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닥터 슬립 - 전2권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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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책을 펼친다

 

<스티븐 킹의 대표작 샤이닝, 30여년만에 돌아온 매혹적인 후속작>

이 카피가 주는 힘은 생각보다 컸다. 스티븐 킹이라는 이름이 주는 기대감과 그 때 그 아이는 어찌된것인가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또한,

스티븐 킹의 닥터 슬립은 킹식 글쓰기의 본질이 훌륭하게 드러난 작품이며, 그의 여러 걸작에 드러난 장점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마거렛 에트우드

마거렛의 추천사는 요즘 말로 "닥치고 정독!"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킹식 글쓰기>라니..그의 장점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니..

 

두 권이라는 분량이 주는 압박감은 차후의 문제였다. 어쨌든 읽어내리기 시작한다.

오버룩 호텔에서 살아남은 어린 댄,그의 특별한 능력으로 호스피스 일을 하며 사람들을 평온하게 죽음의 세계로 인도한다. 자신의 정체를 들키고 싶지 않은 댄. 그가 강력한 샤이닝을 가진 아브라와 샤이닝의 기력을 먹고 사는 초능력 집단 '트루낫'과 만나게 되는 것. 그들과의 목숨을 건 싸움. 아니 전쟁을 겪어내는 것이 주요한 이야기의 골자이다.

킹의 글은 괴기스러움과 잔혹함을 넘어서는 여유를 지니고 있다. 소름이 끼치는 대신 긴장을 하게 한다. 또한 때때로 어떻게 될것인가 집중하고 있던 순간, 누군가 내 생각을 읽어내는 건 아닐까? 주변을 둘러보게 한다.

어쩌면 따스하기까지한 스릴러 판타지. 썩 잘 구성되고 현란하며 집요한 영화를 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긴 숨을 내쉰다. 멍하니 올려다본 천정에 엔딩 크레딧이 멋지게 올라가는 건 아닐까..싶을 만큼 오랜 잔상이 남기도 한다.

 

개인적 취향으로..좀비나, 벰파이어, 외계인이 나오는 글이나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초능력자 포함해서..

완전히 신화적이거나 완전히 현실적이지 않으면 깔끔하게 감상이 수습되지 않는 성격과 내가 믿지 못하는 것들에 현혹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까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닥터슬립을 읽으면서는 몰입이 된것이다.

조이스 캐럴 오츠에 매혹되었던 때가 떠오르는 순간이다.

그렇다면, 좋아하지 않는 장르의 소설에 매혹되는 원인이 무엇일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치밀함이다.

최소한 내가 거부하는 현상이지만 그럴 수 있다고 치고, 어디 한 번 보자..라는 나의 건방진 자세를 보기 좋게 깨어내는 필력과 치밀함, 어느 하나 허술하지 않아 반격하거나 폄하할 수 없는 치밀함. 그것이 존재할 때, 나는 온전히 매료된다.

 

닥터 슬립은 그런 글이었다. 환상체험을 한 것 처럼말이다. "킹식의 글쓰기" "그의 장점이 모두 발휘된"이라는 추천사의 의미를 알게 되는 것이다.

 

후텁지근하고 끈적한 여름 날, 이렇게 해도 집중이 안되고 저렇게 해도 시원해지지 않을 때, 아무렇게나 누워 펼쳐보면 그대로 시간과 공간을 틀어쥔 채 타임슬립을 결험하게 되는 것이다. 과한가? 아니, 정말 그렇다.

 

 

# 2. 생각을 지켜라.

 

샤이닝을 고문하고 그들의 기력을 먹이로 삼는 트루 낫. True Knot. 왜 하필 이런 이름을 지었을까를 생각했다. 진짜 매듭, 진짜 고리? 선과 악의 고리, 평온과 파멸의 고리, 그 사이에 어찌할 수 없는 알력의 매듭. 그것을 풀어내는 것이 삶의 전쟁이 되어지는 걸까? 그래서..그들을 트루 낫이라고 명명하게 된걸까?

언제나 부수적인 내용들에 집착하는 나의 독서법은 또다시 하나의 생각에 사로잡힌다.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고, 누군가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읽어낸다.

누군가 죽었고, 그를 잃고 아파하는 사람과 떠나지 못하는 사람을 누군가 보고 있다.

이것이 축복인지 저주인지..

이야기가 진행되어지면서 여러 드라마와 영화들이 겹쳐지기 시작했다.

고스트 위스퍼러, 리스너, 언더 더 돔, 그린 마일, 히치콕..

어쩌면 하나같이 내가 믿지 못했던 것들이다. 저럴 수는 없어. (히치 콕은 예외다. 그는 언제나 존경의 대상이므로..). 혹은 영화니까, 드라마니까, 라는 말로 치부해버렸던 것들이 자꾸 눈에 밟히는 것이다.

극작가로서 스티븐 킹의 그림자가 짙게 배어진 것은 아니었을까?

 

여튼 누군가 내 생각과 기억을 헤집고 있다는 사실, 혹은 내가 잊고 있던 기억까지 짚어낸다는 사실이 가능한 일이라면 이것처럼 섬뜩한 일도 없겠구나 싶어졌다.

때론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으면 좋겠어..하며 자신의 기억 제일 어두운 곳에 가장 은밀하게 숨겨두고 싶은 기억, 혹은 생각들이 있다. 그것을 내 허락도 없이, 아니 나 자신조차도 모르게 누군가 엿보고 있다는 건..무서운 일이다.

샤이닝은 과연 축복일까?

 

# 3.

아주 잘 짜여진 설계도이다. 따라서 가다보면 무엇을 만나든 체감도는 기대 이상일 것이라는 건 분명하다.

뒹굴거리며 누워서 혹은 엎드려서 한숨에 후루룩 읽어냈다.

저녁부터 다시 저녁이 되는 시간까지.닥터슬립을 따라 긴 여행을 했다. 피비린내가 넘쳐나는 그 길이 인상적이었다.

자칫 질려버릴 것 같은 지점에 예기치 않게 나타난 유머코드 또한 훌륭했다. 거친 오프로드를 달리다 만나게 되는 안정적인 길처럼, 혹은 적당히 그늘이 지고 바람이 부는 길처럼 말이다.

 

(도와줄 수 있지. 부탁이야. 닥터. 도와줄 수 있지.)

그렇다 그는 도와줄 수 있었다. 그것이 그의 서약이자 그가 태어난 이유였다. (...)

 

(가지마)

'안 가." 댄이 말했다. "여기 있어. 당신이 잠들 때까지 여기 있을거야."

 이제 그는 두 손으로 칼리의 손을 맞잡았다. 그러고는 미소를 지었다.

"당신이 잠들 때까지."

(p406)

 

하지만..누군가 꼭 읽어주었으면 하는 기억과 생각도 있다. 가끔은..

닥터 슬립처럼 내 손을 맞잡고 내 생각을 들어줄 그런 사람이..있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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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다. 한 밤에 끈적한 무언가 목을 감아 흐르기도 하고, 이마에 맺힌 무언가 또르르 굴러떨어져 잔뜩 찡그린 표정으로 잠에서 깨기 일쑤다.

땀이 나고, 공기는 덥다. 아무리 맑고 깨끗한 꿈을 꾸고 있었더라도, 한순간에 후텁지근하고 눅눅한 꿈으로 빨려들고 만다.


어릴 땐, 이렇게 잠도 오지 않는 밤이면 같이 잠들지 못한 친구를 깨워 이야기를 하곤 했다.

'이건, 내가 들은 이야긴데..낙산사 알지? 거기 찾아가던 두 여자이야기야. 혹시 들어봤어?' 잔뜩 겁먹은 목소리로 소근소근 이야기를 시작하면 저절로 목소리가 작아지고 눈동자는 빠르게 움직이고 몸은 잔뜩 앞으로 쏠리게 된다.

가끔 이야기를 하다말고.."왁~!"하고 소리를 질러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친구도 있었지만 말이다.

이제는 이렇게 모여앉아 같이 이야기를 나눌 겁많은 친구들도 없고, 왠만해선 놀라지도 않을 세상의 충격에 익숙해져버렸지만..<기담>이라는 제목 앞에선 저절로 손이 가고, 눈이 가게 된다.

특히..이렇게 덥고 집중 안되는 시기에는 말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이다. 그의 이름이 갖는 기대치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게다가, 이

     책은 두가지 표지 중 랜덤 발송이라고 한다. (온라인 구매시에만 그런거겠지?)

     어떤 색의 표지를 가진 책이 올 것인가를 기다리는 기분도 재미있을것 같다.

    마치..빨간 휴지 줄까..파란 휴지 줄까..를 묻던 몽달귀신에게 자주표지로 줄래? 초록 표지로       줄래? 를 역으로 묻는 것처럼 말이다.

   게다가 소세키의 책을 주는 이벤트도 한단다..멋지답!








<기담>이라는 이름으로 몇가지 떠올라주는 것들이 있다.















엠브리오 기담은 아이들에게도 재미있게 읽혔다. 파란 구슬 하나를 서로 전해주며 "오오오~~대박!"을 외치면서..길치인 그가  도착하는 모든 곳은 기이하고 황망한 일들이 일어난다. 길을 잃었다는 것 부터가 기이한 이야기가 시작한다는 전조인것처럼 말이다. 때론 길을 잃어야 재미있는거라고, 그래야 사람이 보이는 거라고..주장하고 싶기도 하다.

황천기담..사람과 사람사이의 애증과 시간, 욕심과 사랑..특정한 공간에서 특정한 사람들이 특별하게 만들어가는 이야기.

칠선녀주의 향이 너무나 궁금해지는 책이다. 임철우님의 건조한듯 자연스러운 이야기가 참 좋다.

살인과 미스테리..경성기담의 이야기가 있다. 쉽게 책장을 넘기겠지만 시간이 흐른 뒤 묵직하게 남는 만고기담도 있다.

그러고 보니..무슨무슨 기담..하는 책들이 꽤 많다.


요 대목에서 좋아하는 시인. 김경주님의 시집을 하나 올려보자면..































  김경주의 책과 글들은 모험이고 도전이다. 그래서 시원하고 아슬하며 짜릿한건지도 모른다.

  김경주의 시와 극은..그대로 기담이다. 정말 기이하고 멋지게 꿈을 꾸게 하고, 또한 서늘하게 한다  









아, 이렇게 김경주의 책을 늘어놓을 게 아니었다.

그의 시, <기담>을 보고 싶었던거다.


기담(寄談) 

지도를 태운다 
묻혀 있던 지진은 
모두, 어디로 
플러가는 것일까? 

태어나고 나서야 
다시 꾸게 되는 태몽이 있다 
그 잠을 이식한 화술은 
내 무덤이 될까? 

방에 앉아 이상한 줄을 토하는 인형(人形)을 본다 

지상으로 흘러와 
자신의 태몽으로 천천히 떠가는 

인간에겐 자신의 태내로 기어 들어가서야 
다시 흘릴 수 있는 피가 있다



기담이 땡기는 요즘이다. 매일 들리는 뉴스가 거의 기담급이지만..제대로 된 기담을 보고 싶다는 것 뿐..더위는 기담으로 잡아야 한다. 건담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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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예수 붓다 - 그들은 어떻게 살아왔고,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프레데릭 르누아르 지음, 장석훈 옮김 / 판미동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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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1. 무엇을 물을 것인가?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엄청난 경제 성장 속에 우리 나라는 급성장했으나 1997년 IMF 대란은 참담하기 그지없었다.

사람들은 경제의 외곽으로 밀려났고, 망가져버린 일상의 안정을 끌어안고 황망해했다. 그래도 국가를 살리겠다는 갸륵한 마음은 제 손으로 금을 들고 나오게 했고, 저마다 마음을 보태려했다. 그렇게 보태진 마음이 어떻게 쓰였는지에 대한 보고는 없다. 그리고, 그렇게 나라의 밑돌이 되었던 사람들은 여전히 밑돌로 버티고 있다.

어쨌든. 그 때 즈음이었을게다. 웰빙이라는 말이 나돌기 시작한 것은 말이다. 잘 살기..유기농..뭐 이런 말이 나오기 시작했었다. 웰다잉이라는 말도 나왔었다. 잘 죽기..잘 산다는 건, 물질적 풍요가 아니라 행복한 마음으로 잘 산다는 건 잘 죽기 위한 준비운동이라는 그런 말이 나돌았다.

일자리가 없었다. 그나마 있던 직장도 잃었다. 창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그들은 고스란히 망했다. 그렇게 썩어진 퇴비처럼 몇몇 대단한 가게들의 밑거름이 되었다. 

컨설팅이라는 말과 멘토라는 말이 떠돌기 시작했다.

우리는 멘토의 이야기를 듣고, 감동하며, 또한 웃기도 하며 한동안 멘토를 찾았다.

하지만, 여전히 경제의 외곽에 밀려난 이들은 서럽고 힘들다.

힐링이라는 말이 다시 황사처럼 스며들기 시작했다.

치유..다치고 상한 마음을 치유하고 진정한 평안과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고, "진,정,한!"이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되었다. 힐링을 위한 강연과 캠프가 줄을 잇고, 수없이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징검다리처럼 이어진 수없이 많은 키워드의 홍수 속에 익사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싶다.

결국은 인문학에 귀결된다. 뭐든 '인문학적'이라는 말을 붙이면 근사한 것이 되었다. 사람들은 인문학적인 것에 열광했다.

사람의 문제. 본연으로 돌아온 것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상술일테고 말이다.


듣기만 하던 사람들..유창한 강연은 이제 충분하다. 혼을 빼는 웃음과 억지 눈물도 충분했다.

사람들은 이제 묻고 싶어진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거죠?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요? 인간에게 삶은 어떤 의미인가요?"


소크라테스와 예수와 붓다가 그 물음을 이렇게 되돌려준다.



# 2. 실존인물인가?


책의 시작은 그들이 실존하였는가? 묻고 증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들에 관한 책들, 경전들, 단 한 자도 그들이 직접 쓴것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록되어지고 전승되어지는 이 이야기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일지도 모른다.

그들이 정말 실존했을까? 에 대한 고고학적 자료들도 미미하다. 그렇게 위대한 사람들이었는데 어째서 여기저기 언급되지 않았을까? 그들은 권력을 쥐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고 책은 말한다. 

아..그렇겠다.

권력이 있던 이들의 소소한 것까지 기록되고 전해지는 것과 비교해보면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문제는, 어째서 나는 단 한번도 자신에게 "이들이 진짜라고 믿어?" 라는 반문을 해보지 않았을까? 였다.

너무도 당연히 고대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있었을테고, 인간의 몸을 입고 십자가에 매달렸다는 예수도 있었던 사람이고, 왕자로 부처가 된 싯다르타도 원래 있었던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들의 가공의 인물일지도 모른다고 의심하지 않은 이유는 뭘까?

아마,

그들의 존재가, 평범한 인간으로 세상에 태어나 깨우치고 가르친 그들의 존재가 실제였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이 무의식을 틀어쥐고 있던건 아닐까? 기대고 싶은 무엇이 허상이라거나 가닿을 수 없는 먼 곳의 무엇이라면 너무 막연하고 막막하니까 말이다.

또한 범접할 수 없는 존재가 아닌, 우리 이웃의 어떤 이였을지도 모를 가까운 곳의 대답이었길 바란것은 아닐까?

그들의 탄생과 성장, 가족과 성에 관한 이야기까지 조근조근하게 비교하며 이야기된다.

책을 읽으며, 그들이 살아있었던 인간이었다는 것이 자랑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내가 그들과 같은 존재성을 가졌다는 것에 흡족해지기 시작했다.



#3. 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난 존재가 아니라, 자유로워지는 존재라는 것.


자유와 평등. 세상에 태어난 인간 모두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권리라고 믿었다. 그래서 누군가 나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나를 밀어낼 때 분노했고 그래야 한다고 배웠다. 

하지만 태어나는 순간부터 불평등은 시작되었고 자유는 사회라는 틀 안에서 조금씩 부자유가 되어가고 있었다. 어쩌면 우리는 부자유를 자유라고 믿고 싶어하는 지도 모르겠다. 그래야 이 함정투성이의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것 같아서 말이다. 결국, 나를 속이는 가장 큰 적은 내 안에 있었다는 걸 인정해야만 한다.

자유로워지가 위해 끝없는 사유와 혁신을 이루어내야 한다는 것. 소크라테스와 예수와 붓다가 그랬듯이, 끝없는 물음과 대답을 해내는 시간,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내기 위한 시간을 충분히 갖을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사유의 시간은 필시 행위로 발현될 것이고, 그런 움직임들이 혁신의 불씨가 되어질 것이며, 그런 결과들이 역사를 움직이는 동력이 되어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그들이 실존했었다는 증명이 필요했던 건, 그들이 사람이었다는 전제가 필요했던것일게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내기 위한 과정들, 그 속에서 성장했던 그들과 견뎌야했던 그들이 "나"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돌려 말하지 않아도 바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어떻게 살아왔는가..그 길을 따라 갈 필요는 없다. 그들은 그들의 길을 걸었을뿐이고, 나는 내 몫의 길이 주어져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은 이미 나왔다. 자유로워져야 한다. 


소크라테스의 정의로, 예수의 사랑으로, 붓다의 자비로..우리는 기대어 쉴만한 그늘을 이미 가지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잠시 쉬어갈 그늘에 다름 아닐 것이다. 


정말 중요한 이야기는..그들의 그늘에서 쉬어가고 있는 "내"가 살아내는 이야기일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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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동굴의 단서 Maths Quest 4
데이비드 글러버 지음, 어린이를 위한 수학교육연구회 옮김, 팀 허친슨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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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아이들에게 "수학"이란 아무리 씹어도 잘 삼켜지지 않는 질긴 오징어 같은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아직 여린 치아에 너무 질기고 생경한 것을 물려 놓고, 잘 씹어야 한다고, 참 맛있는거라고, 어른의 입맛을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닐까? 

수학이란, 어쩌면 잘 놀기 위한 규칙을 배우는 과정일 수 있다. 계산력을 키우는 건 그 다음의 일이다.

사실 고난도의 계산이 아니라면 성능 좋은 계산기들도 많으니까 말이다. 추세도 계산기 사용으로 가고 있는 중이고..


MATHS QUEST!

수학 자체가 고급형 퀘스트가 되어버린 아이들에게 참 흥미로운 책이 찾아왔다.




보통의 동화처럼 주르륵 순서대로 읽어나가는 게 아니라 앞 뒤로 책을 넘겨가며 읽어내야 한다.

넘기게 되는 조건은, 문제풀이다. 페이지에서 요구하는 문제를 풀고 자신이 생각하는 답을 찾고 그 답이 제시하는 페이지로 넘어가는 구조다.


(보물 동굴의 단서 중)


생경한 구조는 아니다.

김영사에서도 이런 형식의 수학동화가 나왔었다."수학추리동화"라는 시리즈로 말이다.

문제는, 가독성이었다. 고학년들은 좀 읽어낼 수 있겠지만 저학년 친구들은 조금 지루할것도 같았다. 문장이 길고 "추리"라는 말에 걸맞게 생각해야 하는 부분도 있었으니 말이다.


(김영사 수학추리동화의 한페이지-참고)



보물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모험이다.

게임과 퀘스트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친숙한 제목과 이야기 구조가 흥미로웠다.

해적의 보물을 찾아서 떠나다니..


몇가지 문제는 앞 뒤고 넘기며 읽다보니 자칫 아이들이 귀찮아 할 수도 있겠구나 싶어졌다.

책 한 권을 반드시 한번에 읽어야 할 게 아니라면..나누어 읽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오늘은 첫번째 숫자 획득까지만!

그리고 숫자를 적어둔다. 그날 찾아간 페이지 수를 적어본다. 엄마와 같이 읽는다면 보상이 있어도 좋겠다.

작은 보상. 사탕 하나? (너무 작나?)

다음 날 두번 째 단서를 찾아나선다. 물론 책은 엄마가 잘 넣어둔다. 아이가 미리 보지 못하게..

두번째 단서를 찾아내고 퀘스트 보상이 나간다. 아이스크림? 

마지막 해적의 보물을 찾아내었을 때..파티를 연다. 피자파티? 


이렇게 한 번 읽고 나면, 그 다음엔 책을 낱장으로 분해해본다. 바닥에 펼쳐두고 처음부터 다시 단서를 찾아 나선다.

거실이 커다란 보물섬이 되는 것이다. 정답 페이지로 뛰어가 먼저 단서를 획득한다. 뭔가 스릴 있지 않은가?

초등 저학년의 자녀들이 집에 있다면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수학은 놀이다.

하나의 사물을 가지고 분석하고 분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물을 어떤 규칙으로 사용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수학이어야 한다. 주어진 것을 가지고 주어진 것만 하는게 아니라, 조금 다른, 조금 더 멋진(?)것을 해내고 싶은 욕심을 갖게 하는 것이다.

수학 점수가 낮은 아이들..어쩌면 그 아이들은 숫자와 노느라,혹은 화해 하느라 풀기를 거부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잘 씹히지 않는 오징어를 입속에서 불리고 있듯 말이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친절한 페이지가 있다.



용어 설명.

이건 참 중요한 대목이다. 꼭 읽어보아야 할 것이기도 하고..


책을 받고 한참을 가지고 놀았다. 이야기 속에 수학을 억지로 끼워맞추는 책들이 꽤 있다.

이 책은 잘 놀기 좋은 책이다. 즉, 재미있어할 만한 책이라는 거다.

더하기 빼기가 틀려도, 생각을 잘 못 해도, 상관없다. 어쨌든..책을 다 읽고 말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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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가 강요하는 '행복의 공식'을 뒤엎는 사색

17명의 대표 인문학자가 꾸려낸 새로운 삶의 프레임!


『인문학에 묻다. 행복은 어디에』서평단을 모집합니다.






▶ 도서 소개


헤르만 헤세의 시 「행복해진다는 것」에 이런 구절이 있다. 

“인생에 주어진 의무는 다른 아무것도 없다네 / 그저 행복이라는 한 가지 의무뿐.”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헤세에게는 인간의 구원과 행복만큼 중요한 문학적 화두가 없었다. 그가 보기에 우리의 존재의미는 아주 간명하다. 바로 ‘행복’이다. 



“행복은 어디에 있나. 어떻게 행복을 만드나.”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이 한 권에 모았다. 한 그루의 나무를 알아야 숲을 알 수 있다. 우리가 만난 18인의 고수들이 그런 사람들이었다. 철학, 문학, 음악, 건축, 종교, 신화, 심리학, 의학, 과학 등의 분야에서 자기 나무 한 그루를 그들은 꿰뚫고 있었다. 이를 통해 자기 전공 분야를 넘어 더 큰 세상을 조망하고 있었다. 


이 책은 그들이 바라본 풍경을 이어 붙인 삶의 지도다. 18장의 지도를 모자이크해 놓은 일종의 길라잡이랄까. 지금 이 지도를 당신의 손에 건네려 한다. 어쩌면 당신은 이 안에서 스스로 행복을 만드는 법, 그 비밀스런 오솔길을 찾을지도 모른다. 그 길은 드러나 있을 수도, 감추어진 길일 수도 있다. 어떤 고수라도 방향만 가리킬 뿐 당신의 길을 알려주진 않는다. 목적지를 향하는 나침반은 온전히 당신에게서 꺼내야 한다. 그것이 또한 길을 찾는 묘미가 되지 않겠는가.


앞서 간 이의 발자국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도 괜찮다. 처음 가보는 길을 새로 내는 것도 좋다. 어차피 그 길은 세상 어느 누구의 길과도 같지 않다. 그럼 이제 걸음을 떼 보자. 

헤세의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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