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내 방 하나 - 손 닿는 만큼 어른이 되어가는 순간들
권성민 지음 / 해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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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책을 읽고 생각이 많아질 때가 있는데 그 이유중의 하나는 저자가 나보다 세상의 나이가 작을 때이다

이 사람이 내 나이가 되었을 때도 지금 이 생각과 같을까?

여태 이 나이 먹도록 생각조차 안해본 것을 이 사람은 벌써 책으로 기록을 하고 있구나!!

사실 비슷한 또래거나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읽는다면 지금의 나보다 더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을까하는 조심스러움과 보편적 어른에 다다르는 것이 참 힘들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빠른 7세에 국민학교에 들어간 나는 17살때부터 (고등학교 입학) 타향 자취 생활이 시작됐다 물론 서울이 아닌 마산이지만.. 진짜 빈 몸으로 내려와서 엄마가 사준 이불 한 채와 밥솥 그리고 밥상겸 책상이 되어줄 네모 접이상과 함께 시작했다 맞춤 교복도 함께

일어나면 씻고 옷 입고 학교 가는. 마치면 집에 돌아와 공부하고 하나밖에 없는 교복 블라우스를 빨아 너는 반복적인 생활 속에서 매일 울었지만 아침이면 다시 일어나 학교에 갈 수 있었던 것은 그곳이 학교라, 반복된 일이라 가능했던 것 같다

반복이란 계속되면 적응이 되고 적응이 되면 익숙해져 자연스러움이 된다
그렇게 매주 토요일이면 집에 가서 정의 허기짐을 채우고 와야 했던 것을 텀을 늘리고 급기야 고3때는 학기중에 한번도 내려가지 않는 사태(?)
까지 일어났다 그후로 집은 항상 우리집이었지만 내 방은 없는 곳이 되었고 내 거주지는 상황에 따라 바뀌어갔다

나도 방 혹은 집의 평수를 조금씩 넓혀가며 혼자의 자유로움을 느끼고 살았던 적이 있었을까?

「서울에 내 방 하나」를 읽으면서 재미있고 신이 났던 부분은 제 1장 ‘자립의 순간은 문득‘이었다
아마도 나와 비슷한 행보를 걸으며 느낀 감정을 잘 표현한것 같아서인듯하다
한 눈에 다 들어오는 월세방에 앉아 있으면서도 비참하거나 서글픈 맘이 들지않았던 것은 미래를 위한 시작이었기 때문이고 직장 생활과 함께 차츰 늘어나기 시작한 살림도구들과 책장 그리고 오디오를 샀을 때의 기쁨을 다시금 느끼는듯했다

결혼생활을 할 때 모든 것을 갖추기보다는 생활하면서 하나씩 일궈가는 기쁨을 얻으라는 어른들의 말씀이 뭔지 난 이미 이때쯤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 결혼 생활은 자식 늘려가는 기쁨 혹은 애환?!)


아!!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작가에 대한 사전정보가 없었던지라 표지 사진만 보고 당연히 여자라고 생각하며 읽었는데 군대이야기가 나와도 ‘뭐 여군도 있으니깐‘이라고 넘겼다

‘내가 남자였다면‘으로 시작되는 대목을 읽고는 ‘뭐지?‘하고 책을 되짚어 훑어야했다 분명 표지사진의 뒷모습은 천상 여자인데 말이다 ㅎ


2장에 들어서고 글을 읽으면서 ‘남자지만 긴 생머리입니다‘라는 부분에서 ‘아하!‘ 하고 깨달았다

글의 내용이 조금 달라보이기 시작했다

2장부터는 방송사에 합격해서 PD로 생활하면서 느꼈던 감정들 그리고 해고노동자로서의 생활 다시 복직 그리고 다른 삶을 위한 퇴직과 새로운 생활인 글쓰기와 강연등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나는 17세의 자취생활을 시작으로 결혼과 함께 독립된 경제 주체가 되었고 가정을 꾸리고 아이 셋을 낳고 살고 있다

그러나 ‘누군가 자립에 성공하셨네요‘ 라고 한다면 쉽게 ‘네‘라고 답하기 힘들듯하다
큰 아이 둘은 시어머니의 도움으로 키웠고 지금도 매주 일요일이면 손주들 얼굴 보이러 간다는 미명 아래 저녁을 해결하고 집에 돌아올 때는 손이 부끄럽도륵 반찬을 싸서 돌아온다

문론 저자가 말하고 싶은 자립과 홀로서기의 정의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
다만 어른이 되고 홀로서기에 성공했다는 판단 여부는 지극히 상대적이며 자신이 생각하는 그 순간부터 홀로서기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여태까지 혼자서의 생활을 충분하게 해보지 못한 사람도, 또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온 사람도 이 책을 읽으며 느끼는 것은 서울에 방 하나 마련하는 것으로 시작해 세월의 나이테 속에서 연륜을 넓혀가며 단단한 자신의 울타리와 영역을 만들어가고 있는 저자의 미래에 희망과 기대를 품게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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