국과 중국은 늘 팽팽한 신경전이 오가고 양국의 치열한 계산속에서 갈팡질팡하는 우리나라의 상황을 그대로 데칼코마니처럼 옮겨놓았다실존 인물들의 실명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 사실적 상황이라 생각하게 하는 면도 있지만 독자들의 상상력을 제한하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돼 가상 인물 설정이었으면 또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아주 살짝)세계은행 조사요원인 인철을 통해 공적자금의 자금세탁에 대한 비리를 조사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돈의 흐름을 쫒는 과정에서 거대한 자금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세상은 1%의 사람들에 의해 움직인다는 말은 소수 이익집단의 결정에 따라 판가름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심지어는 미국의 대통령을 뽑는 그것마저도미중전쟁에서는 주요 인물중 두 명의 여자가 등장한다 신비로운 매럭의 소유자인 아이린과 다국적으로 능통한 최이지 박사인데 인철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사건의 전개와 결과에 영향을 준다대부분의 소설이 남녀관계와 애정을 비중있게 다루는 것에 비해 김진명의 소설은 아주 절제된 표현을 구사한다오디오북을 통해서는 느끼지 못한 최이지 박사와 인철의 스토리나 아이린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은 소설을 읽는 즐거움을 더했다(인간적인 면이 있어서 더 좋음)결정권자에게는 늘 권한과 함께 그에 못지않은 막중한 부담감이 있다성배기사단의 레오도 각국의 정상들에게도 말이다‘문제 해결의 정답은 없지만 유사해답들중 하나를 선택했을 때정답이 된다‘는 인철의 말은 작가가 세상에 하고 싶었던 말을 대변해주는 것이기도 하다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힘! 냉철하게 판단하는 힘!결정된 내용을 정답으로 만들어가는 힘!! 우방도 적국도 없는 오로지 돈의 힘으로 균형을 이루며 살아가는 오늘의 세계인들의 모습을 조명한 미중전쟁은 우리에게 소설 이상의 의미로 와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