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 노트 움직씨 퀴어 문학선 1
구묘진 지음, 방철환 옮김 / 움직씨 / 2019년 5월
평점 :
품절


사실 책을 볼 때 작가소개를 잘 읽지 않아요 신인작가는 신인이라 기성작가는 기성이라 ㅎ(이유가 되나요?) 대만작가는 만나기 어렵고 또 책 제목에서 묘하게 끌리는 느낌이 좋아 살짝 들여다보곤 그만 쿵했습니다
대만의 전설적인 천재 소설가 , 그리고 (1969~1995)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이라는 거지요
무슨 이야기일까요?
‘악어‘와 ‘노트‘는 전혀 어울릴것 같지 않은 조합인데 별책부록으로 미니노트가 함께 온걸 보면 노트는 그 노트가 맞는데 말이지요

여기서 잠깐☞
악어노트는 이미 1994년에 출간된 소설입니다
유교문화 영향이 가장 강하다고 할 수 있는 대만ㆍ중국문화권에서 삶보다 저항을 택한 대항문화의 아이콘입니다
여성과 남성이라는 이분법으로 분류하는 성이분법 타파로 논바이너리(non-binary)문학의 효시로 인정받고 있어요

이 책의 제목은 정확하게 말하자면 ‘악어가 쓴 비밀일기‘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을 보이는 대로, 아름답게 볼 줄 알고 사랑할 줄 알고 자신이 본대로 느낀대로 받아들이고 싶었던 악어죠
제가 느끼기엔 그랬어요
그래서 악어가 숨쉬고 의지할 수 있는 작은 늪 하나를 만들어 주지 못한게 너무 안타깝고 속이 상해, 악어가 쓴 일기를 쉽게 읽어 넘기지 못하고 자꾸 읽고 읽고 또 읽었네요

악어라는 한자도 신기하고, 한 글자에 20원의 값어치가 있다는 것도 눈에 확 띠는 글자 크기도 독특했다!! 이게 대만의 매력인가??^^
그건 아니었습니다 구묘진의 악어노트 내용의 한부분이었고, 가장 절묘하게 표현을 한 방식이었네요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사 년 동안의 대학 시절을 학기별로 나누어 총 8장으로 구성된 「악어노트」는 1일칭 주인공 시점의 일기 형식으로, 이야기 속의 악어는 ‘나‘의 변형된 모습입니다
그리고 간간히 나오는 지명과 이름들이 아니라면 우리나라 소설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의 수려하고 매끄러운 언어표현력으로 몰입하게 합니다! 그래서 순간 ‘라즈‘가 되고 그녀의 친구가 되고 또 슬픔이 아픔이 됩니다

이렇게 느끼는데에는 옮긴이의 힘이 컷겠죠^^ 인터넷 검색으론 번역 작품외엔 별다른 수확을 얻지 못했는데 책 말미 부분에서 ‘그럼 그렇지‘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데칼코마니처럼 구묘진과 비슷한 시기에 같은 대학에서 공부를 했으며 그 소설에 등장하는 시공간을 겪었으니 이보다 더 잘 살릴수는 없지요
신의 능력인지 장난인지 알 수 없으나, 다름과 특별함으로 함께 공존하기 어려운 세상을 만들고 견디는지 버티는지 시험하는데요
크리스탈처럼 투명한 ‘라즈‘는 이 세상을 투과해버리고 맙니다.
이별을 해본 경험 있으시죠?
울고 울고 지쳐서 자고 깨면 또 울고 그러다 지쳐서 잊혀지고 다시 굳은 살이 생기고 사랑의 새싹이 올라오다가 꺾여버렸을 때 얼마나 아픈지 기억하시나요???
악ㅡㅡㅡ하고 소리라도 지르면 좀 나을텐데 소리없는 울림으로 그것이 심장을 찔러 터져버리는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이해한다‘는 말로는 절대로 이해안되는 그 고통을 이 소설은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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