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새 아시아 문학선 22
메도루마 슌 지음, 곽형덕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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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글을 쓰기 시작하면 잘쓰든 못쓰든 줄줄 써나가는 것이 나의 장기아닌 장기인데 이 책은 몇번을 쓰다가 지우고 새로 쓰고 다시 지우기를 반복했는지 모르겠다

잘쓰겠다는 욕심에서가 아니라 이런 내용으로 적어도 되나 망설였고, 내 감정에 격해 울분을 토하듯 휘갈겨놓고는(자판이니 그 어느곳에도 나타나지는 않겠지만) 또 삭제를 했다 그만큼 나를 힘들게한 소설이다

사전에 어떤 내용인지 대략적인 걸 알고 읽기 시작했던터라 잔뜩 긴장을 하고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지만 이야기에 어느정도 몰입했다 싶은 지점에 들어서서도 관련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책 제목인 무지개새와 지명인 오키나와 정도가 다였다 그러나 폭풍전야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그것은 뒤에 있을 이야기들의 풀리지않는 실매듭과도 같은 것이며 끊어낼 수 없는 연결고리였다

이 작품은 1995년 오키나와 군사기지에서 발생한 미군들의 13세 소녀 성폭행사건에 대한 문제 제기와 오키나와 내의 미군기지 반대 운동의 일환으로 탄생한 것이다
그러나 그후 약 10년이 지나서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고 아이러니하게도 한ㆍ일 월드컵 시즌에 묻혀 별다른 관심과 주목도 받지못한채 잊혀져가야 했던 아픔이 있다

내 일이 아니고, 내가 알지 못하면 세상 편했을 일이지만 이 지구촌어디에선가는 지금 이순간도 인간이라고는 생각할 수도 없는 것들이 자행되고 있음을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되는 순간이라 그렇게 불편했던가보다

사실, 책에서는 오키나와 사건에 대해서는 몇번 언급되지고, 크게 비중있게 다뤄지지도 않는다 오키나와 섬에 살고 있는 마유라는 여학생과 가쓰야를 통해 잘못꽤어진 단춧구멍하나로 어긋날대로 어긋나버린 그들의 삶을 통해 자연스럽게 사건을 투영하고 어디서 잘못되었는지, 방법은 있었는지 그때 어떻게 했어야 했는지 생각하고 고민하고 또 반문하게 한다

나는 고등학교 윤리시간에 배운 성악설과 성선설에 대해 늘 의문이었다 어떤것이 맞는것일까??

가쓰야가 학교폭력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으로 택한 상납과 폭력 그리고 그런 일만 당하지 않았더라면 빛나는 교복을 입고 밝은 얼굴로 미래를 꿈꿨을 마유의 인생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

지배층과 피지배층ㅡ 점령군과 피점령군,가해자와 피해자, 미성년매춘부와 성매수자 그리고 그것을 미끼로 돈을 탈취하는 세력등 힘의 구조에서 이야기의 결말은 미유의 엽기적돌출행동으로 마무리한 작가의 의도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있을 것이다

피해자였지만 한편으론 또 가해자가 되어 살아가는 세상, 이 소설 무지개새는 허상의 누구도 본 적이 없고 본 사람도 없는 부질없는 한마디로 쓰잘데기없는 새이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평화와 행복이 더 더럽혀지면 정말 ‘다 죽는것‘밖에는 답이 없을지도 모른다 판도라의 상자 밑바닥에 남은 희망이 아직 우주 지구섬에 살고있는 인간들에게 남아있기를, 그리고 스스로 정화시켜나갈 힘이 있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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