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러멜 팝콘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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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계절의 흐름에 따라 너무나도 평범하게 보이는 사람들이 나온다. 한쌍의 부부와 한쌍의 남녀...그리고 그들의 가족 이야기..
그들의 일상이 너무 평범해서 책 중반을 넘겨 읽을 때까지 마치 통속 드라마 속에 나오는 이야기 같았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과연 어떤 것이 진정한 사랑이고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혼란스럽다. 평범에 보이는 그들의 각자의 생활 속엔 저마다의 고민과 말 못할 비밀이 있었다. 그것이 하나하나 보여질 때마다 웬지 한숨이 나왔다. 이런 것들이 사람사는일인가 싶기도 하고 모두 어쩔 수 없는 나약한 인간들이라는 점에 대해 슬펐다.

왕년의 날나리였던 레이, 누가 봐도 남부러울 것 없는 남자지만 엄청난 출생의 비밀을 갖고 있는 나오즈미, 잘나가는 커리어우먼에 똑부러지는 맏며느리지만 일로도 사랑으로도 마음을 채우지 못하고 불륜에 빠지는 게이코, 결혼을 했지만 친구와의 동성애적인 사랑에 고민하는 고이치...그리고 자신의 가족을 위해 평생을 속아주며 살아온 나오즈미 어머니, 그리고 그 속사정을 아무것도 모르는 나오즈미 아버지...

소소한 일상 속에 감춰진 저마다의 거짓과 양면성...그것이 언제 깨질지 모른다는 불안감..그것은 읽는 내내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들의 이유있는 거짓은 자신이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남에게 상처 주지 않기 위함이고 그래서 그들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함이었다. 선의의 거짓이라는 말이 있긴하다만.. 인간관계에 있어 그것도 가족이나 부부라는 관계에 있어 신뢰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생각하는데, 사람이 살아가다보면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는가 보더라..내가 아직 인생을 충분히 살아보지 않아서 이해를 못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어떤 것이 진정한 사랑이고 어떤 것이 정말 누군가를 위하는 길인지 혼란스럽다. 사랑을 위해 진실을 덮어두는 것이 옳은 것인가, 아님 진실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같이 절망 속으로 떨어지는 것이 옳은 것인가...내가 너무 극단적으로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람들은 진실과 거짓 사이에 적당히 타협하며 각자 인생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지 모른다. 
삶 자체가 모순적이다. 인간 자체가 모순적이다. 웬지 모르게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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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 공지영 에세이
공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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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3월도 거의 다갔다. 새해가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시간과 날짜는 정말 빨리빨리 간다. 내가 요 몇달간 아니 당장 이번 3월에 뭘 했나 생각해보면 말로 이야기할 만한 특별한 일이 거의 없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출근해서 일하고 퇴근하고 가끔 친구 만나고 집에와서 책보고 애니보고 잠자리에 드는 것...그리고 활자중독이 점점 심해져 가고 있다는 것뿐이다. 솔직히 별볼일 없는 일상에 지루해하면서도 거기에서 쉽게 빠져 나오지 못하는 쳇바퀴처럼 매일매일을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일상들이 나의 인생을 만들고 그 일상 속에 현재의 내가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어쩌면 매일 습관처럼(지금도 마시고 있는) 모닝 커피 속에도 나의 인생의 한부분으로서 의미가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공지영씨의 에세이 <아주 가벼운 깃털>하나를 읽게 되면 이런 것들이 새삼 떠오르게 된다.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제목과 같이 가벼운 마음으로 쉽게 이 책을 다 읽었다. 그녀는 이 책을 통해 공지영 자신의 일상과 생각, 과거, 친구들, 아이들 그리고 사람들, 그리고 지금 살아가는 삶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한다. 그녀의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 이야기, 오뎅에 대한 예찬과 귀신을 무서워한다는 이야기 등 공지영씨 자신의 소소한 일상들은 마치 남의 일기장을 훔쳐읽는 것과 같은 기분으로 즐거웠다. 그리고 어렴풋이 나의 학창 시절 즐거웠던 일들을 생각나게 했고  더 어린 시절의 가물가물한 기억도 떠올랐다. 참 아쉽게도 나의 망각의 기억 너머로 대부분의 것들을 놓쳐버렸지만 말이다. 우리는 인생에 있어서 크고 높은 것에만 어떤 가치가 있는 듯 그것에 목표와 의미를 두고 작은 것은 그냥 하찮게 지나가는 것들로 거기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아니 뭐가 지나가는지 뭐가 잊혀지는지도 모르는채 그냥 일상이 슝슝 지나가 버리는 것이다. 작가 공지영씨는 그런 작은 것들을 이야기 하고 싶었단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느낀 것은 두 가지이다.  일기를 써야 한다는 것,, 그리고 친구를 소중히 생각해야 한다는 것..
올해부터 다이어리를 사서 쓰기 시작했고 마음 내키면 이 블로그에도 몇자 끄적였지만 내 지나간 과거를 돌이켜 보는 것만큼이나 의미 있는 일도 없다. 아무리 사소한 일상이지만 그 속에 나름 나의 발자취가 있고 나의 생각과 가치관이 묻어 있으며 무엇보다 소중한 나의 추억이 배어있다. 물론 그것은 일기를 쓰든 안쓰든 나의 과거 속에 모두 묻어있게 마련이지만 사람의 기억이라는 것이 (특히 머리가 별로 좋지 못한 나에게 있어서는) 사소한 것은 금새 잊혀지게 마련이다. 물론 지나간 과거를 낱낱히 기억할 필요는 없겠지만 최소한 자취라도 남기고 싶었다. 내가 2009년 3월 26일에 뭘 했는지는 기록을 안해두면 모르는 거니깐.. 그렇게 함으로써 최소한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만들 수 있다면 내 인생에 조금은 더 활기차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물론 살아가면서 항상 좋은 일만 있으란 법은 없다. 하지만 상처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나 자신이 살아있다는 증거이며 그것을 이겨 나가는 자체가 또 삶이니 최소한 긍정적으로  살아가려는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지금 내가 일이 너무 쌓여 있어서 스트레스를 만빵 받고 있고, 팀장이 무능력해서 속터지고, 여행을 못가 서럽지만..ㅠㅠ

"세상일이 내맘 같이 되는 것은 어차피 거의 없으니 그저 맘편히 먹기로 하고 느긋하게 지내려 애쓰자" 라는 공지영씨의 말처럼 그렇게 한번 지내보자 생각한다.(물론 말처럼 쉽지 않은게 인생이기도 하지만..^^)

그리고 좋은 친구를 만나고 사귀고 지내는 것만큼이나 소중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공지영씨의 책을 부면 주위에 좋은 친구들이 많이 있다. 부럽다고 생각했다. 내 주위 친구들이 좋지 않다는 말은 아니지만 그런 친구들로 인해 인생이 더 풍요로워질 수 있음을 알았다. 가족이나 배우자와는 다른 의미로서의 인생의 동반자다. 내 친구들에게 잘해야지...이런 생각이 갑자기 들더라..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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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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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아주 가끔씩 지각을 면하기 위해 전철역부터 회사까지 힘껏 달려오는 때가 있다. 그렇게 달리고 나면 숨쉬기가 곤란해지고 머리에서 현기증이 나면서 가슴언저리가 오전내내 뻐근하다. 최악의 운동 부족 증상이다. 어쨌든 나에게 있어 달린다라고 하는 것은 힘들고 괴로운 일이다. 하물며 마라톤이라니...
생각만해도 지레 죽겠다. 아니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

그동안 그의 여러 작품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하루키란 인물에 대해 어렴풋이 느껴왔지만(재즈나 클래식에 상당한 음악적 조예가 깊다는 정도?) 소설가가 아닌 인간적인 면의 하루키를 본 것은 이 작품이 처음인 듯 싶다. 젊은 시절부터 달리는 그의 모습과 곳곳에 스냅 사진까지... 특히나 달리는 모습의 날씬한 뒤태는 정말 끝내준다고 할까요??ㅋㅋ
그리고 러너로서의 하루키라니...정말 이 사람 대단하구나라는 것을 또 느끼게 된다. 그냥 달리는 정도가 아니라 마라톤과 100킬로 울트라마라톤, 트라이애스론(철인삼종경기)까지.. 정말 멋지다.

33살때부터 그저 달리는 것이 좋아서 마라톤을 시작했다고 한다. 글쓰는 것이 좋아서 소설가가 되었듯이...
이 책속에는 달리는 것과 함께 한 그의 인생 철학과 생각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 철학이 그 자신의 소설에 미치는 영향까지도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글쓰는 것또한 육체 노동이기 때문에 장시간의 집중력과 체력을 필요로 한다. 그것을 마라톤을 통해 충전하고 그 힘은 다시 글을 쓰는 원동력이 작용한다.

여러번의 마라톤, 트라이애슬론에 참여와 그 경기를 위한 꾸준한 자기 관리...그리고 달리는 동안의 피나는 노력과 고통은 읽는 사람까지도 숨이 가파질 정도로 자세하고 힘겹게 묘사되어 있다. 하지만 달리고 있을 때의 즐거움과 육체적 고통 그리고 달리고 난 후의 성취감과 만족감은 아마 직접 달려보지 않고서는 절대로 느낄 수 없으리란 걸 안다. 마라톤 풀코스라는 것을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는 아마 평생 그 느낌을 알 수 없을 것이다. 아마 나는 노력해도 어려울 것을 알기에 그와 같은 성취를 경험한 많은 마라토너들이 인간적으로 존경스러운 것은 당연하다.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라고 묘비에 남기고 싶다는 하루키..러너로서 소설가로서 이것이 바로  하루키 자신의 삶의 철학인 것 같다. 열심히 사는 그에게 다시한번 존경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매일 달린다는 것은 나에게 생명선과 같은 것으로, 바쁘다는 핑계로 인해 건너뛰거나 그만둘 수는 없다.만약 바쁘다는 이유만으로 달리는 연습을 중지한다면 틀림없이 평생 동안 달릴 수 없게 되어 버릴 것이다.
계속 달려야 하는 이유는 아주 조금밖에 없지만 달리는 것을 그만둘 이유라면 대형 트럭 가득히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가능한 것은 그 '아주 적은 이유'를 하나하나 소중하게 단련하는 일뿐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부지런히 빈틈없이 단련하는 것 <p.115~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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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레이드 (보급판 문고본)
요시다 슈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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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현대인들은 각각 개성이 강하고 나름대로 각자의 공간을 가지며 살아간다. 각자의 공간이라는 것은 물질적인 것을 포함한 정신적인 가치관이다. 서로 어느 정도 그 가치관이나 공간을 공유하는 듯 하지만 어느 정도는 거리를 유지한채 그 유대 관계를 이루어간다. 하지만 개인만 따로 떨어져서 어떤 것을 이루어 나가기에는 우리 서로서로가 너무나 많이 얽혀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것이 바로 현대인들의 삶이다. 

이 책속에 등장하는 다섯명의 주인공들도 마찬가지다. 혈연도 아니고 선후배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서로 연결고리가 전혀 없는 생판 모르는 남녀 다섯명이 우여곡절 끝이 한집에서 동거하게 된다. 그들은 서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그럭저럭 잘 살아간다. 한사람 한사람 시간의 흐름에 따라 화자가 바뀌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화자의 시점이 달라짐에 따라 전장에서 주인공이 었던 사람이 다음장에서는 조연으로 된다. 그런 흐름을 따라가다보니 재밌는 것이 내가 나의 이야기를 할 때와 남이 나를 볼 때의 상황은 미묘한 차이가 있는 것이 느껴졌다. 남이 볼 때는 별것 아닌 것 같이 느껴지는 일들도 자기 자신에게는 진지하고 중요한 일인 것이다. 그리고 그들 자체가 상대방에게 얼마만큼의 진심을 보여주는 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니깐 서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상대에게 깊에 관여하지 않는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가식적으로 하지만 그것이 서로에게 피해가 없을 정도로 관계를 유지한다. 만약 상대의 결점이나 흉을 알게되더라고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 결국 서로가 상대에게 완전한 자신을 보여주지 않은 채로 불편하지 않게 살아가는 거다. 하지만 이 각자의 이야기는 하나의 덩어리를 이루어 전체 이야기로 구성된다..마치 퍼레이드처럼....

우리는 각각 따로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현대인들은 어떻게든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그 각각의 개체들이 모여 한 사회를 이룬다고 생각된다. 조금 더 진솔하고 정직하게 살아간다면 사회가 조금 더 마음 따뜻한 곳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지만 그렇게 서로 마음을 완전히 열어놓고 살아가기에는 상처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떨쳐낼 수가 없다. 그리고 그런 진솔한 마음을 악이용하려는 이기적인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사회는 점점 더 각박해져가나보다.

마지막 잊을 수 없는 반전과 결말... 서로 알고도 모르는 척..그리고 친절을 가장한 무관심...좋게 말하면 상대방에 대한 배려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공동체 속에 살아가는 집단 개인주의(?)다. 그냥 그런 씁쓸한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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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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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나 사회의 흐름에 따라 그것을 느끼게 되는 분야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인간의 삶이란 항상 <불안>이라는 감정과 함께한다. 현재 지금 닥쳐있는 상황에 대한 불안일 수도 있고 과거에 내가 행했던 어떤 일로 하여금 느껴지는 불안도 있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도 있다. 나 역시 그런 감정을 피해갈 수 없는 인간이기에 마음 한구석에 늘 근심과 걱정이 존재한다. 이것이 바로 '불안'이라는 감정일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은 이런 <불안>이란 감정에 대한 정의를 지위에 대한 갈망으로 정의했으며 이것을 각각 다섯가지의 원인과 해법으로 주관적인 논제를 펼친다.
먼저 원인으로서 사랑결핍, 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실성이란 다섯가지 근거를 든다.사랑이란 것은 정서적인 관점에서 인격의 신뢰라는 중요성을 가지기 때문에 우리는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의 사랑을 잃는 것에 대한 불안을 가지고 있다. 
또 사회적 지위와 인격의 가치를 동일시 하는 속물근성 때문에 그에 걸맞는 지위를 획득하지 못했을 때 불안을 느낀다. 속물근성은 모든 사람을 사회적 야심의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고 사람들은 그런 야심을 못마땅해하다가도 그것이 사랑과 인정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양 쫓아다니게 된다.
우리가 현대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일 수도 있다는 기대 또한 불안과 울화의 원천이라고 한다. 또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과거보다 훨씬 더 높은 기대치를 원하게 되는데, 실제로 그 기대에 못미치는 현실에 대한 불안이 있다.
또 사회와 과학이 발달하고 자본주의 체체가 도입됨에 따라 부유하다는 것은 능력이 있다는 것으로 직결되고 따라서 가난하다는 것이 능력없고 성실하지 못하다는 것으로 통하는 시대가 되어 능력주의 체제에서는 가난이라는 고통에 수치라는 모욕까지 더해진다.
끝으로 현대 사회와 경제가 급변함에 따라 고용에 대한 불안정 등 우리 자신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경우가 드물어짐에 따라 세상의 불확실한 조건과 지위에 대한 불안은 끊임없이 우리를 괴롭히게 된다.

알랭 드 보통은 이런 불안 요소에 대한 해법으로 철학, 예술, 정치, 기독교, 보헤미아란 다섯가지를 제시한다.
철학자들은 우리의 지위는 감정이나 변덕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지적인 양심에 의지하여 안정을 얻을 수 있는 데 이것을 이성 덕분이라 하였다. 철학적 접근 방법의 장점은 심리적인면에서 유리하다. 우리를 무시할 때마다 상처를 입는 대신 먼저 그 사란의 행동이 정당한지 검토해보게 되기 때문이란다. 즉 세상 사람들이 뭐라고 하던 자기 자신이 정당하다고 판단되면 불안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예술 작품은 우리의 시각을 교정하고 감수성을 풍요롭게 해주는데, 비극 작품은 실패나 패배에 대한 단순화된 관점을 버리게 하고 우둔과 일탈을 너그러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며, 희극은 높은 지위에 있는 다른 사람들을 공격하는 데 유용한 도구일 뿐 아니라 우리 자신의 지위에 대한 불안을 이해하고 조절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 높은 지위를 결정하는 요인들이 계속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지위에 대한 불안을 촉발하는 요인들도 바뀌는데..이렇게 정치적인 관점은 기존 질서나 규범이 계속 바뀔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닮게 해 준다.
그리고 인간의 생명은 결코 무한한 것이 아니라 언젠가 누구든 죽음앞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종교적(기독교)적 관점은 불안을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물질적 성공이나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세속적 가치에서 벗어나 자연친화적이고 인간적인 삶을 추구하는 보헤미안적인 삶은 이런 불안 요소에 대해 자유로워질 수 있다.

솔직히 이 책은 생각보다 골치가 아픈 책이었다. 난 이 책이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준다거나 아니면 심리적인 안정을 준다거나 그런 책인 줄 알았다.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사실 그 어떤것도 해결점이 안보였다. 몇 가지의 원인과 해법으로 상황을 제시했지만 결국 불안이란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에서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인 이상 누구나 인정받고 사랑받길 원한다. 결국 이 불안은 인간의 삶이 유지되는 한 결코 근절될 수 없는 인간의 삶 자체인 것 같다.
하지만 불안'이란 요소를 정치, 사회, 역사 예술에서 종교 철학적 관점까지 분석해서 제시한 책이 또 있을까 싶다. 수많은 인문을 인용하고 방대한 양의 지식을 축적하고... 지적 호기심의 충족이란 관점에서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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