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과 닭 -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소설집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지음, 배수아 옮김 / 봄날의책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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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사랑이 삶을 풍요롭게 해주리라는 믿음을 갖고, 자발적으로 사랑에 뛰어드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결과는 정반대이다. 사랑은 궁극의 가난이다. 사랑은 갖지못함이다. 게다가 사랑은, 사랑이라고 여겨오던 것에 대한 환멸 이다. 사랑은 상이 아니다. 그래서 사랑은 자만하게 만들지 않는다. 사랑은 상이 아니다. 사랑은, 그것이 없다면 개인적 고통으로달걀을 상하게 만들어버릴 자들에게만 허용되는 하나의 조건이다. 그렇다고 해서 사랑이 영예로운 예외는 아니다. 

 단지 내가 나쁘기 때문에 선할 것이라고 상상하는 한, 나는 영영 아무것도 사랑하지 못하리라. 그건 그냥 내 방식으로 스스로를 고발하는 행위일 뿐이다. 나, 최소한 자기 자신도 철저히 탐색하지 못했으면서내 반대편을 사랑하겠다고 이미 선택을 마쳐버린 나는, 그 반대편을 신이라고 부르기를 원한다. 나, 자신에게 절대로 익숙해지지 못할 나는, 세계가 나를 분개하게 할 일이 없기를 희망했다. 나는, 나 자신에게만 굴복했으므로, 나는 나 자신보다 훨씬 더 가차없으므로, 그래서 나보다 덜 과격한 대지로 스스로를 상쇄하기를소망했다. 자기 자신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신을 사랑하는 한, 나는 주사위가 될 것이고, 더 위대한 삶의 게임은 일어나지않는다.  내가 신을 발명해내는 한,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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