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령 ‘언어는 생각을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 ‘언어로는 세상을 기술하기 어렵다‘, ‘언어는 불완전하기 그지없다‘ 등의 주장을 인문학은 언어를 통해 펼친다. 이렇듯 언어를 불평하는 행위마저언어로 실천하는 활동이 인문학이다. 

일단 원문으로 된 글을 읽을 때 잘 이해가 안 됐고, 반복해서 계속 읽다 보니 자기 식으로 이해하든지 그냥 용어만 외우든지 해서 아무튼 결과적으로 익숙해졌다. 하지만 남에게 설면하기는 여전히 요령부득이다. 이 상태로 글을 쓰면 글쓴이 본인도 모르고 독자도 모르는 글이 완성된다. 더 중요한 건, 다른 전문가들의 역할이다. 대다수가 잘 모르겠으니, 서로 지적하거나 간섭하지 않고, 나아가 그런 글이 유통되는 것에 침묵하거나 동참한다. 비평 담론의 부재, 논쟁의 부재는 산 증거다. 인문 병신체는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했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되, 감히 알려고 하라.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인문학의 윤리다.

나는 교양을 위해 역사와 과학을 공부하는 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인간과 자연을 더 많이 알게 해주니까. 철학이라는 말을 둘러싼 에피소드, 인물, 전문용어 등을 아는 건 도움이 될까? 나는 시간낭비라고 본다. 그걸 외워서 어디에 써먹을 건데? 중요한 건 ‘문제‘다. 어떤 문제를풀려고 하는가? 이게 철학함의 출발이다. 

철학한다는 건 더 용감하고 솔직하고 겸손하다는 뜻이다. 또한 더짓궂고 장난스럽고 무례하다는 뜻이다. 나아가 모든 권위를 비판하고손수 평가한다는 뜻이다. 철학자는 누구보다 깐깐하고 쪼잔하고 가혹하다. 철학은 관대하게 덕담 따윌 들려주지 않는다. 철학은 주례사도아니다. 철학은 단정한다. 철학은 생각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철학‘ 따윈 되도록 공부하지 않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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