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바다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해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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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을 때는 내용 파악을 위한 것이라 글을 따라 눈이 가고 책장을 넘기며 줄거리를 정리하는데에만 신경을 썻다 마지막 페이지에 와서야 스쳐온 페이지들속에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음을 알아챘다
40년만에 첫사랑을 만나 가장 아름다웠던 바다 저편의 기억을 떠올리며 이루지 못한 사랑이 될 수 밖에 없었던 그때의 기억

마치 미처 다 받지 못했던 외상값 장부책을 속 시원하게 두 줄 좍좍 그어버릴 수 있음에 만족해야했던 먼 바다 만큼이나 아득한 저편의 시간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두번 째 다시 읽기 시작하는 소설 먼 바다는 마치 숨겨놓은 장치들을 하나씩 풀어헤치듯 뭔가를 찾고싶었고 이 글을 쓴 작가의 마음을 조금더 많이 알고싶고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을했다

지극히 지식인스러운 글이었으나 또 평범한 여자의 이야기었고 늘 응어리진 한구석이 있는 글이지않는가??

제목이 ‘먼 바다‘인 이유는 뭘까?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은 크게 두분류로 나눌 수 있다 주인공인 미호씨의 딸은 출산을 앞두고 있다 자신이 엄마가 된다는 사실에, 봄 꽃이 피기 시작하고 심장이 펄떡이고 여기저기서 꽃망울이 잔뜩 부풀어올라 두근대는 가슴이며 수선화 구근조차 가만 있지 못하고 뒤척이는 때, 그 때... 봄

그리고 자신과 십 년의 나이 차가 있는 여동생의 딸, 조카 제니
검고 숱이 많은 싱싱한 머리칼이 가슴 아래까지 쏟아져내리는 아이, 제니가 집에 나타난 뒤 까르르 웃는 소리에 숨통이 틔이는듯한 느낌
미호는 제니에게서 그녀의 열 일곱 봄을 느낀다

그리고 먼 바다같은 이들도 있다
5년만에 만나는 친정엄마, 그리고 40년만에 만나게 되는 그 남자 요셉


이제 자신에게서 봄은 다 지나갔다고 생각하던 미호에게 어느 날 찾아든 페이스북 메시지는 마치 생각치 못한 서프라이즈선물과도 같았을 것이다

인문대학 교수라는 직업적 특성에 맞게 많은 글들이 인용되고 언급된다
사실 제대로 알고 있는 건 없지만 궁금증도 생기고 작가의 생각을 좀 더 알기위해서라도 한번쯤 찾아보고 싶다
피천득의 인연이 언급되는데, 교과서에도 나올만큼 유명한 내용이라 누구라도 공감할만하다

소설이 대부분 텍스트로 이뤄지는것에 비해 이 소설에는 봄같은 회화가 여러 장 선보이고 있다
책 속에 숨어있던 오래된 책갈피를 발견하듯 보는 재미가있다

인생이란게 딱히 속시원하게 해결되는 것도 없고 휘황찬란하지도 않다는 것들 살아가면서, 살아내면서 더욱 더 느끼게된다 잊기도 하고 잊혀지기도 하면서 굳은살이 박히고 조금은 무뎌지며 살아가는 것 같다


생동감 넘치는 봄이지만 나른함이 있고, 아득히 먼 바다이지만 출렁이는 물결로인해 가깝게 느껴질 때도 있으리라 미호와 요셉의 짧은 만남은 먼 바다에서 느끼는 봄의 따뜻함을, 장막을 사이에 두고 있는듯한 엄마와의 대화는 미호가 열 일곱살에서 오십이 넘는 세월동안 느낀 것보다 더 먼 바다를 느끼고 살아온 인생선배의 해답지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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