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무릎 꿇지 않은 밤
목수정 지음 / 생각정원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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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글다글 끓고 아우성과 고성이 오가는 요즘.
이웃과 수다를 떨듯 그냥 조근조근 읽히는 책을 집어든다.
몇년전에 처음 읽을 때도 ‘그러니까 내 말이~‘를 몇번인가 중얼거린것 같다.
여러개의 접힌 귀퉁이와 밑줄 사이에서 두개를 고른다.
이 두 밑줄은 오래도록 유효했고 유효할것이다.
다행히도 함부로 무릎 꿇지 않는 자존감과 삶에의 책무를 잃지 않은 이들이 남았다는 것.

다시 읽으니 좋다.

역사 앞에떳떳한 계급과 역사를 계속 매장해야만 비로소 고개를 들 수 있는계급의 두 사람이 손을 맞잡는 건 불가능하다. 비루하게 왜곡된역사가 청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청산되지 못한 역사, 거짓이 계속 거짓을 부르게 만드는이 고단한 시대의 패배자는 속죄의 길을 찾지 못하여 계속 비굴할 수밖에 없는 그들이다. 나는 당신들의 계급을 동정한다.

높은 곳에 있을수록 덜 자유롭다. 떨어지기를 두려워하게 되 기 때문에, 그리고 높을수록 진실에서 멀어진다. 발이 땅에 닿지 않기 때문에. 땅에 발을 딛고 있는 자들에게는, 머리를 날려 허공에 떠 있는 자들이 현실을 깨닫도록 만들어야 하는 고단한 임무가 있다. 마르크스는 그것을 계급투쟁이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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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로 읽는 류큐 왕국
정진희 지음 / 푸른역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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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는 뭔가 동질감 같은 것이 읽히는 곳이다.
일본으로 여행을 취소하고 자제하는 와중에 일본 본토의 피해상황들이 조금씩 보도가 되고 그 지명들 사이에 보이는 오키나와에 안타까웠다. 작년인가 즈음에 읽었던 ‘두 섬‘도 생각나고..
어쩌면 반일,반제의 선봉일지도 모를 오키나와의 이야기. 신화로 읽는 이라고는 하지만 큰 골격일 뿐 광범위 하게 연결되고 해석되는 정치적.역사적, 인문학적 서술이 읽을만 하다.
멀고도(일본본토) 가까운(오키나와) 인접국의 이야기.

류큐라는 역사를 지닌 채 일본의 일부가 된 오키나와는 일개 지방이아니라 제국 일본의 내부 식민지였다. 제국 정부는 오키나와를 때로는동화, 때로는 차별의 대상으로 삼았고, 종국에는 태평양전쟁 때 일본국토 내의 유일한 전장戰場이었던 오키나와를 버렸다. 일본제국의 패전 이후 오키나와는 미군정하에 놓였다가, 미국과 일본의 군사적 이해관계에 따라 1972년 다시 일본의 일부가 되었다. 조국 복귀‘라는 미명하에, 일본 열도에 있던 미군 기지의 대거 이전과 함께,
오키나와는 일본인데 일본 같지 않다. 일본 내 미군 기지의 태반이그 작은 섬에 몰려 있다. 그 이유는, 오키나와가 품은 이런 역사 때문이다. 오키나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때 그 역사의 주연이었던 류큐 왕국, 류큐 왕조를 도외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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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꽃반지
김성동 지음 / 솔출판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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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동만이 쓸 수 있는 글이다. 고비고비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 먼 비극의 시대를 빌려오거나 불러온 것이 아니다.
겪어온 것이고 견뎌온 것.
뼈를 깍아 피를 찍어 써낸 글이 사무치는 살부빔으로 읽힌다.
어머니. 아버지. 이웃들.
별 말이 아닌데도 울컥하게되는 순한 사람들이 말이 빼곡하게 쓰였다.
서러움이 그리움이 자꾸 밀려든다.

사상이란 다른 게 아닙니다. 사람이라는 숨탄것이 다른 미적 이들과 다른 점이 뭣이것습니까? 여러가지가 있것지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그러니께 그리움이란 감정에 있을 겁니다. 뭣인가를 그리워할 수 있던 글력이 있기 때문이지유. 뭣인가를 그리워허기 위헤서넌 뭣버덤두 먼저 생각할 수 있던 글력이 있어섭니다. 이 생각을 뚜렷헌 질 따러 일매지게 봐낼 수 있넌 글력을 가리켜사상이라구 허지유.
뭣이 옳구 뭣이 그른가? 뭣을 일러 아름답다구 허구, 뭣을 일러드럽다구 허넌가? 사람이란 뭣인가? 워치게 살어가넌 삶을 가장아름답구 훌륭헌 삶이라구 허넌가?
사상이루버텀 정치체제가 나오구, 경제구조가 짜여지며, 모둠살이 횡태가 맨들어지게 됩니다. 예술이 나오구 좀교가 생겨나게된다 이런 말이올시다. 슨악시비럴 나눌 수 있구, 아름답구 추헌것을 가려낼 수 있넌 눈이 생겨나게 됩니다. 소위 세계관이라넌것이 생겨나게 된다 이런 말씀이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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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여름을 기억해줘>

여름을 기억해달라는 제목. 여름이라..바닷가에 바글바글 모인 사람들, 고속도로를 가득 메운 자동차들, 계곡마다 빼곡하게 들어찬 인파, 고기 굽는 냄새, 시원한 은행,

이런 형편없는 장면들이 기억에 잡힌다. 조금 더 먼 시간으로 기억을 보내놓고서야 초록과 노랑과 빨강이 보이기 시작했다. 참외밭의 원두막, 가지마다 주렁주렁 달린 자두, 빨갛게 익어가기 시작하는 사과 떫을게 분명한 작디 작은 어린 감. 청량하고 기분좋은 기억이 퍼진다.

아이들은 하루종일 첨벙거리며 물장난을 했고,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며 놀았다. 산엔 산딸기도 있었고, 머루며 칡까지 목마름과 허기를 달래줄 것들이 있었다. 산에는, 신비로운 이야기를 담은 바위도 있었고 수천년을 살았을 염험해 보이는 큰 나무도 있었다. 어느 날 우연히 발견한 으스스한 폐가는 온갖 이야기를 만들어낼 멋진 ‘꺼리’였다.

기억을 돌아나와 창 밖을 보니 숨이 막힌다. 인간의 편의와 발전이 가져온 환경은 온기를 잃었고 편한 숨을 빼앗는다.

나즈막한 집터들 대신 우뚝 솟은 아파트들은 효율적이긴 했다. 한 가족이 살 만큼의 터에 수십 수백의 가족들이 살 수 있으니까. 게다가 수십 수백의 재산이 되기도 했으니 쌀 한 줌을 튀겨 바구니 그득하게 채우는 뻥튀기와 다를 바 없다. 자동차들이 헤아릴 수 없이 늘었고 집집마다 가전제품들이 즐비하다 그 모든 동력은 인간의 기술이 충당한다. 인간이 위험만 감수한다면 문명화라 이름 붙여진 놀라운 편의는 오래도록 지속될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행복한가?

산하와 정서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며 아주 오랜만에 살아있는 색들이 넘쳐나는 풍경을 본다. 나무들과 새들과 밤하늘과 나비들, 그리고 그 사이에 풍경처럼 같이 스며든 사람의 자리를 본다. 세상의 것들과 세상을 떠난 것들까지 품어 안는 사람의 마음을 본다. 그리고 돈 귀신이 붙어 귀신보다 더 악랄해진 사람의 욕심을 본다.

그러다 현재를 사는 우리가 미래세대에게 무엇을 남겨줄 수 있을까를 생각 한다.

발전이라는 말이 숨긴 날카로운 발톱을 보지 못하게 하는 돈 귀신의 교묘함을 생각한다
18층 지옥보다 나을 게 하나도 없는 현재를 위장하는 말. 발전.개발. 성공.

누구나의 기억 속에 있을 잎새 무성한 나무 한 그루는 누가 베었을까?
세상에 지쳐, 슬픔에 겨워, 숨이 막혀 휘청이다 널부러지듯 주저 않게 되는 나무 그늘. 튼실한 기둥에 등을 기대고 잠깐 졸고 나면 가슴이 후련해지고 무릎에 힘이 들어가게 하는 나무 그늘. 그런 그늘이 있는 나무.


작품 속의 모든 것들이,초록과 노랑과 빨강과 파랑과 검정과 회색이 거짓 없이 제 색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순박하게 묻는다. ‘같이 살면 어때?’ 라고 말이다.

우리의 여름을 기억해줘. 라고..

너의 여름을 잊지 말아줘 라고..

순한 눈의 정서와 호기심 그득한 산하의 목소리가 묻는다.

같이 살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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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과 닭 -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소설집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지음, 배수아 옮김 / 봄날의책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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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리시 리스펙토르. 배수아 옮김.
‘나에 관한 너의 이야기‘의 기억과 교차하며 읽는다.
역자에 대한 생각이 길어진다.
샤데크 헤다야트와 페소아.제발트의 번역에서 보였던 배수아의 역량이 집약된 느낌?
리스펙토르의 책이 좀 더 번역되면 좋겠다.
별의 시간(Hour of the Star)은 정말 읽어보고 싶은데..
호불호가 명확할 작가.
언어쓰레기로서 자괴감이 든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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