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까지 쫓아와 문을 두드리며 "레즈비언은 꺼져라!" 욕을 하며 위협하기도 했다. 나는 레즈비언이 아니야. I am not a…… 너는 왜 그렇게 생각했니? What made you………(사역 동사가 들어간 4형식 문장으로) 심각한위협 속에서도 성실하기만 했던 내가, 화장실에 앉아서 대답할 영어 문장을연습하는 동안 성질 급한 미군은 가 버리고 없었지만, 당시 내가 레즈비언이 아니라는 사실을 설명해야 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그 공간에서 우리가 레즈비언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한 논점은 아니었을 테니 말이다. 그이름은 남성 중심적인 공간에서 지켜야 할 금기를 깬 여성들을 추방 시킬근거였을 뿐이다. 야한 차림에도 불구하고 남성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것, 여성이 여성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 그리고 말을 거는 것, 그것이 위배되는 행동이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실제로 외국의 현장 활동가 중에는 여성들을 구출하기 위해 남장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이럴 바에는 차라리 남장을 하고 다니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생각하면 당시 나는 그들의 방식대로 친해지기‘ 라는 그들의 방식‘ 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지나치게 진지하기보다는 가볍게다가서기, 그들이 내게서 다름 을 느끼지 않도록 하겠다는 기대가 나의 신분을 의심하게 했던 것이다. 어떤 측면에서 그들은 나보다 삶에 대해 더욱진지한 사람들이고, 더 건강하고 더 수줍은 사람들이었다. 이미 그들의방식대로 행동하려는 나의 태도에는 편견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
한참이 지난 후에야 내가 왜 그때 히스테리컬하게 결혼‘ 에 집착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경찰에게서 조여 오는 신분 없음‘ 에 대한 추궁과 그에 대한 반향이었으리라. 우리에게 쏟아진 경찰들의 질책은 폭력 사건 자체가 아니었다. 적령기가 지난 여자가 남편 없음 으로 하여 보호자 없는 거리의여자‘로 취급되었고, 그들은 노골적으로 우리를 함부로 대했다. 수년간을학생 신분으로만 살아온 내게 그러한 대우는 당황스럽고 황당하고 일종의쇼크를 유발시키는 매우 색다른 경험이었다. 취조가 끝난 뒤로는 인터뷰를하느라고 정신이 없어서 잠시 잊고 있었지만, 풀려나면서 뒤늦게 와락 겁을먹은 것이었다. 우리의 당당함은 무력했고 초라하게 일그러졌다.
없음과 있음. 그리고 매일매일의 일상에서 겪고 맞부딪쳐야 하는 신분 없음‘ 에 대한 확인, 거리의여자로 취급된다는 것은 그런 것일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위법한 존재인그 여성들에게는 더욱더 그러할 것이다. 이 경험으로 하여 나는 성 판매 여성들이 왜 그토록 남자에게 목숨을 거는지, 왜 착취적인 관계를 인식하지못하는지, 포주나 기둥서방에게 애정을 느끼게 되는지에 대한 구조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오버 차지는 금기를 묵인한 대가 같은 것이다. 내가 경험한 부당한 택시 요금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우리‘ (나를 포함한 그런 여자)를 쓰레기같이 대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여성에게 부과된 금기, 밤길을 다니고 야한 옷차림을 한 ‘공공의 성적 대상‘ 에게 승차 서비스를 제공한 자신의 ‘선의‘ 와 자존심‘ 에 대한 대가를 당연히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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