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래희망?
"수학쌤 되는거요. 학원이든 학교든 상관없어요."
이런 뜬금없고 어이없는 장래희망을 이야기 하는 녀석이 있다. 녀석의 장래희망을 들은 아이들의 진저리치는 모습과 야유가 교실에 가득차도 녀석은 한치의 양보도 없이 싱긋이 웃는다.
-으~수학 어렵다 아이가?
-헐, 수학쌤이래 미칬는갑다.
-왜?
녀석은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짓다 나를 바라본다. 뭔가 도움을 달라는 표시일게다.
-왜 하필 수학쌤이 하고 싶은데?
-뭔가 재밌잖아요. 문제 푸는것도 그렇고 개념들도 그렇고.
-재밌다고?
-네!
녀석의 <수학은 재밌다>에 아이들은 드디어 한계에 이른 비명을 지르고 지우개가루를 던지는 지경에 이르른다.
독특한 녀석이다. 새로운 개념을 이야기하기 위해 수학사나 수학자들의 이야기를 에피소드처럼 이야기해줄 때 혼자서만 "오오~~"하며 감탄을 한다.
시큰둥한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그래서요?"를 연발한다. 결국 새 개념에 대한 설명은 다음 시간으로 미루어지고 그 개념이 나오게 된 배경에 대한 이야기만 한시간동안 이야기하게 된다. 그 녀석과 나, 둘만 신나는 시간인셈이다.
수학이 좋다는 녀석이 그런 말을 했다.
"수학은 푸는게 아니라 묻는거 같아요. 뭔가 자꾸 제게 묻고, 저는 되묻고 그렇게 자꾸만 왜? 왜? 하다보면 뭔가 짜릿해요"
대단한 녀석이라는 생각을 한다.
열다섯살 짜리, 그냥 수학이 좋은 그 아이의 말이 내 심장에 박혔다.
사실, 아이의 열성에 비하면 성적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그래서 내심 걱정이 많다고 했다 수학전공을 못하게 될까봐말이다.
까짓것 전공 안하면 어때? 수학은 수학과만 하란법있어?
수학은 모든것이고 수학은 전체이고 부분이며 어떤것이고 모든것인데말이다.
성적으로 성취의 정도를 가늠하는 상황에서 수학만큼 어려운게 없을게다.
수학은 數學 이라기 보다 搜學이며 修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묻고, 대답하고, 사유하고 증명하는 과정이 그 근간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계산력이 중요하긴 하지만, 사실 계산을 잘하는 건, 계산기를 잘 다루는 것보다 효율적이지 않다.
문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부쩍 늘었다. 논리로 해결하지 않고 계산으로 해결하려다보니 수학은 배배꼬인 꽈배기 같고 그 시작을 알 수 없는 뫼비우스의 띠 처럼 느껴진다. 아이들에게 여러가지 책을 읽힌다. 문제집보다 책이 더 많이 쌓인 내 책상은 아이들의 방앗간이다.
망할 놈의 수학은 없다.
수학이 망하진 않는다. 수학과 싸우려들지 말아야 한다.
살아가면서 맞게되는 모든 결정의 순간에 합리적인 결정을 유도해내는 과정..그것이 수학적 논리이고 사고력인것이다. 그런 훈련을 하는 것이 수학교육이 되어야한다. 점수집계를 위한 계산훈련이 아닌..
"쌤, 수학은 진짜 멋있어요!"
오늘도 야유와 지탄(?)속에서 꿋꿋이 수학이 좋다고 외치는 열다섯 꼬맹이의 눈동자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