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졸이 바뀌면 달라지나, 육방 아전이 바뀌면 달라지나, 우리고을 사또가 연 고을 사또와 자리를 바꾸면 달라지나, 당하관이당상관이 되고 당상관이 당하관이 되면 달라지나, 나라님이 바꾸면 가뭄에 단비 내리고, 나락에 붙은 벌레들 모두 떨어지고, 얹고얹고 또 얹어 등이 휘던 이 모양 세 저 모양 세 모두 사라지고나라 곳간이 열려 아무도 굶어 죽지 않게 되나, 그럼 바꾸지. 비꾸자고 나서지. 그렇게 바꿔도 거기가 거기, 달라지는 건 하나 없다네. 어쩌면 지금 나라님이 성군聖君일지도 모르지. 그게 내가 여러분 앞에서 이렇게 떠드는 이유라네.
 이 불행 이 고통 이 슬픔은 어디서부터 오나. 내 밖에 있는 그많은 것들이 나를 찌르고 나를 베고 나를 결국 죽이나, 그래서 내가 내 밖의 것들과, 나졸에서부터 나라님까지 맞서 싸우면, 나는이 불행과 이 고통과 이 슬픔에서 벗어날까. 꼭 반드시 벗어날 거라고 많은 이들이 말했네. 그러나 그렇게 말한 이들도, 그들이 싸워 이기든 지든 불행과 고통과 슬픔 속에서 죽어 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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