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시대나 사회의 흐름에 따라 그것을 느끼게 되는 분야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인간의 삶이란 항상 <불안>이라는 감정과 함께한다. 현재 지금 닥쳐있는 상황에 대한 불안일 수도 있고 과거에 내가 행했던 어떤 일로 하여금 느껴지는 불안도 있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도 있다. 나 역시 그런 감정을 피해갈 수 없는 인간이기에 마음 한구석에 늘 근심과 걱정이 존재한다. 이것이 바로 '불안'이라는 감정일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은 이런 <불안>이란 감정에 대한 정의를 지위에 대한 갈망으로 정의했으며 이것을 각각 다섯가지의 원인과 해법으로 주관적인 논제를 펼친다.
먼저 원인으로서 사랑결핍, 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실성이란 다섯가지 근거를 든다.사랑이란 것은 정서적인 관점에서 인격의 신뢰라는 중요성을 가지기 때문에 우리는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의 사랑을 잃는 것에 대한 불안을 가지고 있다. 
또 사회적 지위와 인격의 가치를 동일시 하는 속물근성 때문에 그에 걸맞는 지위를 획득하지 못했을 때 불안을 느낀다. 속물근성은 모든 사람을 사회적 야심의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고 사람들은 그런 야심을 못마땅해하다가도 그것이 사랑과 인정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양 쫓아다니게 된다.
우리가 현대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일 수도 있다는 기대 또한 불안과 울화의 원천이라고 한다. 또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과거보다 훨씬 더 높은 기대치를 원하게 되는데, 실제로 그 기대에 못미치는 현실에 대한 불안이 있다.
또 사회와 과학이 발달하고 자본주의 체체가 도입됨에 따라 부유하다는 것은 능력이 있다는 것으로 직결되고 따라서 가난하다는 것이 능력없고 성실하지 못하다는 것으로 통하는 시대가 되어 능력주의 체제에서는 가난이라는 고통에 수치라는 모욕까지 더해진다.
끝으로 현대 사회와 경제가 급변함에 따라 고용에 대한 불안정 등 우리 자신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경우가 드물어짐에 따라 세상의 불확실한 조건과 지위에 대한 불안은 끊임없이 우리를 괴롭히게 된다.

알랭 드 보통은 이런 불안 요소에 대한 해법으로 철학, 예술, 정치, 기독교, 보헤미아란 다섯가지를 제시한다.
철학자들은 우리의 지위는 감정이나 변덕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지적인 양심에 의지하여 안정을 얻을 수 있는 데 이것을 이성 덕분이라 하였다. 철학적 접근 방법의 장점은 심리적인면에서 유리하다. 우리를 무시할 때마다 상처를 입는 대신 먼저 그 사란의 행동이 정당한지 검토해보게 되기 때문이란다. 즉 세상 사람들이 뭐라고 하던 자기 자신이 정당하다고 판단되면 불안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예술 작품은 우리의 시각을 교정하고 감수성을 풍요롭게 해주는데, 비극 작품은 실패나 패배에 대한 단순화된 관점을 버리게 하고 우둔과 일탈을 너그러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며, 희극은 높은 지위에 있는 다른 사람들을 공격하는 데 유용한 도구일 뿐 아니라 우리 자신의 지위에 대한 불안을 이해하고 조절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 높은 지위를 결정하는 요인들이 계속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지위에 대한 불안을 촉발하는 요인들도 바뀌는데..이렇게 정치적인 관점은 기존 질서나 규범이 계속 바뀔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닮게 해 준다.
그리고 인간의 생명은 결코 무한한 것이 아니라 언젠가 누구든 죽음앞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종교적(기독교)적 관점은 불안을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물질적 성공이나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세속적 가치에서 벗어나 자연친화적이고 인간적인 삶을 추구하는 보헤미안적인 삶은 이런 불안 요소에 대해 자유로워질 수 있다.

솔직히 이 책은 생각보다 골치가 아픈 책이었다. 난 이 책이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준다거나 아니면 심리적인 안정을 준다거나 그런 책인 줄 알았다.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사실 그 어떤것도 해결점이 안보였다. 몇 가지의 원인과 해법으로 상황을 제시했지만 결국 불안이란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에서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인 이상 누구나 인정받고 사랑받길 원한다. 결국 이 불안은 인간의 삶이 유지되는 한 결코 근절될 수 없는 인간의 삶 자체인 것 같다.
하지만 불안'이란 요소를 정치, 사회, 역사 예술에서 종교 철학적 관점까지 분석해서 제시한 책이 또 있을까 싶다. 수많은 인문을 인용하고 방대한 양의 지식을 축적하고... 지적 호기심의 충족이란 관점에서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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