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서도 비유Allegory 를 적용하는 게 가장 적당해 보인다. 푸생이 그린 양치기들이 당신을 대신해 이 그림의 수수께끼를 풀거라고 상상해보자. 웅크리고 있는 두 명은 손가락으로 글자를가리키고 더듬어 나가면서 이를 해석하려고 한다. 그들의 이런행동은 인간이 어떻게 최초로 그림을 그리게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1세기, 고대 로마의 철학자 플리니우스는 ‘멀리 떠나게 될 연인을 잊지 않으려고 벽에 비친 그의 얼굴 그림자를 따라 그린 게최초의 그림이 되었다‘라고 그림의 기원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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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르댕은 거의 실제라고 느낄 정도로 물건들을 견고하게 그렸고, 이 견고함은 탁자와 배경을 추상적인 모호함으로 만들어버리는 여백, 그림자, 허공과 대조를 이룬다. 프롤로그 중 ‘분위기Atmosphere‘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그림의 이런 애매모호한 부분 덕분에 우리는 이제까지와는 달리 개방적인 사고를 훈련할수 있을 뿐 아니라,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권한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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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등장할 T. A. B.U. L.A, R.
A S. A는 작품 감상 방법의 각 단계를 나타내는 약자로, ‘타불라라사‘를 기억하면 차례대로 감상하기 쉽다.
앞의 여섯 단계는 이미지를 읽는 데서 시작해 이해하고 평가하기까지 우리의 무의식 과정과 비슷하다. 시간 Time, 관계 Association,
 배경 Background, 이해하기 Understand, 다시 보기 Look Again, 평가 하기 Assess의 (순서에 상관없이) 단계를 거치고 나면 다음 단계인 리듬Rhythm, 비유 Allegory, 구도 Structure와 분위기 Atmosphere 를 적용할 수 있다. 단계마다 미술사에 등장하는 작품을 사례로 들어 이 방법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집중 조명할 것이다.

비유 단계는 여러 나라 문화, 고전 문학이나민담 등 그림 속에 담긴 풍부한 내용을 해석하는 게 아니라, 그그림 밑에 숨어 있는 상징, 의미, 징후를 읽어내는 것이다.
사람, 물건이나 사상을 다른 형태로 바꾸어서 은유하는 작가들의 전형적인 기법을 ‘알레고리‘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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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주는 그 모든 가능성을 지닌 아이를 잃었다.
질서와 명분을 잃었다. 선하고 바르려는 의지를잃었다. 이석도 아이를 잃었다. 삶을 다 바쳐 살리려던 아이를 잃었다. 그런 생각을 하노라면 병원은 차라리 거대한 장례식장이었다. 가족을 잃게 되리라는 소식을 듣는 곳이었다. 사무장 말이맞았다. 병원에서는 누군가 죽기 마련이었다.

 비밀을 알고 있다고 느낄때에는 비리를 저지르고 묵인한 사람이 이 세상의 타락과 부패를 주도했다고 믿었다. 이제는 아니었다. 그들이 옳았다. 바리새인이 된 기분이었다. 바리새인의 잘못은 예수의 손에 못을 박아 넣은 게 아니었다. 예수를 죽임으로써 자기 힘으로덕 높고 훌륭한 인간이 되려 했다는 점에 있었다.

그렇다고 순전히 자신의 의지와 선택이라고 말하기는 더더욱 힘들었다. 실패를 고백하는 건 쉬웠지만 실망을 견디는 건 내키지 않았다. 스스로의 비열함과 미천함을 간파하는 건 무주 자신으로 충분했다. 이제껏 그래왔듯이 침묵하며 견디는 게, 시간이 나아지게 해주리라 기대하는 게 그럴싸해 보였다.

몸이 아픈 것보다 가책을 느끼거나 외로운 게 낫다.
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가책은 아무리 심해도 육체적 통증을 가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그라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거미줄이라고 해도 두 마리, 세 마리가 함께 있으면 안 됩니까? 왜 있잖아요, 공존. 여기서는 안 됩니까?"
"거미줄 하나에 거미 두 마리가 함께 있는 게공존이 아니야. 그건 자연계를 무시한 처사지. 한거미줄에 한 마리씩의 거미가 여러 개 늘어서 있는 것, 그게 공존이야. 다른 거미줄을 넘보지 않는 상태가 공존인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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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시에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 사로잡힌 생각, 세상이 나아져야 한다는 신념도 떠올랐다. 확실히 무주는 순도 높은 정의감과 도덕심에 홀려있었다. 다시는 잘못된 판단을 내리고 싶지 않았다. 신념 때문만이 아니었다. 잘못된 선택으로 고통받는 게 두려웠다.

연민 때문에 아내는 무주를 이해한다고 착각했다.

「사무장 말대로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사람은죽기 마련이다. 다른 곳도 아닌 병원에서. 특히중환자실이나 일부 병동에서는 그런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가끔은 사람들이 죽으러 병원에 오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의사들이 실패할 때도있었다. 병원에는 날마다 긴급을 알리는 코드 방송이 이어졌다. 

동정을살수록 이석이 저지른 비리는 대수롭지 않게 여겨졌다. 아이가 죽었다고 해서 이석의 비리가 없어지는 게 아닌데도 그랬다.

무주는 자신이 특별히 나쁜 게 아님을 증명하고 싶어서 다른 사람의 결점을 지적하는 쪽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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