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은 ‘삶을 노예로 만들려는 모든 힘에 대항해서 싸우는 생각의실처이다. 

 중요한 건 탈레스가 비실용적일지라도 호기심 때문에 탐구를 계속해가는 특징을 지닌 사람이었다는 겁니다.
철학자는 개념을 만들어서 문제를 풀려고 합니다. 따라서 철학자를 이해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풀려는 문제가 무엇이었는지아는 일입니다.

탈레스는 보통명사로 생각하기 시작한 최초의 인물입니다. 오

탈레스는 바로 이 따져 묻는 짓‘, 현대어로 ‘비판‘을여러 차원에서 가능하게 했습니다. 신이 아니라 보통명사로 세계를 설명하려 했고, 어떤 권위를 고집하지도 않았죠. 신을 버린 겁니다. 

탈레스가 살았던 시대는 민주주의와 관계되고, 민주주의는 자유로운 시민들의 사회이고, 그 사회 속에서 경쟁의 일환으로 철학 활동도발명되었습니다. 예술도 마찬가지죠. 희랍 예술이 최고에 이른 것도 그런 배경 속에서 납득할 수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령 ‘언어는 생각을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 ‘언어로는 세상을 기술하기 어렵다‘, ‘언어는 불완전하기 그지없다‘ 등의 주장을 인문학은 언어를 통해 펼친다. 이렇듯 언어를 불평하는 행위마저언어로 실천하는 활동이 인문학이다. 

일단 원문으로 된 글을 읽을 때 잘 이해가 안 됐고, 반복해서 계속 읽다 보니 자기 식으로 이해하든지 그냥 용어만 외우든지 해서 아무튼 결과적으로 익숙해졌다. 하지만 남에게 설면하기는 여전히 요령부득이다. 이 상태로 글을 쓰면 글쓴이 본인도 모르고 독자도 모르는 글이 완성된다. 더 중요한 건, 다른 전문가들의 역할이다. 대다수가 잘 모르겠으니, 서로 지적하거나 간섭하지 않고, 나아가 그런 글이 유통되는 것에 침묵하거나 동참한다. 비평 담론의 부재, 논쟁의 부재는 산 증거다. 인문 병신체는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했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되, 감히 알려고 하라.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인문학의 윤리다.

나는 교양을 위해 역사와 과학을 공부하는 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인간과 자연을 더 많이 알게 해주니까. 철학이라는 말을 둘러싼 에피소드, 인물, 전문용어 등을 아는 건 도움이 될까? 나는 시간낭비라고 본다. 그걸 외워서 어디에 써먹을 건데? 중요한 건 ‘문제‘다. 어떤 문제를풀려고 하는가? 이게 철학함의 출발이다. 

철학한다는 건 더 용감하고 솔직하고 겸손하다는 뜻이다. 또한 더짓궂고 장난스럽고 무례하다는 뜻이다. 나아가 모든 권위를 비판하고손수 평가한다는 뜻이다. 철학자는 누구보다 깐깐하고 쪼잔하고 가혹하다. 철학은 관대하게 덕담 따윌 들려주지 않는다. 철학은 주례사도아니다. 철학은 단정한다. 철학은 생각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철학‘ 따윈 되도록 공부하지 않도록 하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르타의 일
박서련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신간 소개글에 '체공녀 강주룡'의 작가 박서련이라는 것을 읽고 두 번도 생각하지 않고 책을 구입했다.

체공녀 강주룡. 숨가쁘게 읽어내린 작품이다. 음성지원이라도 되는 듯 리얼한 서사는 실로 압권이었다. 강주룡의 이야기를 여러군데에 인용해서 쓸만큼 깊게 각인된 작품이었음을 고백한다.

그 기대가 너무 컸던걸까. 마르타의 일을 읽으며 몇번인가 작가를 확인했다. 서로 다른 결의 서사이고 주제의식이라 그럴 수 있다고 수긍하면서도 그 단단한 결기는 다 어디로 간거지? 싶은 아쉬움이 내내 남았다.

 

페이스북에 그런 서비스가 있다. 내가 죽으면 내 계정을 닫아줄 사람을 지정하는..그 서비스를 처음 알았을 때 생각이 많아졌었다. 과연 누구에게 내 삶의 흔적을 닫아달라고 해야할지 바로 떠올라주지 않았다. 쉽게 '가족'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많았고 (농담처럼 가족끼리는 친구 맺는거 아니다~라고 자주 말한다) 스쳐가는 인연일 수도 있는 온라인의 관계들은 미덥지 않았다. 단 한명의 친구. 그 친구밖에는 없겠다 싶었지만 선뜻 등록하지 않았다. 친구의 의견도 들어봐야할것 같아서...

살아가는 동안 남기게 되는 나의 흔적들은 죽어서 서서히 휘발되어버리겠지만 어느 공간에든 기록되어 있는 흔적은 시간이 지나도 동굴 속 벽화처럼 먼지를 덮어쓰고 남아있을게다.

 

연년생의 자매. 동생의 죽음을 파고드는 언니의 이야기.

그 속에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고단함, 사람들의 평가와 비교, 가족들의 관계, 환락을 좇는 소위 지도층과 그의 자제. 사랑. 이 모든 이야기들이 떠돈다.

잘 응축되었다고 표현할 수 없어서 정말 아쉽지만 나는 읽는 내내 이야기들이 떠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더 많은 이야기들을 배치하고 입체적으로 그리고 싶었던 작가의 욕심이었을까.

개연성을 놓친 건 아닐까? 의심되는 지점도 있었다.

매니저 언니의 작중 포지션 같은...

 

어쨌든 문제제기는 탁월했다. 누구나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였고, 가시화 된 사건들도 있었던 것 같고..그것을 하나의 틀로 묶어낸 데에는 작가의 힘이 작동했음을 의심하지 않는다.

누구나 생각했을 법한 문제는 양날의 검처럼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격한 공감을 끌어내거나 빤한 이야기에 김이 새거나.

김이 새지는 않지만 마지막으로 치달아가며 뭔가 힘이 빠지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려고 한다.

기본적으로 이야기를 할 줄 아는 작가라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완성도로 따지자면 전작만 못했다고 매정하게 평가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시대를 타고넘을 수 있다면,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면, 몇번의 만족스럽지 못함을 겪는다해도 기어이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낼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까닭이다.

 

어제 읽은 '단순한 진심'의 잔상이 남은 탓에 나도 모르게 비교하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밑줄을 여러개 그었다. 작가의 개성과 목소리가 드러나는 곳이라고 생각해서..예리한 눈매가 겹치는 지점이라고 생각해서..

 

아쉬워서..어쩌면 부당한 내 기대를 탓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뭔가 적어야 할 것 같았다.

조금 빼고, 조금 더 밀도있게..였으면

색이 고와서 한 입 베어 문 아주 조금 덜 익은 감을 먹은 것 같다.

달고 폭신한데 살짝 떫어서 잠깐 찡그리게 되는...그래도 색이 고와서 다행이다.

잘 익어가고 있어서 좋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르다는 아마도 남자들의 눈총을 받는 마리아가 안쓰럽고 불안해서 부엌으로 피하게 하고 싶었겠지요. 예수님이 하신 말씀은 언뜻 마르다를 나무란 것처럼 보이지만,
어떨까요. 이런 관점에서 보면, 마르다를 안심시킬 만한 말씀이죠. 마르다, 너의 일도 귀하지만 마리아가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가르침을 받는 일은 아주 좋은 것이다. 누구도 이일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그 자리에서 마리아를 노려보았 을 남자들 누구라도."

그럼에도불구하고 나는 마르타였다. 경아가 마리아라면 나는 마르타가 되어야 했다.
 그다지도 그 애를 사랑했다.

그러니까 나는 거의….… 행복했다. 그 모든 일들에도불구하고, 내가 행복하다는 사실에 치가 떨릴 때도 있었다.
굳이 그 행복을 반납하려 애쓰지는 않으면서도 그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요일에 늦잠을 자고 교회에 간 엄마와 경아를 기다리는 동안에는 가끔 성경에 나오는 마리아와 마르타 자매의이야기를 생각했다. 어느 날 예수가 그 자매의 집에 방문했는데, 언니인 마르타가 예수와 다른 손님들을 대접할 음식을 준비할 동안 동생인 마리아는 예수 앞에 앉아 예수의 가르침을 듣고 있었다는 이야기. 마르타가 마리아에게 이리와서 언니의 일을 도와달라고 했더니 예수는 오히려 마르타를 나무라며, 마리아가 지금 하는 일이 마르타 당신의 일보다 덜 중요한 게 아니라고 했다던가. 그런 식이다. 신데렐라의, 콩쥐의, 마리아의 자매는 나쁜 사람으로 기록된다. 선하고 지혜롭고 아름다운 여자에게는 악하고 게으르고 시샘 이 많은 자매가 있다. 그렇다고들 한다. 

매우 간단한 얘기였다. 힘점을 찾으면 된다. 무엇이든그렇다. 힘점이 어디 있는지 파악하면 간단히 무너뜨릴 수있다

모두들 죽음에서 가 장 마땅한 이야기를 추출하고 싶어 한다는 것. 연인의 유 해에는 그들의 자세처럼 견고한 로맨스가 어울리기에 근육 이 어쩌고 하는 이야기를 굳이 꺼내지 않지만, 자위남의 유해에는 어쩔 수 없는 과학적인 사연이 있었다는 이야기를덧붙여 그의 명예를 조금이나마 지켜주고자 하는 것.

사람의 악의나 비틀린 호의를 짐작하는 버릇 때문에 늘 신경이 곤두서 있는 나에게 언니는 너무어려운 사람이었다. 단순할 만큼이나 좋은 사람. 그처럼 어려운 상대는 없었다.

경아가 화장품 선물을 하면서 포스트잇에 썼던 것처럼 경아가 화장을 해줬다면 좀 나았을까. 그렇지만내가 지금 화장을 해야 하는 이유는 경아가 없어서가 아니고… 경아가 없어서였다. 이런 말장난 같은 것을 생각하면서 멍하니 거울을 보고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