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의 경제학
글렌 허버드 & 팀 케인 지음, 김태훈 옮김 / 민음사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 1. 경제학


경제라는 말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건 오래지 않은 일이다.

딱히 아쉽지 않았다는 말일 수도 있으나..그 반면 스스로를 경제의 주체라고 느끼지 못했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경제, 특히나 국가의 경제라는 건 개인과 관계없이 저들의 메카니즘으로 굴러가는 것이고 저들의 규칙에 '나'라는 개인은 포함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막연한 불신때문인지도 모를일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이 판세를 읽어내지 못하면 스스로 도태되거나 저들의 먹이가 되고 말것이라는 불안과 두려움이 엄습하기 시작한것이다.

항간에 나와있는 경제학서적들을 읽으면서 "도무지 무슨 소린지 알 수 없어.."라거나 "이런 이론까지 알아야해?"라는 반문을 수없이 하게 된다.

즉, 너무 전문적이거나 너무 어렵다는 말이다. 그렇지 않고 쉽게 쓰여진 경제학도서들은 멘토링처럼 시시콜콜하게 뻔한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희망고문을 하곤 한다.

너무 어렵거나 너무 아쉽거나..이 상황에 경제학의 <총,균,쇠>라고 일컬어지는 책을 마주한다.

그 어마어마한 인류의 역사와 함께 되짚어볼 수 있을까? 기대를 갖는다.


#2. 경제의 문제


역사적으로 세계의 패권을 쥐었던 나라들의 본질은 군사력이나 지도력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즉 로마나 몽골의 정복전쟁은 본질적으로 경제의 문제였다는 관점이 흥미롭다.

위대한 지도자의 통솔력이나 군대의 전투력와 용맹함을 그 원인이라고 알고 있던 보통의 사람의 허를 찌르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경제적인 부분을 틀어쥐고 그 규칙과 원리를 살피고 운용하는 것 또한 지도자의 역할이었다고 한다면, 분명 뛰어난 지도자였을게다. 하지만 순수하게 군사력과 통치력으로 패권을 쥐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단단한 오해라고 책은 말한다.

구체적 근거들을 제시하며 역사적으로 변형되거나 주요하게 작용하고 있는 경제원리들을 설명하고 있다

현시점에서 "미국"의 정치적 지위와 경제적 변화와 우려를 역사적인 고찰과 더불어 짚어낸다고 보면 참..걱정 많은 나라구나..싶어지기도 한다. 


4.로마의 폐허

5.중국의 보물

6.스페인의 지는 해

7.노예의 법칙 :오스만의 역설

8.일본의 개방

9.영국의 몰락

10.유럽:통일성과 다양성

11.꿈꾸는 캘리포니아

12.미국의 미래.


처음의 서론과 마지막부분을 제외하고 목차만으로도 그 흥미로움을 더한다.

주목받고 힘을 갖던 나라들. 그 나라들이 중심이 되는 시점과 몰락의 시점을 경제적인 언어와 구조의 풀이로 설명하고 있다.

딱딱하고 어려운 부분도 분명 있지만, 학창시절 배웠던 세계사의 흐름과 기억나는대로 연결해서 이해하며 하나의 커다란 경제연표를 만드는 기분으로 읽어내리는 것이 나름 재미있었다.



#3. 전문가는 아니지만.


다양한 책들을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전문적인 서적들은 감히 도전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쉽게 풀이된 책들은 너무 가볍거나 조금 읽다보면 그 속내를 읽어낼 수 있을만큼 내용이 얇다.

개개인별로 호불호가 분명히 있겠지만, 경제적인 구조와 규칙들이 이미 삶의 일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면, 또한 우리 사회의 중요한 축으로 작용하고 있다면 이에 대한 의문과 개념에 대한 이해는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어렵지도 너무 쉽지도 않고..미처 헤아려보지 못한 기준점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목처럼 BALANCE가 잘 맞추어진 책이라는 느낌이다.


이제는 전문가가 아닐지라도..사회의 변화의 방향을 가늠해 보는 안목을 지니는 것 또한 중요하리라.

문제는..잘 모르는 용어들에 대한 개념정리. 그것을 하나씩 찾아가며 읽다보니 시간이 꽤 걸리긴 했다. 그래프를 읽어내는 것 또한 한참 걸리고..솔직히 어느 부분은 그냥 넘어가기도 했고..

그래도 막연한 고민과 불안이 아닌 자신만의 근거와 개념으로 대안을 읽어낼 수 있다면..큰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이다.


경제적 불균형에서 오는 정치적 근간의 흔들림이나 양극화의 심화..구조 안에서 이익과 권력을 취하는 집단과 구조 밖으로 밀려나 소외되는 집단의 거리는 갈수록 멀어지고 깊어진다. 다만 미국의 문제라고 치부할 수 없는건, 이런 모습을 우리나라에서도 구조적 모순과 분배의 불평등이 심화되기 시작했고(이미 고질화되어졌고) 권력의 경제장악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문제는..균형이다. 

이 균형이 시장의 자율로 가능할 것인가. 균형의 근거를 무엇으로 둘 것인가. 역사적으로 드러난 증거들을 어떻게 분석하고 적용하여 오류를 바로잡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적잖이 되어진다.


쉽게 읽을 수는 있지만..결코 가볍지 않은..경제를 틀로 한 전문적 지식이 나열되어져있지만..누구나 읽어볼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표지를 벗기고..은빛 바탕에 적힌 <BALANCE>라는 글씨를 한참 들여다본다.

그래..균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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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예쁜 책들이 많이 나왔다.


 소녀 감성은 아니지만..이런 표지에 한동안 시선을 빼앗긴다. 

 페렉의 <산문팔이 소녀>의 표지나 <파란 아이>의 표지는 또 얼마나 근사했었던가. 느닷없이 <빨강머리 앤>을 연상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다. 표지에 별 의미를 두지 않지만, 어느날 문득 꽂히면 온통 거기에 정신을 빼앗기곤 한다.



홍차수업은 참 좋은 책이라는 평이 많다. 홍차에 대한 이야기들이 향기로운가보다. "잔"은 그 표지마저 조심스레 두 손으로 받쳐들게 만든다. 설렘의 저 인장은 또 어떤가..


이렇게 세 권의 책을 놓으니..티타임에 초대받은 설렘마저 느껴진다.

앨리스도 오려나?

















사실, 내 책장에서 제일 미녀(?)로 분류되는 책들은 이런 책들이다.















가장 많은 이들에게 선물을 했던 책들이다. 하나 하나의 감성은 마치 편지지처럼 온 마음을 내어놓게 만든다.

펜도 없이 적혀온 사연을 안경도 없이 읽어내다 소리없이 뚝뚝 눈물을 흘리거나, 가슴을 쓸어내리거나, 비릿한 웃음을 남길지라도 전혀 과하거나 모자라지 않을 표지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이렇게 예쁘게 첫 얼굴을 내비치는 책들에게 반하지 않을 재간이 있을까?

큰일이다.

사방에서 나오는 예쁜 표지들..

선선해지는 날씨따라..편지라도 써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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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2014년의 공통의 미션은 살아남기라고 했다.

그 말에 쉽게 반론을 제기 하지 못하는 건 어쩌면 공감도 되고 딱히 아니라고 할만한 근거를 쉽사리 대지 못하기 때문일것이다.

그래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떠나겠다고 하는 이들도 종종 보게 된다.

떠날 수 있다면 떠나겠는가..떠날 수 없다는 쪽으로 추가 기울고 그럴 수 없는 현실은 발목을 꺽는다.

삶의 공간을 떠날 수 없다면..시간은 어떤가?

시간을 뛰어넘거나 잘라낼 수 있다면 말이다.

이런 말도 안되는 생각에 몰입할 때 즈음..꽤 좋은 책의 출간소식을 듣는다.

 

자고 일어났더니 백년도 넘게 시간이 훌쩍 지나가있다.

 견고할 것만 같던 자본주의가 무너져있다..심지어.

 어떤 기분일까?

 지금의 경제체제에 대한 이야기가, 잔뜩 웅크리고 있을까?

표지의 그림 역시..심상치않다.

 

 

 

 

 

 

 

 

누군가 내 생각을 읽은건가? 얼마전 닥터슬립을 읽고 난 후유증인지..샤이닝..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또한 더불어 자본론도..현 금융경제의 틀과 권력의 관계도...신자유주의의 물결 속에 소외되어지는 소수라 믿고 싶은 다수의 동력들에 대한 생각으로 깊어진다.

 

 

 

 

 

 

 

 

 

 

 

 

 

 

 

사고의 흐름이 우습게 전재되고 있다.

소설에서 시작해서 소외의 이야기까지..

어쩌면 지금..

적극적으로 인간의 역사와 그 역사 속에서 경제와 권력의 밀월에 대해 되짚어야 할 시기가 아닐까.

최소한 대한민국에서 왜곡되어지고 있는 자본주의와 권력에 압사당하는 대다수 민중의 설움에 대해서 말이다.

어쩐지 기대된다.

우리는 모두..소외된채 떠도는 이방인인지도 모를 일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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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참 괜찮은 선물을 받았다.

느닷없고 뜬금없는 선물 중 책 선물이 최고라는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

가끔 동화책을 읽거나, 그림책을 읽거나, 청소년도서를 찾아 읽는다.

딱 수준이 그정도라고 해도 할 말은 없다. 좋으니까..재미있으니까..뭉클하니까..


 제목도 표지도 각 책마다 이야기를 담아 준 작가도 아귀가 딱 맞는 퍼즐처럼 어울린다.

 이런 표지 너무 좋다.

 청소년 도서의 표지들은 아주 단순하거나 조금 유치하거나 과도하게 희망적이어서 늘 부담

 스럽곤했다. "이건 청소년들이나 읽는거요!" 광고하듯이 말이다.

 여튼..이 세권에 이벤트도 하나 걸렸다고 했다. 초등학교5학년부터 고3까진가? 

 많이들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









근래들어 몇권의 책을 이래저래 받고나서 자꾸 들추게 된다.


인문학이 대세이긴 하다..어린이 인문학!

 왜? 라고 자꾸 묻던 아이는 이미 훌쩍 커버렸지만, 아직도 대답을 

 듣지 못했던 질문을 질겅질겅 씹고 있다. 백과사전이 답해준 것을

 그냥 믿고 이해하려하지만, 그 답이 늘 옳지 않다는 걸 이미 알아버린 거다. 좀 산만한 편집이긴 하지만, 아이들과 때때로 펼쳐보기 좋은 책이라는 생각!


늑대가 나는 날..이거 정말 재밌다. 그림도 독특하고..날씨와 동물이 적절하게 배치되면서 뭔가 무시무시한 상상을 하게 된다.

어젯밤..비가 내리고 밖은 어두웠다. 나도 모르게.."고래가 오나봐"하고  웃었다. 





 이렇게 올 해 들어 재밌게 본 그림책(?)이다. 이제 너랑 안놀아! 표지의 저 표정이라니..*^^*









가끔 그림책을 읽기도 하고, 청소년 도서를 읽어보기도 한다. 완득이나 파란 아이 같은 소설도 좋고 마당을 나온 암탉이라는 베스트셀러도 좋다. 문제는 이런 책들을 아이들은 쉽게 접하지도 자연스럽게 읽지도 않거나 못한다는 현실.


숙제처럼 교재처럼 읽어내야하는 글이

 신나고 재밌으며 감동적이거나 오래 남는 무엇이긴 어렵다. 


청소년 도서라는 말 자체가 갖는 '별 재미는 없어도 감동은 무지 많을게 분명한'이라는 함축적 느낌을 벗어낼 수 없다. 게다가 '이거 무척 교훈적인거야'라는 메아리같은 환청도..





어쩌면 이 책들은 어린왕자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초등학교때 "이게 뭐야?" 했던 어린왕자를 어른이 되서는 줄창 가방에 넣어다니며 꺼내보곤 했으니 말이다.

청소년도서, 혹은 아이들의 책에서 더 큰 것을 배운다.


어쩌면..행간 사이의 여백이, 그림 뒤편의 공간이..이제 보이는 나이가 된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이 책들은 아동도서, 혹은 청소년 도서가 아닌..성인도서인게 맞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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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닥터 슬립 - 전2권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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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책을 펼친다

 

<스티븐 킹의 대표작 샤이닝, 30여년만에 돌아온 매혹적인 후속작>

이 카피가 주는 힘은 생각보다 컸다. 스티븐 킹이라는 이름이 주는 기대감과 그 때 그 아이는 어찌된것인가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또한,

스티븐 킹의 닥터 슬립은 킹식 글쓰기의 본질이 훌륭하게 드러난 작품이며, 그의 여러 걸작에 드러난 장점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마거렛 에트우드

마거렛의 추천사는 요즘 말로 "닥치고 정독!"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킹식 글쓰기>라니..그의 장점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니..

 

두 권이라는 분량이 주는 압박감은 차후의 문제였다. 어쨌든 읽어내리기 시작한다.

오버룩 호텔에서 살아남은 어린 댄,그의 특별한 능력으로 호스피스 일을 하며 사람들을 평온하게 죽음의 세계로 인도한다. 자신의 정체를 들키고 싶지 않은 댄. 그가 강력한 샤이닝을 가진 아브라와 샤이닝의 기력을 먹고 사는 초능력 집단 '트루낫'과 만나게 되는 것. 그들과의 목숨을 건 싸움. 아니 전쟁을 겪어내는 것이 주요한 이야기의 골자이다.

킹의 글은 괴기스러움과 잔혹함을 넘어서는 여유를 지니고 있다. 소름이 끼치는 대신 긴장을 하게 한다. 또한 때때로 어떻게 될것인가 집중하고 있던 순간, 누군가 내 생각을 읽어내는 건 아닐까? 주변을 둘러보게 한다.

어쩌면 따스하기까지한 스릴러 판타지. 썩 잘 구성되고 현란하며 집요한 영화를 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긴 숨을 내쉰다. 멍하니 올려다본 천정에 엔딩 크레딧이 멋지게 올라가는 건 아닐까..싶을 만큼 오랜 잔상이 남기도 한다.

 

개인적 취향으로..좀비나, 벰파이어, 외계인이 나오는 글이나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초능력자 포함해서..

완전히 신화적이거나 완전히 현실적이지 않으면 깔끔하게 감상이 수습되지 않는 성격과 내가 믿지 못하는 것들에 현혹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까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닥터슬립을 읽으면서는 몰입이 된것이다.

조이스 캐럴 오츠에 매혹되었던 때가 떠오르는 순간이다.

그렇다면, 좋아하지 않는 장르의 소설에 매혹되는 원인이 무엇일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치밀함이다.

최소한 내가 거부하는 현상이지만 그럴 수 있다고 치고, 어디 한 번 보자..라는 나의 건방진 자세를 보기 좋게 깨어내는 필력과 치밀함, 어느 하나 허술하지 않아 반격하거나 폄하할 수 없는 치밀함. 그것이 존재할 때, 나는 온전히 매료된다.

 

닥터 슬립은 그런 글이었다. 환상체험을 한 것 처럼말이다. "킹식의 글쓰기" "그의 장점이 모두 발휘된"이라는 추천사의 의미를 알게 되는 것이다.

 

후텁지근하고 끈적한 여름 날, 이렇게 해도 집중이 안되고 저렇게 해도 시원해지지 않을 때, 아무렇게나 누워 펼쳐보면 그대로 시간과 공간을 틀어쥔 채 타임슬립을 결험하게 되는 것이다. 과한가? 아니, 정말 그렇다.

 

 

# 2. 생각을 지켜라.

 

샤이닝을 고문하고 그들의 기력을 먹이로 삼는 트루 낫. True Knot. 왜 하필 이런 이름을 지었을까를 생각했다. 진짜 매듭, 진짜 고리? 선과 악의 고리, 평온과 파멸의 고리, 그 사이에 어찌할 수 없는 알력의 매듭. 그것을 풀어내는 것이 삶의 전쟁이 되어지는 걸까? 그래서..그들을 트루 낫이라고 명명하게 된걸까?

언제나 부수적인 내용들에 집착하는 나의 독서법은 또다시 하나의 생각에 사로잡힌다.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고, 누군가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읽어낸다.

누군가 죽었고, 그를 잃고 아파하는 사람과 떠나지 못하는 사람을 누군가 보고 있다.

이것이 축복인지 저주인지..

이야기가 진행되어지면서 여러 드라마와 영화들이 겹쳐지기 시작했다.

고스트 위스퍼러, 리스너, 언더 더 돔, 그린 마일, 히치콕..

어쩌면 하나같이 내가 믿지 못했던 것들이다. 저럴 수는 없어. (히치 콕은 예외다. 그는 언제나 존경의 대상이므로..). 혹은 영화니까, 드라마니까, 라는 말로 치부해버렸던 것들이 자꾸 눈에 밟히는 것이다.

극작가로서 스티븐 킹의 그림자가 짙게 배어진 것은 아니었을까?

 

여튼 누군가 내 생각과 기억을 헤집고 있다는 사실, 혹은 내가 잊고 있던 기억까지 짚어낸다는 사실이 가능한 일이라면 이것처럼 섬뜩한 일도 없겠구나 싶어졌다.

때론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으면 좋겠어..하며 자신의 기억 제일 어두운 곳에 가장 은밀하게 숨겨두고 싶은 기억, 혹은 생각들이 있다. 그것을 내 허락도 없이, 아니 나 자신조차도 모르게 누군가 엿보고 있다는 건..무서운 일이다.

샤이닝은 과연 축복일까?

 

# 3.

아주 잘 짜여진 설계도이다. 따라서 가다보면 무엇을 만나든 체감도는 기대 이상일 것이라는 건 분명하다.

뒹굴거리며 누워서 혹은 엎드려서 한숨에 후루룩 읽어냈다.

저녁부터 다시 저녁이 되는 시간까지.닥터슬립을 따라 긴 여행을 했다. 피비린내가 넘쳐나는 그 길이 인상적이었다.

자칫 질려버릴 것 같은 지점에 예기치 않게 나타난 유머코드 또한 훌륭했다. 거친 오프로드를 달리다 만나게 되는 안정적인 길처럼, 혹은 적당히 그늘이 지고 바람이 부는 길처럼 말이다.

 

(도와줄 수 있지. 부탁이야. 닥터. 도와줄 수 있지.)

그렇다 그는 도와줄 수 있었다. 그것이 그의 서약이자 그가 태어난 이유였다. (...)

 

(가지마)

'안 가." 댄이 말했다. "여기 있어. 당신이 잠들 때까지 여기 있을거야."

 이제 그는 두 손으로 칼리의 손을 맞잡았다. 그러고는 미소를 지었다.

"당신이 잠들 때까지."

(p406)

 

하지만..누군가 꼭 읽어주었으면 하는 기억과 생각도 있다. 가끔은..

닥터 슬립처럼 내 손을 맞잡고 내 생각을 들어줄 그런 사람이..있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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