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과 닭 -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소설집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지음, 배수아 옮김 / 봄날의책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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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사랑이 삶을 풍요롭게 해주리라는 믿음을 갖고, 자발적으로 사랑에 뛰어드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결과는 정반대이다. 사랑은 궁극의 가난이다. 사랑은 갖지못함이다. 게다가 사랑은, 사랑이라고 여겨오던 것에 대한 환멸 이다. 사랑은 상이 아니다. 그래서 사랑은 자만하게 만들지 않는다. 사랑은 상이 아니다. 사랑은, 그것이 없다면 개인적 고통으로달걀을 상하게 만들어버릴 자들에게만 허용되는 하나의 조건이다. 그렇다고 해서 사랑이 영예로운 예외는 아니다. 

 단지 내가 나쁘기 때문에 선할 것이라고 상상하는 한, 나는 영영 아무것도 사랑하지 못하리라. 그건 그냥 내 방식으로 스스로를 고발하는 행위일 뿐이다. 나, 최소한 자기 자신도 철저히 탐색하지 못했으면서내 반대편을 사랑하겠다고 이미 선택을 마쳐버린 나는, 그 반대편을 신이라고 부르기를 원한다. 나, 자신에게 절대로 익숙해지지 못할 나는, 세계가 나를 분개하게 할 일이 없기를 희망했다. 나는, 나 자신에게만 굴복했으므로, 나는 나 자신보다 훨씬 더 가차없으므로, 그래서 나보다 덜 과격한 대지로 스스로를 상쇄하기를소망했다. 자기 자신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신을 사랑하는 한, 나는 주사위가 될 것이고, 더 위대한 삶의 게임은 일어나지않는다.  내가 신을 발명해내는 한,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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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시간 여행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고상숙 옮김 / 북레시피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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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오츠가 읽히는 작품.
오츠라는 건 너무 분명한데 낯선 구석이 있다.
화장법을 바꾸고 나타난 연인 같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오츠!‘ 다

그래도, 그가 존재하는 곳에 같이 있기만 해도 행복하고 충만했다. 나는 그가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 나와 함께 살고 있다는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심리학에서는 정신적으로 아픈 사람이 본인의 질환에 대해 꿰뚫어 보는 통찰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병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육체적으로 아픈 사람도 본인의 질환에 대해 이해하지만 병은 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울프만과 사랑에 빠졌는데 만약 울프만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다면 얼마나 가슴 아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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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날들이 쌓여 오늘 이 모양이 된 거니까요. 사람이 사람이 되고 삼이 삼이 되려면 특별함이라곤 전혀 없는 하루하루가 필요한 법입니다. 그렇지 않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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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졸이 바뀌면 달라지나, 육방 아전이 바뀌면 달라지나, 우리고을 사또가 연 고을 사또와 자리를 바꾸면 달라지나, 당하관이당상관이 되고 당상관이 당하관이 되면 달라지나, 나라님이 바꾸면 가뭄에 단비 내리고, 나락에 붙은 벌레들 모두 떨어지고, 얹고얹고 또 얹어 등이 휘던 이 모양 세 저 모양 세 모두 사라지고나라 곳간이 열려 아무도 굶어 죽지 않게 되나, 그럼 바꾸지. 비꾸자고 나서지. 그렇게 바꿔도 거기가 거기, 달라지는 건 하나 없다네. 어쩌면 지금 나라님이 성군聖君일지도 모르지. 그게 내가 여러분 앞에서 이렇게 떠드는 이유라네.
 이 불행 이 고통 이 슬픔은 어디서부터 오나. 내 밖에 있는 그많은 것들이 나를 찌르고 나를 베고 나를 결국 죽이나, 그래서 내가 내 밖의 것들과, 나졸에서부터 나라님까지 맞서 싸우면, 나는이 불행과 이 고통과 이 슬픔에서 벗어날까. 꼭 반드시 벗어날 거라고 많은 이들이 말했네. 그러나 그렇게 말한 이들도, 그들이 싸워 이기든 지든 불행과 고통과 슬픔 속에서 죽어 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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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일담처럼 이어지는 퀴어단편선.
무작정 아는 척하고 반갑게 눈 맞춰 주고 싶은 바위 아래 작달막한 들꽃같은 단편들.
숨겨지지도 드러나지지도 않는 그런 들꽃같은 단편들..

아프다는 게 뭔지 아니. 정상이 아니라는 거야. 정상이 아니면 사람이 아프게 되는 거야. 정상이 되고 싶은 건 욕망이 아니라균형 감각이야. 인간은 항상 회복을 지향하도록 되어 있어. 정상일 때에는 정상에 대해 둔감하지만, 비정상이 되고 나서는 정상이 무엇인지를 뼛속 깊이 생각하고 갈망하게 되는 법이안. 갈망이 신호를 보내는게 아픔인거야. 머리카락이 빠지지 않았다면 나는 내가 비정상이라는 것도 알지 못한 채로 살았겠지. 가장 나쁜 건 아픈 사람은 자기 아픈 것에만 골몰한다는 거야. 비정상의 상태가 괴로운 건, 자기만 아프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고 나는 그래서 회복되고 싶었어. 아프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어. 아프지 않으려면 정상으로 돌아가야만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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