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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레이드 (보급판 문고본)
요시다 슈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현대인들은 각각 개성이 강하고 나름대로 각자의 공간을 가지며 살아간다. 각자의 공간이라는 것은 물질적인 것을 포함한 정신적인 가치관이다. 서로 어느 정도 그 가치관이나 공간을 공유하는 듯 하지만 어느 정도는 거리를 유지한채 그 유대 관계를 이루어간다. 하지만 개인만 따로 떨어져서 어떤 것을 이루어 나가기에는 우리 서로서로가 너무나 많이 얽혀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것이 바로 현대인들의 삶이다.
이 책속에 등장하는 다섯명의 주인공들도 마찬가지다. 혈연도 아니고 선후배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서로 연결고리가 전혀 없는 생판 모르는 남녀 다섯명이 우여곡절 끝이 한집에서 동거하게 된다. 그들은 서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그럭저럭 잘 살아간다. 한사람 한사람 시간의 흐름에 따라 화자가 바뀌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화자의 시점이 달라짐에 따라 전장에서 주인공이 었던 사람이 다음장에서는 조연으로 된다. 그런 흐름을 따라가다보니 재밌는 것이 내가 나의 이야기를 할 때와 남이 나를 볼 때의 상황은 미묘한 차이가 있는 것이 느껴졌다. 남이 볼 때는 별것 아닌 것 같이 느껴지는 일들도 자기 자신에게는 진지하고 중요한 일인 것이다. 그리고 그들 자체가 상대방에게 얼마만큼의 진심을 보여주는 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니깐 서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상대에게 깊에 관여하지 않는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가식적으로 하지만 그것이 서로에게 피해가 없을 정도로 관계를 유지한다. 만약 상대의 결점이나 흉을 알게되더라고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 결국 서로가 상대에게 완전한 자신을 보여주지 않은 채로 불편하지 않게 살아가는 거다. 하지만 이 각자의 이야기는 하나의 덩어리를 이루어 전체 이야기로 구성된다..마치 퍼레이드처럼....
우리는 각각 따로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현대인들은 어떻게든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그 각각의 개체들이 모여 한 사회를 이룬다고 생각된다. 조금 더 진솔하고 정직하게 살아간다면 사회가 조금 더 마음 따뜻한 곳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지만 그렇게 서로 마음을 완전히 열어놓고 살아가기에는 상처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떨쳐낼 수가 없다. 그리고 그런 진솔한 마음을 악이용하려는 이기적인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사회는 점점 더 각박해져가나보다.
마지막 잊을 수 없는 반전과 결말... 서로 알고도 모르는 척..그리고 친절을 가장한 무관심...좋게 말하면 상대방에 대한 배려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공동체 속에 살아가는 집단 개인주의(?)다. 그냥 그런 씁쓸한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