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롱 드 홈즈
전건우 지음 / 몽실북스 / 2019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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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리코트 아니 트렌치코트에 알이 큼지막한 짙은 선글라스 .
당연히 스카프는 기본!! 이것이 탐정의 정식복장이다
곧 여름이라는 것 따위는 상관없다 탐정은 멋이 8할, 한마디로 폼생폼사인것을...


축구에 환장한 남편을 뒤로한 채 트렌치 코트에 선글라스 거기다 슬리퍼, 음식물 쓰레기봉투까지 야무지게 지랄환상조합으로 챙겨나온 미리의 눈에 띈 재수없는 정체불명의 후드티

먼저 선수친 동료 탐정덕분에 제대로 신랑앞에서 쪽도 한번 못쓰고 기껏 어묵탕 끓이려다 소심하게 컵라면 끓이는 것으로, 여전히 트렌치 코트는 입은 채 쪼금 우는 것으로 감정 정리한 경자

곰돌이 눈알 붙이며 수다떠는 것으로 세상의 시름과 싸우거나 타협하고 가끔은 못본척 언제부턴가 조금씩 비틀리기 시작했던 그녀들의 삶에 천만원 현상금 붙은 쥐방울 개새끼가 끼어들면서 「주부탐정단」의 서막은 올랐다


딱 30년전, 내가 시골 깡촌에서 마산으로 유학을 와서 고등학교를 다니기 시작한 여고1학년 그때 이후로 가장 책을 많이 읽은 해가 바로 2019년 올해이다! 그 독서목록중에는 #사일런스페이션트 를 필두로 #잔혹한 어머니의날 도 있었고 #아홉명의 타인들 #인생을 고르는여자들 까지 추리ㆍ스릴러소설부분의 베스트들이라고 할 수 있는 책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책들의 특징이 뭘까?? 많은 등장인물들과 다양한 사연들 그리고 길고 낯선 이름들 ...

처음 내용에 몰입하기까지 관계 구성을 알기위해 이름을 메모해가며 내용을 파악하는 정성(?)도 들였다

그러나 지금 이 책은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 이질감이 없는, 입에 착착 달라붙는 , 시험지를 받아들었는데 모조리 정답을 알 것같을 때의 짜릿함!!
보고 또봐도 백점이 확실시되는 기쁨을 만끽하려 읽고 또 읽어보고 글씨도 최대한 예쁘게 적어보려는 그 마음으로
아줌마 감성으로 표현해낸 글을 흡수했다.

나에겐 사실 쥐방울이니,의사선생이니 하는 존재들은 중요하지 않았다.
오로지 탐정 4인방만이 있을 뿐이었다.

결혼 권태기에 들어서 모든게 귀찮고 힘든 미리, 남편의 권위적인 태도와 여자로서의 삶보다는 아줌마로서의 삶에 눌려 앉혀지는듯한 자신에 무기력해지는 경자, 세월엔 장사없다고 흰머리 감추려 부지런히 염색하며 고객맞이하지만 쑤시는 다리 관절은 어쩔 수 없는 지현, 사랑한다고 믿었던 남자친구와의 풋사랑은 책임지지 않는 아이로 결별하고 싱글맘의 험난한 길을 선택한 소희.

우리가 길 가다가 늘상 만날 수 있는 이웃들의 모습이다 그리고 스스로 참고 버티는 것에 익숙해져버려 제대로 이슈도 한번 못되보고 사는 ‘아줌마‘ 라는 호칭으로 통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추리ㆍ호러ㆍ미스터리 이런 것들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아줌마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데에는 작가의 의도가 숨어있는것만 같았다

˝예전에는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갈 정도로 열심히 살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럴 힘도, 의지도 사라지고 없었다
그런것들은 다 어디로 가는걸까?˝

딱! 내 마음이었다 ㅠ ㅠ
한때는 내 목소리가 나오지않을까봐, 나의 아이가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하게 될까봐 걱정을 했던 나날도 있었는데 말이다 ...
(작가의 글에 아줌마들을 주인공으로 쓴, 쓰고싶었던 이유와 작가가 쓰고자 하는 글의 방향에 대해 언급이된다 이심전심)

사건은 주부탐정단 일원인 소희의 실종과 토막난 사체일부가 발견되면서 위기감은 극에 달하고 새롭게 등장한 스마일맨의 정체에 관심이 모아졌다

늘 적은 가까이에서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고 있다고 했던가? 허름한 주공아파트, 뭇사람들에겐 관심밖의 장소지만 주부탐정단의 소중한 보금자리이고 내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는 그 곳에서, 그 새끼가 그런 짓을 저지르고 있다니... 그것도 웃음띤 얼굴로 말이다

제아무리 기죽고 시들어가며 축- 쳐져가는 살가죽에, 제 철 맞은 고랭지 무처럼 알통만 굵어지고 이리저리 움직일때마다 ‘툭‘소리가 나는 튼실한 허리를 가졌다하더라도 지지직거리는 감시카메라를 돌려봐야했고 무작정 달려야했다


그러다가 맞닥뜨렸다!!
리모델링 흔적이라곤 없는 냉장고만 잔뜩 있는 내부의 101호에서...

구경중에 제일 재미있는게 불구경, 그 다음이 싸움구경이라고 했다
일방적일때야 폭행이지만 죽기살기로 물어뜯고 잡아뜯는데야 당할 재간이 있을까? 어디 그녀들뿐인가?
이미 내가 책 속으로 들어가 발길질에 합세하고 있는것을(나도 한 대 얻어 맞아 눈탱이가 퍼래졌다)

끝까지 한 방의 즐거움을 놓치지 않고 선사하는데 감사함과 즐거움으로,
엄청난 시청률을 자랑하며 끝이 난 막장드라마 한편을 본 것처럼 후련함을 느끼면서 적성에 맞는 제2의 직업을 찾은 주부탐정단과 살롱드홈즈에 걸맞는 이름을 가진 그녀들의 이름이 갑자기 부러워진다!

제기랄... 건우 ... 연지.. 지현... 소희... 미리... 넘 멋진거 아님??( 촌스런 이름마저도 부모님이 물려주신거라고 품고 사는 아줌마들의 마음을 읽은건가?)
그래도 경자라는 이름 하나를 남겨놓은 건 인간미 넘치는 작가의 배려??^^

사회가 급변하고 사람들은 각박해지면서 정신적 스트레스와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있다
감정조절 능력이 느슨해지고 통제가 되지않는 틈 사이로 범죄가 일어나고 그 심각성은 커지고 있다 세상은 어디로 가고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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