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너도 일을 하고 나도 일을 하고 그리하여 너도 잘 살고 나도 잘 사는 노나매기라니, 그 노나매기야말로 역적짓이라 그저 한칼에 쳐부시라고 했다.
하지만 쳐들어온 관군이 기찬이들한테 기가 차게 판판이 깨지지 이 얼때 임금이 뙤나라한테 도움을 비는 것이었다.
‘저 쌍놈들의 노나매기 세상을 쳐부시지 않을 것이면 이참 뙤나라이 돌쌍놈들도 노나매기 세상을 만들겠다고 들고 일어날 지도 모를 것이 다. 그러니 얼핏 도움을 보내라는 바람에 똥끝이 타지 않을 수 없는나라 군사가 엄청 몰려와 장산곶 그 아름다운 세상을 또 다시 쑥밭을만들더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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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무엇이더냐. 사람의 소갈머리, 그 내 거라는 거짓을그냥 내버려둘 것이면 사람이라는 것은 마침내 바글바글(구더기)이 되어 사람을 서로 썩혀먹고, 그렇게 썩은 사람들은또 서로 죽기 살기로 다투어 이 땅별(지구)을 몽조리 한 뼘도 안 남기고 네 거 내 거로 갈가리 찢어발기는 싸움터로 만든 다네. 거기에 그치질 않고 이 누름과 저 너른 누리까지 말짱썩혀 서로 피투성이가 되어 내 거로 하려는 싸움터로 만듦으로써 너도나도 쌔코라지고(망하고) 이 땅별과 누름도 쌔코라뜨리고(망치고) 말 것이니, 사람들이여 넋살(정신) 차리라고한바탕 괏따쳤다(거짓을 깨뜨렸다) 그 말일세.

그러니까 이 다슬이란 무엇이겠나. 어느 깨우친 이가 일러준 엄청 거룩한 말따구인 줄 아는가. 어림 쪽푼어치도 없는소리! 아니란 말일세. 시키는 대로 일을 하고 주는 대로 먹으면서도 죽어라 하고 끌려만 다니는 안타까운 일꾼들, 이른바 니나(민중)들의 피눈물이 깨우친 된깔(본질)이요, 그 든메(사상). 그러니까 다슬이란 땀이 깨우친 다락(경지), 우리 온이(인류)의 참든메요, 나아가 사람이 짐승과 갈라서는 갈림덕이라네. 때문에 이 다슬을 알아야 끊임없이 사람으로 거듭날수가 있다 그 말이지."
-ורד

"여보게, 아 여보게, 자네가 바로 참짜 노나메기일세, 노나메기. 야 이놈들아, 남의 목숨인 박땀, 안간 땀, 피땀만 뺏어먹으려 들지 말고 너도 사람이라고 하면 너도나도 다 함께박땀, 안간 땀, 피땀을 흘리자. 그리하여 너도 잘살고 나도 잘살되 올바로 잘사는 벗나래(세상)를 만들자. 너만 목숨이 있다더냐. 이 땅별(지구), 이 온이 (인류)가 다 제 목숨이 있고 이누룸(자연)도 제 목숨이 있으니 다 같이 잘살되 올바로 잘사는 거, 그게 바로 노나메기라네.
 그렇다고 하면 이 노나메기란 어디서 나온 것이겠나. 어 느 깨우친 이의 괴나리봇짐에서 나왔겠는가. 어림 쪽도 없는 소리. 아니라네, 아니야. 그러면 어느 거룩한 세울이 (도덕가)의 나발에서 나왔을 것 같은가. 아니라니까. 그럼 어디서나왔더냐. 자네 같은 니나(민중), 그들이 흘린 그 박땀, 그 안간 땀, 그 피땀의 갈마(역사)에서 스스로 깨우친 것이라네. 그러니까 노나메기란 우리 사람의 참짜 꿈인 바랄이요, 온이의하제(희망)라네, 알가서?"

그러니 참된 하제란 무엇이겠어요. 남을 시켜만 먹으려 들면 그건 참짜 하제를 죽이는 게 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되느냐. 너도 일을 하고 나도 일을 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너도나도 잘살되 올바로 잘살아야 그게 참짜 하제지요. 무슨 말이냐. 잘살되 나부터 잘살겠다고 하면 그건 남이 흘린 피눈물의 땀을 내가 뺏겠다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그래서 첫째, 나부터라는 뚱속(욕심)을 찢어 팡개치는 참된 깨우침으로 사람을 다시 태어나게 해야 합니다. 둘째, 사람 만 잘살겠다고 해서도 안 됩니다. 이 누룸(자연)과 더불어 다 함께 잘살아야 합니다. 사람만 잘살아보자고 하면 이 누룸,

이 아름다운 누리(우주)까지를 모두 쌔코라뜨리게 망치게) 될니다. 셋째, 사람의 몹쓸 된깔(본질)의 하나가 무엇인 줄 아세 요? 깜빡 깨어났다가도 깜짝 잊고 마는 깜짝(나밖에 없다는 뜻 된 생각)입니다. 무슨 말이냐. 사람이라는 목숨 생명)으로 다른 모든 목숨을 몽땅 다 내쳐버리는 그 못된 된깔입니다.
 어떻게 제 목숨만 목숨입니까. 다른 모든 목숨도 목숨이지.
 그러니까 그런 몹쓸 된깔일랑은 그대로 찢어 팡개치고는 찰 목숨, 다시 말하면 목숨 아닌 댄목숨(반생명)과 싸워 틔은 참 목숨인 살티를 살려내야 합니다. 그게 무엇이겠어요. 그게 무엇이겠느냐구요. 그게 바로 노나메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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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굿판이건 굿판이 한술 벌어졌다 하면 이 새 옷이 너덜너덜 다 닳아지도록 춤을
춰야 하는 거라고, 사람의 뜻은 채가 되고 사람의 마음은 긴북(장구)이 되어 가분재기 휘몰아치는 휘몰이, 그게 바로 이 벌개 (사람이 사람으로 살 수 없는 세상) 따위는 발칵 뒤집어엎어버리고 사람이 사람으로 살 수 있는 벗나래(참세상)를 만들려는몸짓, 그게 춤이라는 걸세, 알가서?" 

"사람들은 말이다, 빌뱅이가 찾아오면 식은 밥 한 술을 쪼개주고는 나누어주었다 그런다. 그것도 눈물겹게 아름다운마음이긴 하다. 하지만 가난은 말이다, 가난이란 그렇게 새름(정)만 나누어서 풀리는 게 아니란 말이다.
그런데 한 술 식은 밥이 아니라 솥째 빼주신 것은 무어냐.
그건 가난은 함께 갈라쳐야 할 거친 수렁, 사람과 사람의 새 름까지 삼키는 고얀 것들의 끔찍한 빨대, 그것을 그 뿌리부터 발칵 뒤집어엎어야 한다. 그런 뜻이란 말이다."

짐승들은 말이다. 한축(일단) 제 배지(배)가 부르면 더는 뚱속(욕심)을 안 부린단 말이다. 하지만 사람은 뺏을 건 다 빼앗아 먹고도 모자라 사람을 갖다가서 사람의 머슴으로 부리고끝내는 사람을 죽여서라도 내 것을 더 만들겠다는 그 끝없는뚱속이 짐승과는 마냥 다른 것이다.
그러니까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려고 하면 말이다. 아무려나 사람부터 바꾸어야 하겠지만 사람과 사람 사는 이 살곳(사람이 사람으로 살 만한 곳)을 따로 떼서 생각하면 안 된다. 사람과 함께 사람의 이 얄곳(사람이 사람으로 살 수 없는 곳)을 아울러 바꾸어야 한단 말이다."

그것을 틀거리(체제)로 만들었다는 걸 알아야 한다네. 우리가 다 같이 똑같은 사람이면서 사람으로 살 수가 없는 이 벌 개(잘못된 세상)라는 게 그것이요, 그것을 한 묶음으로 다스리는 나라라는 게 그것이요. 그 나라를 한 오큼으로 거머쥔 쥘락(권력)이 그것이요, 이 벌개에 세울(도덕)이라는 것도 있질않나. 남을 속이지 마라, 남의 것을 훔치지 마라, 남을 헐뜯지말라는 세울 말일세. 그게 어찌 보면 말은 그럴듯하지.
하지만 그 세울을 알고 보면 그거야말로 말짱 거짓이라네.
 남의 것을 빼앗은 놈들이 꺼이(감히) 남의 것을 넘보지 말라 니. 그것은 제가 저지른 짓, 다시 말해 남의 것을 빼앗는 빼대기(강도) 도둑질은 도리어 보듬고, 이와 거꾸로 그네들의 잘 못을 숨기려는 꿍셈(음모), 거짓의 제 모습이지 딴 거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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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산곶매 이야기 - 전2권
백기완 지음 / 노나메기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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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선발 잔치 벗치라고 했다.
버선발 잔치란 딴 게 아니다. 무엇이든 가진 것이라는 것은 이를 모두 내놓고 무엇이든 입고 걸친 것은 이를 모두 내던지되 그러나 이 세상 모든 것은 제 마음껏 제 바램에 따라 제 힘껏 실컷 가지는 잔치라는뜻이다.


날짐승으로는 까막까치 참새 새 방울새 부엉이 올빼미 숏쩍새 황새왜가리 그리고 커단 눈송이처럼 펄펄 날으는 학이 구름처럼 떼거리로몰려 드는 품이 그렇게도 볼거리였다. 또 들짐승으로는 노루 고라니 다람쥐 토끼 너구리 오소리 고슴도치 멧돼지 곰뿐이 아니다. 무시무시하고의젓한 얽은 칡범까지 득실대는 데도 서로 싸우는 것 같지를 않고 그넉넉한 솔밭을 마치 제 집 보금자리인 양 날짐승 들짐승들이 모두 한데어울려 살아간다.
이를 넉살판이라고 했다. 넉살판이란 힘이 세거나 약하거나 모두 어울려 사는 넉넉한 땅 하늘나라의 꿈이 이 땅위에 이룩된 땅천국이라는뜻이다.

 그렇다. 뜻을 이루고저 할진대 제 목숨 따위는 이를 남김없이 버릴 수가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참으로 목숨을 챙기고저 할진대는 온 몸 온 힘으로 제 목숨을 챙길 수 있는 힘 다시 말하면 스스로를 마음대로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제 몸도 다스리고 아울러 하늘과 땅 이 온 널판(우주)을 다스린다 하였다. 이것을 무엇이라 했을까. 용맹? 슬 기? 지혜? 아니다. 우리네는 본디 그것을 그렇게 말을 해 오질 않는다.
 그러면 그것을 메라고 해왔을까.
 이것을 ‘제까닥‘이라고 해 온다. 어려운 말로 치면 스스로가 스스로를 놓아버릴 수도 있고 또 챙길 수도 있는 해방자, 알찬 자유의 몸이란 뜻 이다. 이렇게 제까닥이 되면 하늘을 가고 싶으면 하늘을 가게 된다고 했다


 다시 말하면 멱치기를 아는 이만이 이 ‘제까닥‘이 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랬던가. 장산곶매는 그가 멱치기를 떠나기 전날 밤 "딱 딱"
하고 부리질을 하는데 바로 그 소리가 그 곳 장산곶 사람들에겐 스스로묶은 사슬을 끊는 소리로 들리기도 하고 또 한켠으로는 장산곶에 들이닥친 캄캄한 밤을 까는 소리로 들리는 거라.
 그래서 장산곶 사람들은 그 곳 장산곶매의 부리질 소리가 나는 날 밤이면 모두 하나같이 잠을 안 잤다고 한다.
 왜냐하면 이렇게 장산곶매가 밤새도록 딱딱 부리질을 하다가 밝아오는 새벽녘, 하늘 높이 솟아 떡치기를 떠나게 되면 짜배기로 넉넉살이가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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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산곶매 이야기 - 전2권
백기완 지음 / 노나메기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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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바다를 살며 땅을 지키고 있는 뿌리를 일러 뭐라고 했을까.
‘버선발, 옳지 버선발이라고 했다. 버선발이란 무엇일까.
가끔 사람의 된 품을 일러 버선발 같은 이라고 할 때가 있음은 잘 아는 일이다. 어떤 사람을 일러 버선발이라고 했을까.
 첫째, 제 몫으로는 무엇하나 챙길 줄을 모르고 있는 것 없는 것을 옛 다, 하고 모두를 툭툭 털어 다 내주는 이를 일러 버선발이라고 했다. 

둘째, 아니꼽고 더러운 것을 보고는 참지를 못하는 이를 일러 버선발이라고 했지만서도 또 의롭지 못한 것을 보며는 횃불처럼 벌컥 나서되 한번나서기만 하면 제아무리 어렵고 괴로워도 끝장을 보고야 마는 화끈한사람, 그런 사람을 일러 버선발이라고 했겠다.
 이 버선발에 얽힌 이야기는 이 땅별 안에선 딴 고장에 없고 오로지이 조선땅에서만 있는 이야기렸다. 

그러나 짐승보다 나은 사람의 꼴이라는 게 있다. 그것이 무엇일까. 당집을 지어놓고 받들어 섬기는 귀신? 아니다. 그러면 서낭당? 아니다. 그러면 무엇일까. 사람만이 갖는 뱃짱이로다 뱃짱, 부닥쳐 깨지면서도 기어코 깨우치고야 마는 열린 눈 ‘누리하제다 이 말이다. 사람에겐 누구에게나 이와 같이 누리하제가 될 만한 바탕을 갖고 태어나게 되어 있는법이다.

옛부터 흰두루란 머리에 흰 띠를 두른 골굿떼를 이르는 말이다. 골굿떼란 쨩(도대체) 무엇하는 떼거리일까. 옳거니 골굿떼란 옛부터 알려져오는 의적 또는 마음씨 좋은 도둑놈, 이렇게들 알고 있지만 알로는 그게아니다.
골굿떼란 말 그대로 골난 놈들 골난 것이 더욱 골이 난 놈들, 다시말하면 아무리 일을 해도 사람으로 살 수가 없어 배알이 꼴리다 못해 온몸이 울뚝울뚝 꼴리는 놈들이 모여서 굿하는 떼거리라는 뜻의 준말이다.

 이 때 굿이란 쇠 징 장고 북 이런저런 풍물가락에 덩덩 덩더쿵~ 하고 한판 벌리는 무굿 그것만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구나.
 온몸이 꼴리는 놈들이 모여 다 함께 할 바를 매듭지은 다음 그것을 한판 치르는 온 몸의 트림이 바로 굿이라는 거구나. 이런 뜻에서 보잘것 같으면 "굿을 하러 가자." 라고 하는 것은 같은 뜻을 진짜로 이룩하러 가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굿의 참뜻이란 한판 어르기, 한판 싸움이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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