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떡볶이로부터 - 떡볶이 소설집
김동식 외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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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실수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당신의 떡볶이로부터」책을 펼치다니... 편의점 즉석 떡볶이라도 옆에 뒀어야 했는데...


아는 맛에다 상상까지 증폭되니 책장을 넘길 때마다 매콤하면서 달큰한, 떡볶이들이 온몸으로 사수한 국물들이 쫄아들어 살짝 짠 듯 진한 맛이 넘실거린다

속도가 빨라지고 침샘의 활동은 더 빈번해지면서 ‘내일은 꼭 먹고 말리라‘라고 새겨 넣는다



떡볶이를 주인공으로 어떤 이야기들이 만들어졌을까 궁금했는데 역시 소울푸드 떡볶이답게 다양하면서도 화려한, 우아한 듯 섬뜩한 매운맛을 담고 있었다



「컵 떡볶이의 비밀-김동식」을 읽고 작가의 나이를 살폈다 85년생이면 도시에서 자랐다면 학교나 학원가 주변에 한두 개쯤의 단골 가게가 있었으리라 오가는 자투리 틈에 옹기종기 모여 컵 떡볶이를 사서 최대한 오랫동안 입에 물고 음미하는 그 맛 미처 입가에 묻은 흔적을 처리하지 못하고 뒤늦게서야 슬쩍 훔치며 마무리하던 그 맛을 나도 알고 있다
간접적이지만 ...


강사 시절 저녁시간이 되면 회오리가 되어 올라오던 그 국물 맛
옆 건물 1층이 떡볶이 및 기타 잡다한 튀김류를 팔던 분식집이 있었다 학교를 마치고 학원에 들어오기 전에 늘 경건한 마음으로 의식을 치르듯 컵을 받아들고 연신 이쑤시개로 떡볶이 등을 찔러대던 그 모습을 보노라면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마저 느끼곤 했다

하나씩 줄어드는 떡볶이의 갯수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마음과 자신의 떡볶이만 작게 주는 걸 알았을 때의 배신감에도 차마 떨치고 일어설 수 없었던 그 시절의 아이 마음이 너무나도 잘 녹아있어 나도 20년 전의 기억을 소환할 수 있었다

「당신과 김말이를 중심으로-김민섭」는 또 어떠한가!!
교수 임용이라는 목표를 위해 달려가지만 가까워졌다고 생각할수록 신기루 같기만 한 그 무엇이 이들의 젊음을 삭게 만든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메뉴 하나 자신 있게 선택하지 못하는 그 틈바구니에서 버티고 살아남으려 애쓰지만 꾸역 꾸역 밀어 넣은 매운 떡볶이와 눈치 없이 흘러간 시간만이 있을 뿐


떡볶이를 의인화시켜 바라본 「쫄깃쫄깃 탱탱의 모험-김설아」은 만화를 보는 느낌이라 신선했고 「유라TV-김의경」는 먹방이 상업적이다 못해 맛의 의미를 무색하게 만드는 가학적이고 비정상적인 모습으로 바뀌어 가는 현실을 일깨워주는 내용이라 좋았다 떡볶이는 아무 죄도 없는데 말이다

「좀비와 떡볶이-정명섭」 어울리는 조합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역시 작가는 대단한 직업이다
비록 직업 평균 연봉 순위 밑바닥을 헤매고 있지만 좋아서 할 수 있는 일중에선 베스트에 들어갈 것이다

떡볶이라는 것이 사라져 버리고 좀비와 인간이 서로의 생존을 위해 울타리를 치고 살아야 했던 시절
노인의 기억 속에 있는 떡볶이라는 것이 발화점이 되어 벌어지는 사건들 간절히 원하고 바라면 또 그것에 상응하는 노력을 하면 이룰 수 있는 것일까(그랬으면 좋겠는데)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떡볶이-조영주」
흔히 맛있는 떡볶이를 표현하는 대표적인 미사여구가 아닌가
이걸 제목으로 쓴 소설은 어떤 내용일까

맛집 소개나 달인을 찾는 프로그램에 심심찮게 나오는 것이 떡볶이집이다 정말 저렇게 할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특별한 것, 희귀한 것, 새로운 것이 들어가는 걸 보여준다 내가 만드는 떡볶이와는 차원이 다른 ㅋ
그러나 아직 그런 떡볶이들을 맛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 글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맛을 볼 수 있었다
반복해서 두 번이나 읽은 건 안 비밀

위로의 떡볶이든 분노의 떡볶이든 언제 어디서나 24시간 연중무휴로 만날 수 있는 떡볶이 책을 한 권 품고 있는 것만으로도 흡족하고 든든해지는 「당신의 떡볶이로부터」
책에서도 향기를 나게 할 수 있다면 대박일텐데~~(캔비의 희망사항)


떡볶이의, 떡볶이에, 떡볶이를 위한 소설의 탄생을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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