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처럼 하나이던 그가 떠나자 몸의 부력이 나를 떠나고 체온이 떠나고 병난 몸은 배란을 그쳤다. 밤이고 낮이고 구부정한 노인으로 누웠다.따뜻한 체온이 떠난 몸은 차디찬 시체보다 무겁다
사랑의 인질은 어느 날 알게 되었죠그가 뵈지 않아 가 보지 않은 북한계선까지 발목 접질리며 갔더랬죠.단속해도 날 따고 들어온 찬바람으로 모래 구덩이에서비틀거렸죠.상의 왼쪽에 구멍이 뚫려그이 집 주소, 식당 영수증, 동전과 기억이 굴러떨어졌죠이봐요, 속을 뒤진 것도 모자라서 싹 날치기해 갔냐고요내가 자꾸 빠지길래 꿰맸다가나 하나가 세상의 겉감과 속감 사이에 갇혀 버렸죠
어둑한 묘지에서 돌아온 그때부터 웬일인지 몸이 좋지않다.듣기만 했던 인간의 오르가슴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은총은 아니어도 축복받은 정도는 될 성싶다.아이를 낳을 때 죽을 힘을 다해서인가 여자는 오르가슴을 느낀다는데,음탕한 소리도 까무러치는 오버도 아닌 왠지 잃어버린 사무침, 그런 애수가 오르가슴이란 말에 드리운다.
구시월 어느쯤엔가… 한 선생님이 어려운 건 없느냐물으셨습니다… 지금껏 내 생에 없던 말이… 온통 절 휘저어 깡그리 제가 파헤쳐져… 그리하여 생각에 말이 얹히고, 어려움을 되뇌다… 멈췄습니다… 생각의 계단을한 발 한 발 내딛을 때… 돌같이 굳힌 잊겠단 다짐이…실상은 툭 치면 분질러질… 울음보였단 걸 알았습니다…당신이 절 못 잊고 살면 어찌는가 싶은 기우로… 전 꿈의 세상을 뒤집어썼단 걸 알았습니다… 꽃밭의 잔해들처럼 불도저로 밀린 공터가 보입니다… 도통 뭣도 없는 천지 사방이 보입니다… 어려운 건 없느냐… 왜 누가 마을을 콕 찔러 물었을까… 그 약이 약발로 쓰고 역해서...
연무가 길손으로 머무는 산 밑, 겨울이지난해보다 길어진다는 라디오를 듣는 마을,한파 특보는 딸랑 맨몸인 그림자를 둘의 모습으로 바꾸겠네밤새도록 퍼붓는 함박눈에 갇혀 우리는 마냥 좋겠네서로의 깊게 파인 주름을 손꼽아 기다리는 세상에서시곗바늘도 늙은, 한가로운 세상을 볼 수 있겠네
쉬 넘기지 못합니다… 두 뺨만큼은 티 내지 않으려 했는데... 억척 떤 제가 눈에 밟혀 애써 물어 주는 말… 어려운 건 없느냐에 두엄밭처럼 어둡습니다… 그곳에서… 어려운 일은 없으십니까… 제 분으로 생을 사는 참 가엾고못난 저여서… 침을 삼키고 속에 숨겼을 법한… 말을 다시 가둡니다…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