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건데 사실 ‘주제 사라마구‘가 이름일거라 생각치도 못했어요 ㅠ

저에게 포루투칼은 월드컵때 우리나라 상대국이었다는 거,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에 등장하는 ‘뽀루뚜카 아저씨‘ 정도입니다

어쩌면 이 책을 읽는다는게 참 무모한 도전이기도 했는데, 이 글을 쓰는 지금은 그래도 뭔가 한겹 벗은듯(마스크 종일 착용하다 내 집에 와서 벗어버리는듯한) 시원합니다

요즘 엄마들은 아이들이 태어나면, 아니 태어나기 전부터 많은 사진들과 그때 그때의 기록으로 아이의 성장과 함께 일기를 쓰지요 그리고 몇 년 , 혹은 수 십년이 지나서 그것들을 볼때 한꺼번에 시간이 역류하는듯한 느낌을 받을겁니다 그 느낌이 어떤 것인지 엄마라면 잘 아실거에요 그러다 아이가 둘 셋 되면 처음의 다짐과는 무관하게 마냥 흘러갑니다 ㅎ
좋든 ㆍ나쁘든 처음처럼 강렬한 건 없으니까요

‘나의 유년의 기억‘은 어떤가요? 이 부분은 오로지 나에게만 중요한 잊혀지지않고 기억저장소에 보관되어 있는 꿀단지이죠 사진의 도움을 받아, 또는 함께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끄집어내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건 벌써 기억의 일부가 소실되어 버린 느낌이라...

주제 사라마구의 유년은 어땠을까요
저처럼 사전 정보가 없을 수도 있는 사람들을 위해 , 자칫 주제 사라마구에게 실례라도 할까봐 친절한 3단 팜플렛이 책 속에 있었습니다
(이걸 먼저 봐야했는데, 읽다가 도저히 안되서 검색창을 몇 번이나 띄운 다음에 발견해서 아마 조금은 실례를 했을 거에요)


이 책은 작가 본인의 유년시절을 기억이 나는대로. 단편적인 조각들을 어루만져 (에피소드) 잘 꿰어놓은 글입니다 기억이 잘 난다는 것은 그 일들이 본인에게 중요한 부분이었고 지금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이미 이 글을 썼을 때 노년기에 접어들었음에도 마치 어린시절의 소년으로 돌아가 또박또박 일기를 쓰듯 썻다는 사실에 놀라고, 휘몰아치듯 격정적인 표현에 다시 놀라게됩니다

아이들만이 생각할 수 있을 것같은 표현도 아주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부분들도 자주 만날 수 있어 글이라는게 눈으로 읽는게 아니라 맛을 느껴가며 씹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답니다

물론 앞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닙니다 몇 장 읽어가다가 도저히 안되겠다는 마음에 책장을 후루룩~~ 넘기는데 17장의 유년기 사진과 옮긴이의 글을 읽고는 다시 읽을 용기를 얻게됐답니다
(혹시 책이 낯설다하는 분들은 뒤에서부터 읽어도 무방합니다^^)

저는 이런 표현들이 좋더라고요
포루투칼어에 대해 찾아봤습니다 배우기가 어렵다는 것 밖에는 수확이 없어 옮긴이 박정훈님의 감각적인 번역을 믿기로했답니다 ㅋ

뿌리가 어디까지 내렸는지 알 수 없는 올리브나무 사이를 달리며 바람과 수근거리는 은회색 이파리들의 비밀을 듣고있을 주제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말이지요

책 속에 등장하는 낯선 포루투칼 음식들에 대한 호기심도 생기고 이 책으로 인해 주제 사마라구의 조국 포루투칼에 대해 알고싶어졌습니다
그리고 아직 읽어보지 못한 그의 소설들도 포함해서요


어떤 스토리가 있다기보다는, 대부분의 회고글들이 자신이 성장해서 성공한 업적적기에 치중하는 것에 비해 자신을 만든 「유년의 기억」을 작가의 필력으로 표현했다는 점이 감동을 주는듯합니다 사실 어느 한 사람의 유년이 모두 아름답고 행복했다고는 말할 수 없지요
개인적인 아픔이나 시대적으로 겪어내야했던 내용들마저도 , 자신의 것이기에 빠뜨릴 수 없는 소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혹시 몇 장 읽어내려가다가 재미없다, 읽기 힘들다라는 생각이 들면 잠시 덮어두셔도되요 그렇지만 다시 들추었을땐 더이상 덮을 수 없는, 읽으면 읽을수록 우러나는 글의 맛을 느낄수있으리라 장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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