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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카프카 -상 (양장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 / 문학사상사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랜만에 다시 손에 들었다. 이 책은 하루키의 소설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5년전쯤 읽었었는데 다시 읽으니 느낌이 새롭고 여전히 흥미롭다. 이 책 역시 기존의 하루키 소설과 마찬가지로 소설 곳곳에 숨어있는 상당한 메타포와 무의식과 현실세계의 경계를 왔다갔다하는 여러가지 상징과 설정들...그리고 현실에 살고 있지만 다소 현실적이지 않은 몇몇 인물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기존 인물들과 달리 이 소설의 주체가 15세의 소년이라는 점과 결말이 다소 희망적이라는 것이 내가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읽었던 수많은 책 속의 인물들 중 좋아하는 캐릭터가 이 책속에 두명이나 존재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 책속의 주인공인 책을 많이 읽는 다소 강박관념을 지닌 쿨한 15살의 소년 다무라 카프카 군과 깔끔하고 친절한 이미지에 매우 지적이고 클래식 음악에 조예가 깊은 오시마상이다.ㅎㅎ >
이 책을 읽고 난 느낌은 마치 꿈을 꾼 느낌이랄까? 네살 때 누나만 데리고 집을 나간 어머니에게 버려진 오이디푸스컴플렉스를 연상케하는 다무라 카프카군의 이야기와 초등학교 때 불가사의한 일로 3주간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이후 모든 것이 백지 상태로 되어 버린 노인 나카타상의 이야기가 교대로 이어진다. 그들은 결국 살인 사건을 통해 하나로 연결된다. 카프카군은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여러가지 초현실적인 일을 겪은 후 시작이면서 끝이기도한 죽은이들의 세계를 나와 현실속에서 다시 돌아와 터프한 소년으로서 다시 시작하는 것으로 이책의 이야기는 끝난다. 비극적일것 같았던 사에키상과의 사랑도 "나를 잊지 말아줘"라는 한마디로 카프카군은 다소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겠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떤 확실한 결말도 알려주지 않는다. 카프카군과 나카타상은 어떤 관계인지...살인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사에키상이 확실이 카프카군은 어머니였던 것인지..등등..
단지 내가 어렴풋이 짐작하는 것은 나카타상은 다무라 카프카군의 무의식속 그림자 같은 존재가 아닐까 싶다. 결국 그들은 현실속에 살아가는 의식과 무의식의 연결고리 같은거다. 이 책은 어떤것도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 과거와 현재조차 한 공간속에 존재한다. 과거를 잃어버린 나카타상과 과거속에서 멈춰버린 시에키상 모두 현재의 의식을 초월한 무의식적 존재이다. 무라카히 하루키가 말하고 싶은것도 이런것 같다. 현실과 꿈, 의식과 무의식은 결코 다른 것이 아닌 것임을...그리고 결코 무의식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는 것...
"무의식은 우리가 불완전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끔찍한 매혹이다" <상 p461>
그리고 15세 소년의 갈등을 몽환적으로 그려냈지만 15살의 경계에서 소년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다소 희망적으로 제시해 주었다는 것에 대해 굉장히 느낌이 좋다.늘 산뜻하고 명확한 것만 좋아하는 나에게 다소 이런 몽환적인 이야기는 항상 뭔가 찝찝함을 남겼었는데..그래서 내가 대표적으로 코엘료나 하루키류의 소설을 사실상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그것은 모두 나의 상상력과 수준높은 감성이 부족했던 탓이었음을 안다.
모든 것은 상상력의 문제다.
우리의 책임은 상상력 가운데서 시작된다.
<상 p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