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후 석식을 알리는 나팔소리가 들렸다. 그는 그 소리를 알았다. 지금까지 수도 없이 들었지만 포로들을 부르는 소리는 아니었다. 그를 괴롭히는 자들을 부르는 소리였다. 일본군은 배를 채우고 나면 벌레가 우글거리고 농도가 설사에 가까운 쌀죽을 포로들에게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오늘밤은 그마저도 물건너간 얘기였다. 그와 다른 포로들은 마지막 식사를 이미 끝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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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영혼들. 내가 주장하건대 유성은 그저 원인이었다. 그결과 지옥이 열린 것이었다. 울부짖는 그 조그만 입들은 저주받은영혼들이었다. 나처럼, 어느 미친 죄인이 살아남고 싶은 절박감에,지옥이라 불리는 궁극의 감옥에서 탈출하고 싶은 절박감에 돌진했다. 그가 내 눈에 들러붙어 뇌를 찌르고 내 영혼으로 가는 길을 뚫었다. 내 영혼, 그것이 굶는다. 나는 고름을 없애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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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황은 고통, 파랑은 광기. 이 얼마나 알맞은 표현인가. 내 뇌가뭐에 감염됐는지 몰라도 색감이 달라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주황과 파랑이 다른 색을 점점 더 압도한다. 내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다른 색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내 그림은 주황색과 파란색으로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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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는 그걸 눈부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이어스가 깨우쳐준 사실과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서 얻은 시각을 통해 보니 이제는 햇빛이 쏟아지는 사이프러스와 목초지, 과수원과 들판 이면의 비밀스러운 어둠이, 뒤틀린 팔과 떡 벌린 입이, 시커먼 점과 같은 고통에 찬 눈이, 몸부림치느라 파랗게 뒤엉킨 몸통이 보였다.
("파랑은 광기를 상징해." 마이어스는 말했다.) 

내가 지금까지 비축해놓은 스무 점의 그림은 반도른의 변형도 아니다. 나만의 창작품이다. 독창적이다. 병과 내경험의 조합이다. 나는 생생한 기억의 힘을 빌려 아이오와시티를흐르는 강을 그린다. 파란색으로, 나는 굽이치는 광활한 하늘에 옥수수밭이 빽빽한 도시 외곽의 시골 풍경을 그린다. 주황색으로, 나는 내 순수함을 그린다. 내 청춘을 그린다. 그 안에 깃든 궁극의 발견을 바탕으로, 아름다운 것 안에 추한 것이 도사리고 있다. 공포가 내 머릿속에서 곪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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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가지 끝에 시선을 집중해라."
나는 그렇게 했고……그때 내 뱃속에서 용솟음쳤던 뜨거운 흥분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요술이라도 부린 듯 버섯이 내 눈앞에 나타났다. 당연히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지만 주변 환경에 워낙 완벽하게 적응해서색깔은 낙엽과 흡사하고 모양은 나뭇조각이나 돌덩이와 비슷했기때문에 모르는 사람 눈에는 보일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내 시야가조정되고, 눈에서 받아들인 시각적 이미지가 머릿속에서 재조정되자 사방에서 수천 개는 됨직한 버섯이 보였다. 내가 버섯을 밟고지나가고 그걸 보았으면서도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었다. 

그가 이 시골 마을을 선택한 것은 색다르기 때문이었다. 파리의 살롱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이곳의 지극히 일상적인 풍경은 감히 어떤 화가도 그리려 들지 않을 것이었다.
아무도 상상한 적 없는 걸 창조해야겠다, 그는 이렇게 썼다. 

‘본능이 나의 발길을 재촉했다. 나는 다섯시 십오분에 언덕에 도착했다. 시간이 섬뜩하게 압축됐다. 눈 깜빡할 새 내 시계가 일시 십분을 가리켰다. 태양이 진홍색으로 이글거리며 낭떠러지를향해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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