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아는 여느 다른 인간들처럼 불완전한 상태로 조각조각 나뉘어 태어났다. 보는 것, 듣는 것, 이해하는 것, 느끼는 것, 감지하는 것, 경험하는 것, 이 모든 것들이 그녀 안에서 제각각 분리되어 있었다. 앞으로 미시아의 전 생애는 이것들을 온전하게 하나로 결합했다가 다시 부서뜨리는 데 할애될 것이다.
창조란 단지 시간을 뛰어넘어 영구히 존재하는 어떤 것을 상기시키는 행위일 뿐이다. 무(無)로부터 무엇인가를 창조할 능력이 인간에게는 없다. 그것은 신의 영역이다.
사물에서 풍겨 나오는 그럴듯한 외형에 속지 않기 위해 두 눈을 감은채로 사물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그리고 계속해서 호기심을 거두지 않는다면, 비록 잠시지만 사물의 진정한 실체를 볼 수 있다. 사물은 시간도 움직임도 없는 다른 현실 속에 몸을 담그고 있다. 단지그 표면만 드러나 있고,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나머지 속에 물질적 대상의 의미와 본질이 숨겨져 있다. 커피 그라인더가 바로 그러한 예다. 그라인더는 갈아낸다‘라는 관념으로부터 도려낸 형상의 조각이다.
여자는 인류가 은밀히 고여 있는 그릇과도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어린 새가 알을 깨고 나오듯 아이들은 여자들에게서 새 생명을 얻었다. 그런 다음 깨진 알은 스스로 붙어 다시 고유의 형태를 회복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가 바란 건 보다 고차원적이고 지속적이며 고귀한 것, 인간보다는 시간에게 더욱 익숙한 그런 것이었다. 시간 속에서 그의 사랑을 언제까지나 유지하게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시간속에서 미시아를 영영 멈추게 만드는 것. 덕분에 그의 사랑은 영원한 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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