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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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아주 가끔씩 지각을 면하기 위해 전철역부터 회사까지 힘껏 달려오는 때가 있다. 그렇게 달리고 나면 숨쉬기가 곤란해지고 머리에서 현기증이 나면서 가슴언저리가 오전내내 뻐근하다. 최악의 운동 부족 증상이다. 어쨌든 나에게 있어 달린다라고 하는 것은 힘들고 괴로운 일이다. 하물며 마라톤이라니...
생각만해도 지레 죽겠다. 아니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

그동안 그의 여러 작품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하루키란 인물에 대해 어렴풋이 느껴왔지만(재즈나 클래식에 상당한 음악적 조예가 깊다는 정도?) 소설가가 아닌 인간적인 면의 하루키를 본 것은 이 작품이 처음인 듯 싶다. 젊은 시절부터 달리는 그의 모습과 곳곳에 스냅 사진까지... 특히나 달리는 모습의 날씬한 뒤태는 정말 끝내준다고 할까요??ㅋㅋ
그리고 러너로서의 하루키라니...정말 이 사람 대단하구나라는 것을 또 느끼게 된다. 그냥 달리는 정도가 아니라 마라톤과 100킬로 울트라마라톤, 트라이애스론(철인삼종경기)까지.. 정말 멋지다.

33살때부터 그저 달리는 것이 좋아서 마라톤을 시작했다고 한다. 글쓰는 것이 좋아서 소설가가 되었듯이...
이 책속에는 달리는 것과 함께 한 그의 인생 철학과 생각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 철학이 그 자신의 소설에 미치는 영향까지도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글쓰는 것또한 육체 노동이기 때문에 장시간의 집중력과 체력을 필요로 한다. 그것을 마라톤을 통해 충전하고 그 힘은 다시 글을 쓰는 원동력이 작용한다.

여러번의 마라톤, 트라이애슬론에 참여와 그 경기를 위한 꾸준한 자기 관리...그리고 달리는 동안의 피나는 노력과 고통은 읽는 사람까지도 숨이 가파질 정도로 자세하고 힘겹게 묘사되어 있다. 하지만 달리고 있을 때의 즐거움과 육체적 고통 그리고 달리고 난 후의 성취감과 만족감은 아마 직접 달려보지 않고서는 절대로 느낄 수 없으리란 걸 안다. 마라톤 풀코스라는 것을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는 아마 평생 그 느낌을 알 수 없을 것이다. 아마 나는 노력해도 어려울 것을 알기에 그와 같은 성취를 경험한 많은 마라토너들이 인간적으로 존경스러운 것은 당연하다.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라고 묘비에 남기고 싶다는 하루키..러너로서 소설가로서 이것이 바로  하루키 자신의 삶의 철학인 것 같다. 열심히 사는 그에게 다시한번 존경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매일 달린다는 것은 나에게 생명선과 같은 것으로, 바쁘다는 핑계로 인해 건너뛰거나 그만둘 수는 없다.만약 바쁘다는 이유만으로 달리는 연습을 중지한다면 틀림없이 평생 동안 달릴 수 없게 되어 버릴 것이다.
계속 달려야 하는 이유는 아주 조금밖에 없지만 달리는 것을 그만둘 이유라면 대형 트럭 가득히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가능한 것은 그 '아주 적은 이유'를 하나하나 소중하게 단련하는 일뿐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부지런히 빈틈없이 단련하는 것 <p.115~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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