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하마 후베르타의 여행 - 왜 하기 하마는 아프리카 대륙을 홀로 떠돌게 되었을까?
시슬리 반 스트라텐 지음, 이경아 그림, 유정화 옮김 / 파랑새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어릴 때 "엄마찾아 삼만리"라는 만화영화를 좋아했다. 뜻모르고 시큰거리는 콧잔등과 어이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이 좋았다.

"아득한 바다 저멀리 산 높고 물길 설어도~"로 시작하는 주제가는 어느 순간 목메인 웅얼거림이 되곤했다. 어린 마르코가 엄마를 찾아 떠나는 이야기. 그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부딪히고 상처받고 용서하며 엄마를 찾아가는 이야기..

일주일에 한 번, 만화를 보고 나면 나는 습관처럼 엄마에게 달려가 손을 꼭 잡곤했다.

그 때를 엄마는 이렇게 이야기하신다.

"노래 나올 때부터 울기 시작해서 마지막까지 울다가 착한 얼굴로 내 손을 잡고 또 울었지" 

사고뭉치였던 내가 유일하게 착해지는 시간..엄마 찾아 삼만리를 보고 난 후였다. 물론 그 지속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우리 엄마는 나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늘 들었기에 나는 여전히 천방지축 사고뭉치로 행복할 수 있었다.


엄마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마르코는 그 어려움을 이겨낸다. 하지만 후베르타는? 

엄마를 잃은 후베르타의 여정은 마르코보다 더 힘겹고 어려웠을게다. 이 마른 땅의 끝에서 만날 수 있는 최고의 보상은 "엄마"였을것이나, 그것을 후베르타는 기대하지도 꿈꾸지도 못한다. 아니..할 수 없다.

사람들의 이기심과 잔인함에 후베르타는 고통받게 된다.


어찌하여 사람들은 이토록 외로운 하마를

범죄자로 몰아가는 것일까?

가족에게서 멀어져 길을 잃고

두려워하는 어리석은 자들이리라.

하마의 부모를 생각하며

한숨짓는 고아이리라

하마가 바라는 소망은 오로지

인간의 연민인 것을.

사눌타리 깎아 만든 땅에서 어슬렁거리고

텅 빈 창고에서 쉴 수만 있어도 좋을 것을. -W.K.H (p108)


밑줄을 그은 대목에서 후베르타의 소망, 후베르타의 고통을 읽어낼 수 있다.



그냥 어미를 잃은 어린 하마로 내버려두지 못하는 사람들에 의해 쫓기고 유랑하게 되는 후베르타의 길은 어쩌면 이렇게도 숨막히는건지 화가 나기도 한다.


후베르타는 결국 사람들의 곁을 떠난다. 어미인 노비켈라의 곁으로 돌아간다.

이 세상에 살았던 흔적을 이야기와 작은 진흙인형으로 남겨둔 채 말이다.




눈물이 나면 그대로 두면 된다.

아이가 읽고 울고 있다면 그대로 두면 된다.

그렇게 한참을 울고 난 후에야 슬픔은 잘 닦인 유리구슬처럼 남겨질테니말이다.

책을 읽으며 훌쩍대본 것이 언제적인지도 모르겠다. 이 아프고 믿겨지지 않는 이야기가 실화라는 것이 더 속상하지만..이렇게 만나는 후베르타는 마르코가 내게 주었던 아름다운 슬픔을 다시 확인시켜주었다.

울어도 괜찮아.

포기하지만 않으면...

"홈..홈..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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