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여왕 - 레이디 제인 그레이 클럽 오딧세이 (Club Odyssey) 2
앨리슨 위어 지음, 권영주 옮김 / 루비박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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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튜더 왕가에 대한 관심이 있었다. 그렇지만 내가 아는 지식은 백과사전적 수준의 지식이다. 본격적으로 이 왕가 한사람 한사람에  대한 좀더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특히 헨리 8세를 중심으로 한 그 앞뒤세대들의 이야기를...
제일 먼저 나의 시선을 끈 인물은 레이디 제인 그레이..16세의 나이에 여왕자리에 올랐다가 안타깝게도 9일만에 페위되어 처형된 비운의 여인.. 이 이야기부터 읽기 시작했다.

레이디 제인 그레이는  1573년 아버지 도셋 후작 헨리 그레이와 어머니 프랜시스 브랜든 사이에서 장녀로 태어난다. 프랜시스 브랜든은 핸리 8세의 조카이고, 그녀의 어머니는 메리 투더로 헨리 7세의 딸이자 프랑스의 여왕이었다. 즉, 레이디 제인 그레이는 모계쪽으로 튜더 왕가의 혈통이 흐르는 왕족인 셈이다.
어릴 때부터 아들을 대신하지 못했던 부모님에 대한 서운함과 그녀를 잉글랜드의 왕비로 옹립코자 하는 부모의 욕심에 굉장히 혹독하게 양육되고 교육을 받는다.
어릴 때부터 머리가 똑똑하여 라틴어, 그리스어, 히브리어 등을 능숙하게 구사했으며, 하프와 류트 등 음악적으로도 소질이 있었다.  그리고 독실한 프로테스탄트 신앙자로 성장한다.
충분히 똑똑하고 바른 아이였음에도 불구하고 권력에의 야망이 강한 부모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모자랐고, 특히 어머니 프랜시스는 늘 제인 그레이를 냉정하게 다그쳤다.

헨리 8세가 죽은 후 1546년에는 캐서린 파(헨리 8세의 6번째 부인) 왕비집에서 살게되는데, 그 이유는 에드워드 6세와 결혼시키기 위한 그녀 부모와 귀족들의 계략이었다. 친딸처럼 다정하게 보살펴 준 캐서린 파 왕비는 토마스 시모어와 재혼한 후 아들을 낳다가 산욕열로 죽고 만다. 그 이후 그녀의 부모와 토머스 시모어는 그녀를 왕비로 옹립하고자 여러 계략을 꾸미지만 토머스 시모어가 에드워드 6세를 납치했다는 명목으로 체포되어 처형당하자 수포로 돌아간다. 

그러나 그녀의 부모의 욕망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병약한 에드워드 6세가 죽어가자 그 뒤의 왕위 계승권자인 메리 1세와 엘리자베스 1세를 사생아란 명목으로 제외시키고 제인 그레이를 여왕으로 옹립하고자 하는 것이었다.(메리 1세는 헨리 8세의 첫번째 부인 아라곤의 카탈리나의 딸이고, 엘리자베스 1세는 헨리 8세의 두번째 부인 앤불린의 딸이다.) 이 계략에는  노섬버랜드 공작이 배후에 있었는데.. 만약 에드워드 6세를 이어 메리 1세가 여왕이 되면 메리 1세와 사이가 좋지 않은 노섬버랜드 공작에게 해가 될 뿐만 아니라 독실한 카돌릭 신자인 메리 1세는 프로테스탄트 교도들의 파멸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노섬브랜드 공작은 자신의 아들 길퍼드와 제인 그레이를 결혼시킨 후 자신이 정권을 좌지우지 하려는 계략이었다. 길퍼드는 결코 자상한 남편이 못되었으며 성적으로 제인 그레이를 학대했다. 제인 그레이는 결코 왕위를 원치 않았지만  에드워드 6세가 죽은 후 부모의 욕망과 정치적 희생양으로 왕위를 어쩔 수 없이 수락하게 된다. 그렇지만 민심은 메리 1세의 편이었고 왕위에 오른지 9일만에 결국 함락당하고 노섬브랜드 공작은 처형당한다. 그리고 재판을 통해 제인 그레이와 그의 남편 길퍼드는 사형 선고를 받고 런던탑에 감금된다.

메리 1세는 처음부터 제인 그레이를 처형할 생각은 없었다. 그녀가 부모 야심의 가엾은 희생양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녀 부모의 야심은 끝까지 자신의 딸을 파멸로 몰았다. 아버지 헨리 그레이는 자신의 딸 제인을 다시 왕위로 옹립하려는 반역 행위에 가담하게 되고 결국은 자신은 물론이고 자신의 딸을 죽음으로 내몰게 된다. 카돌릭으로 개종하면 목숨을 살려주겠다고 마지막으로 목숨을 구할 방법을 제시하지만 끝내는 프로테스탄테로서 처형당한다. 그때가 1554년 그녀의 나이 겨우 17세였다.

아무 죄도 없는 16세의 어린 소녀가 자기 의지와는 관계없이 여왕이 되고 죽는 이야기가 너무나 안타깝고 슬폈다. 단지 몸 속에 튜더가의 피가 흐른다는 이유 하나로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고 결국 죽게된 것이다. 그렇지만 16세 소녀답지 않은 의연하고 곧은 자세와 죽음앞에서도 버리지 않았던 깊은 신앙심..안타깝게 역사 속으로 희생되었지만, 만약 제인 그레이가 오랬동안 치세를 누렸다면 이 세계정세는 어떻게 바뀌게 되었을까 생각해 본다. 블러드 메리라고 불릴만큼 많은 살육을 저질렀던 메리 1세나 잉글랜드의 번영을 가져왔던 그 유명한 엘리자베스 1세도 아마 존재하지 못했겠지..
우리나라든 서양이든 이런 왕위를 둘러싼 쟁탈과 희생은 늘 있어왔다. 우리나라의 역사도 물론 관심이 많지만 특히 영국 튜더왕가의 이런 여러 이야기들은 현대에 사는 나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할 만큼 굉장한 스캔들이다. 어느 영화나 소설 속 이야기보다 더 훨씬 재밌는(?) 역사적 실화인 것이다.
레이디 제인 그레이를 시작으로 헨리 8세의 여인들 (특히 앤불린) 그리고 블러드 메리, 엘리자베스 1세..그리고 왕자와 거지의 모델로 유명했던 에드워드 6세의 이야기까지 지금부터 하나씩 하나씩 그 깊은 실체를 탐독해 볼 생각이다.

기대 만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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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오포노포노의 지혜 - 하와이에서 전해지는 비밀의 치유법
이하레아카라 휴 렌.사쿠라바 마사후미 지음, 이은정 옮김, 박인재 외 감수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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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오포노포노??

어떤 주문 같기도 하고 이게 무슨말이지? 라고 생각하며 이 책의 제목에서부터 관심이 갔다. 호오포노포노는 하와이어로 ’잘못을 바로잡는 것’을 뜻한다고 한다.
즉, 이 책은 호오포노포노를 실천하는 다양한 여러 삶의 예시를 통해 우리의 삶에 있어서 어떤 부분을 바로 잡아야하는지 지표를 열어주고, 가장 중요하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무의식의 정화>라는 것을 강조한다. 다시 말하면 모든 책임은 100 퍼센트 자기에게 있으며, 남을 나쁘게 보는 것도, 자기 주위가 원할하게 원하는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도 그 모든 원인이 자기 자신이 갖고 있는 무의식의 기억에 따른 것이란다. 따라서 자기 자신을 無로 정화하면 모든 것이 평온해지고 자유롭고 풍요로운 삶이 된다는 것이다. 무의식을 정화하는 방법으로 몇가지 소개되어 있다. 호흡법, 물을 만들어 마시는 법, 그리고 4가지 말(사랑해, 미안해, 용서해줘, 고마워)을 자주 자용하는 법 등.."아이스블루"라는 말과함께 물을 마시는 법은 굉장히 흥미있기도 했다. 조금 신경만 쓰면 결코 어렵지 않은 이같은 일들이 생활화될 때 무리의 무의식은 정화된다고 한다. 또 나같이 이런것을 정말 믿어도 될까?"라고 의심하는 독자들을 위해 " 믿지 않아도 효과가 있다고 덧붙여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감동을 받아 실천에 옮기고 있으며, 실천까진 아니더라도 이 책으로 인해 마음이 평안해졌다고 이야기를 한다. 우리 엄마도 아이스블루’의 방법을 읽고 푸른 물병을 사오신다고 하셨다. ^^

솔직히 난 이책을 통해 많은 감동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모든 것은 자신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진다."라는 것에는 동감한다. 즉, 삶을 어떻게 만들어가느냐는 자기 자신의 문제인 것이다. 같은 일을 겪어도 어떤 마음으로 그 일들을 받아들이냐에 따라 삶은 얼마든지 긍정적이고 밝게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그런 마음을 가지면 내 주위도 그것에 따라 환하게 밝아질 수 있단다. 난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로 일상을 보내고 싶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의 기분 나쁨을 상대받에게 전하게 되어 주위 사람을 모두 기분 나쁘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그런 나의 이기적인 면이 반성이 된다. 3월, 새로운 한달..그리고 새로운 한주 월요일의 시작...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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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의 시대
이청준 지음 / 물레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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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부분의 이야기로 나누어 구성되어 있는데.. 처음 두 장을 읽을 때까지 뭐가 신화의 시대’란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3장에서 태산’이란 인물이 나오면서 이제 뭔가 이야기가 진행되려나부다 라고 할 즈음 끝나버렸다.

1장에 나오는 떠돌이 여자 자두리’라는 인물이 천관산의 돌탑을 쌓는 행사에 동네 남자 6명을 따라 산에 올라가는데 .. 그때 생긴 아이를 임신한채 자취를 감추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2장에서는 조선 고종 시대를 배경으로 자신의 조부를 모델로 한 이인영 집안의 내력과 그가 죽어 고향으로 되돌아가는 이야기가 나오며 3장에서는 자두리의 행방과 함께 그때 임신했던 아이 태산’이 등장한다.  태산’이란 인물은 천관산신의 아들이란 운명을 지고 태어난 것이다.  아버지가 누군지 모른다는 설정으로부터 앞으로 이 인물의 삶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짐작케한다. 하지만 그렇게 <신화의 시대>가 막 시작하려는 즈음 끝나버렸다.

’우이..이게 모야..잔뜩 기대를 하고 봤는데...모가 이래...’ 도대체 무슨 뜻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건지 작가의 의도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아니 이제 막 뭔가를 알아가려는 차에 끝나버렸다.
그랬다..
끝부분 해설에 "이제 겨우 1부가 끝났을 뿐이다’ 보지 못했더라면 그대로 실망해버렸을 책이었다.
미완성 소설인 것이다..

작가 이청준님은 크게 이 소설을 3부작으로 구성하셨다고 한다. 1부는 이렇게 자신의 윗대 집안 이야기.. 2부는 본격적인 태산과 자신 친형의 이야기 ..그리고 3부는 그에 영향을 받은 자신의 이야기를...

<신화의 시대>는 그 방대한 구성의 처음부분인 것이다. 1900년대 초부터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그 격동의 시대의 역사와 사회를 살아가는 한 인간의 길을 암시하는 글이라고 한다. 그 시대를 살았던 자신의 조부와 작가의 이야기를 그린 자전적 소설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쉽게도 이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다. 이청준님이 작년에 이 소설을 유작으로 타계하셨기 때문이다. 완성되었더라면 방대한 양의 역사소설(?)이 되었을 것인데..정말 아쉽고 안타깝다. 이 소설의 결말은 정말 신화로 남겨져 버렸다.

 끝으로 이청준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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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카프카 -상 (양장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 / 문학사상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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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다시 손에 들었다. 이 책은 하루키의 소설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5년전쯤 읽었었는데 다시 읽으니 느낌이 새롭고 여전히 흥미롭다. 이 책 역시 기존의 하루키 소설과 마찬가지로 소설 곳곳에 숨어있는 상당한 메타포와 무의식과 현실세계의 경계를 왔다갔다하는 여러가지 상징과 설정들...그리고 현실에 살고 있지만 다소 현실적이지 않은 몇몇 인물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기존 인물들과 달리 이 소설의 주체가 15세의 소년이라는 점과 결말이 다소 희망적이라는 것이 내가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읽었던 수많은 책 속의 인물들 중 좋아하는 캐릭터가 이 책속에 두명이나 존재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 책속의 주인공인 책을 많이 읽는 다소 강박관념을 지닌 쿨한 15살의 소년 다무라 카프카 군과  깔끔하고 친절한 이미지에 매우 지적이고 클래식 음악에 조예가 깊은 오시마상이다.ㅎㅎ >

이 책을 읽고 난 느낌은 마치 꿈을 꾼 느낌이랄까? 네살 때 누나만 데리고 집을 나간 어머니에게 버려진 오이디푸스컴플렉스를 연상케하는 다무라 카프카군의 이야기와 초등학교 때 불가사의한 일로 3주간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이후 모든 것이 백지 상태로 되어 버린 노인 나카타상의 이야기가 교대로 이어진다. 그들은 결국 살인 사건을 통해 하나로 연결된다. 카프카군은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여러가지 초현실적인 일을 겪은 후 시작이면서 끝이기도한 죽은이들의 세계를 나와 현실속에서 다시 돌아와 터프한 소년으로서 다시 시작하는 것으로 이책의 이야기는 끝난다. 비극적일것 같았던 사에키상과의 사랑도 "나를 잊지 말아줘"라는 한마디로 카프카군은 다소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겠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떤 확실한 결말도 알려주지 않는다. 카프카군과 나카타상은 어떤 관계인지...살인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사에키상이 확실이 카프카군은 어머니였던 것인지..등등..

단지 내가 어렴풋이 짐작하는 것은 나카타상은 다무라 카프카군의 무의식속 그림자 같은 존재가 아닐까 싶다. 결국 그들은 현실속에 살아가는 의식과 무의식의 연결고리 같은거다.  이 책은 어떤것도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 과거와 현재조차 한 공간속에 존재한다. 과거를 잃어버린 나카타상과 과거속에서 멈춰버린 시에키상 모두 현재의 의식을 초월한 무의식적 존재이다. 무라카히 하루키가 말하고 싶은것도 이런것 같다. 현실과 꿈, 의식과 무의식은 결코 다른 것이 아닌 것임을...그리고 결코 무의식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는 것...

"무의식은 우리가 불완전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끔찍한 매혹이다" <상 p461>

 그리고 15세 소년의 갈등을 몽환적으로 그려냈지만 15살의 경계에서 소년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다소 희망적으로 제시해 주었다는 것에 대해 굉장히 느낌이 좋다.늘 산뜻하고 명확한 것만 좋아하는 나에게 다소 이런 몽환적인 이야기는 항상 뭔가 찝찝함을 남겼었는데..그래서 내가 대표적으로 코엘료나 하루키류의 소설을 사실상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그것은 모두 나의 상상력과 수준높은 감성이 부족했던 탓이었음을 안다.

 

모든 것은 상상력의 문제다.
우리의 책임은 상상력 가운데서 시작된다.
<상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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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 -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김별아 지음 / 문이당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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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은 <화랑세기>에 기록된 역사적 인물로 6세기 후반 신라사회을 뒤흔들어 놓았던 여인이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신라의 복잡하고 파격적인 성문화에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고..책앞에 가계도가 나와있긴 하지만 내손으로 다시 그려가면서 이해를 해야했다.(그래도 워낙 복잡하게 얽혀서 정신이 없다.) 그도 그럴것이 진흥왕, 진지왕, 진평왕까지 할아버지에서 손자에 이른 3대에 걸쳐 관계를 맺고 그들 사이에서 각각 태어난 자손들 사이의 근친혼 등등.. 즉, 다시 쉽게 얘기하면 미실은 왕과 그 일족의 부인을 공급하는 대원신통(大元神通)의 딸로 태어나 3대의 왕을 色으로 섬긴다.

원래 지소황후와 태종 사이에서 태어난 세종전군의 부인으로 들어가게 되어 하종을 낳지만 색공지신(色供之臣)으로 세종전군의 형인 진흥왕을 섬긴다. 그러나 이미 그때 진흥왕의 아들인 동륜태자의 아이(애송공주)를 임신한 상태였고, 그 상태로 진흥왕과 관계하여 이후 <반야공주, 난야공주,수종태자>를 낳는다. 또 그 이후  다시 남편인 세종전군의 아이 옥종을 낳고...동륜태자가 죽은 후 진흥왕의 또 다른 아들인 금륜(진지왕)과 관계하고... 나중에는 동륜태자의 아들인 진흥왕의 손자 진평왕까지 관계한다. 또 미실의 동생인 미생과 그 사이 다른 수많은 남자들과 사이사이 관계를 맺었고 그 중에는 그 유명한 사다함과 설원랑이 있다. 계속되는 근친혼 뿐만아니라 황후가 다른 남자와 관계하여 낳은 자식까지 왕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인다.

 이 책과 신라의 역사를 이해함에 있어서 색공지신(色供之臣)과 대원신통(大元神通)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며, 미실은 色供之臣의로서의 의무로 세 왕을 섬겼으며 사사로이 남편으로서의 세종전군이나 그밖의 사다함 같은 다른 남성들과 주체적으로 관계를 맺었다. 왕후가 사사로이 애인을 갖는 것이 결코 이상하거나 도덕적으로 비난받지 않는 사회였고..그 자체로 신라의 사회를 이해하면 된다. 물론 한 여인이 3대에 걸친 왕들과 관계를 맺는다거나 그밖에 여러 근친혼과 관계들을 나도 납득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 본질을 이해할 수 없다면 <화랑세기>나 이 책 자체가 추잡하고 더러운 野史로 생각될 수 밖에 없고 ..오랫동안 그렇게 생각해 왔던 우리 사회가 <화랑세기>를 인정하지 않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물론 <화랑세기>나 고대 신라 사회를 현대의 잣대로 평가하고자 하는 것은 정말 무리임을 알고 있다. 중세 성리학과 유교의 근본적인 가르침은 현대 사회가 아무래 변했다고는 하나 지금까지 일부는 이어져오고 있고,그런 의미에서 고대 신라의 성문화는 난잡하게 생각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고대 신라 사회는 성리학이나 유교가 정착되기 훨씬 이전의 사실이며, 고대 신화에서 자주 등장하 듯이 근친혼이라는 것이 그다지 생소한 것이 아니며, 왕족이나 골품제의 혈통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했던 사회에서는 당연하게 생각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즉, <화랑세기>라는 것이 그런 의미에서 혈통으로 엮어진 모계신화이며, 그 중심에 바로 미실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미실은 색(色)으로 다져진 바탕으로 한때 신라 전성기 시대의 최고권력을 누렸으며 오늘날까지도 아름답고 치명적인 여성의 주체로 평가된다.

 <화랑세기>자체를 어디까지 믿어야하며 사실 미실’이란 인물이 정말로 실존해있었느냐에 대한 의문도 있다. 또한 여성이 색공(色供)으로 권력을 장악하고 시대를 평정했다는 것이 오늘날의 잣대로는 결코 고운 시선으로 보아지지 않는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미실’이란 인물 자체가 ’팜므파탈’의 전형인 듯 평가되고 있다는 조금 부정적인 현실이 거북하기도 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한때 이와 같은 역사가 우리나라에 존재했으며, 그런 능동적이고 진취적인..남성의 권력에 굴복하지 않고 성(性)적으로도 강한 주체성을 가지고 좋아하는 남성을 스스로 선택하여 관계할 수 있는 여성이 그시대에 있었다는 것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다소 보수적인 경향을 가진 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지만 내가 잘 알지 못했던 고대 신라사회의 정치와 사회 그리고 화랑과 골품제에 대해 아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

 ps 이 책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화랑 <사다함>이다. 미실과의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어린나이에 역사 속으로 사라져간 안타까운 인물...미실이 정말로 사랑했던 단 한사람은 사다함이란 말도 있다. <화랑세기>나 다른 문헌을 통해 사다함에 대한 자료를 더 찾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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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大元神通 : 왕과 그 일족에게 색공했던 혈통
* 色供之臣 : 세대 계승을 위해 왕이나 왕족을 색(色事)으로 섬기던 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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