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곶매 이야기 - 전2권
백기완 지음 / 노나메기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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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버선발 잔치 벗치라고 했다.
버선발 잔치란 딴 게 아니다. 무엇이든 가진 것이라는 것은 이를 모두 내놓고 무엇이든 입고 걸친 것은 이를 모두 내던지되 그러나 이 세상 모든 것은 제 마음껏 제 바램에 따라 제 힘껏 실컷 가지는 잔치라는뜻이다.


날짐승으로는 까막까치 참새 새 방울새 부엉이 올빼미 숏쩍새 황새왜가리 그리고 커단 눈송이처럼 펄펄 날으는 학이 구름처럼 떼거리로몰려 드는 품이 그렇게도 볼거리였다. 또 들짐승으로는 노루 고라니 다람쥐 토끼 너구리 오소리 고슴도치 멧돼지 곰뿐이 아니다. 무시무시하고의젓한 얽은 칡범까지 득실대는 데도 서로 싸우는 것 같지를 않고 그넉넉한 솔밭을 마치 제 집 보금자리인 양 날짐승 들짐승들이 모두 한데어울려 살아간다.
이를 넉살판이라고 했다. 넉살판이란 힘이 세거나 약하거나 모두 어울려 사는 넉넉한 땅 하늘나라의 꿈이 이 땅위에 이룩된 땅천국이라는뜻이다.

 그렇다. 뜻을 이루고저 할진대 제 목숨 따위는 이를 남김없이 버릴 수가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참으로 목숨을 챙기고저 할진대는 온 몸 온 힘으로 제 목숨을 챙길 수 있는 힘 다시 말하면 스스로를 마음대로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제 몸도 다스리고 아울러 하늘과 땅 이 온 널판(우주)을 다스린다 하였다. 이것을 무엇이라 했을까. 용맹? 슬 기? 지혜? 아니다. 우리네는 본디 그것을 그렇게 말을 해 오질 않는다.
 그러면 그것을 메라고 해왔을까.
 이것을 ‘제까닥‘이라고 해 온다. 어려운 말로 치면 스스로가 스스로를 놓아버릴 수도 있고 또 챙길 수도 있는 해방자, 알찬 자유의 몸이란 뜻 이다. 이렇게 제까닥이 되면 하늘을 가고 싶으면 하늘을 가게 된다고 했다


 다시 말하면 멱치기를 아는 이만이 이 ‘제까닥‘이 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랬던가. 장산곶매는 그가 멱치기를 떠나기 전날 밤 "딱 딱"
하고 부리질을 하는데 바로 그 소리가 그 곳 장산곶 사람들에겐 스스로묶은 사슬을 끊는 소리로 들리기도 하고 또 한켠으로는 장산곶에 들이닥친 캄캄한 밤을 까는 소리로 들리는 거라.
 그래서 장산곶 사람들은 그 곳 장산곶매의 부리질 소리가 나는 날 밤이면 모두 하나같이 잠을 안 잤다고 한다.
 왜냐하면 이렇게 장산곶매가 밤새도록 딱딱 부리질을 하다가 밝아오는 새벽녘, 하늘 높이 솟아 떡치기를 떠나게 되면 짜배기로 넉넉살이가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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