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경제학이다 - 공병호의 新 경제학 산책
공병호 지음 / 해냄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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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회사에서 사원들의 독서 권장을 위해 업무와 무관하게 독서통신교육을 의무적으로 하게 한다. 3개월 동안 한달에 한권씩 선택한 과목의 책을 세권 읽고 레포트를 제출하는 것이다. 물론 난 보통 사람들보다 많은 책을 읽긴 하지만 웬지 시켜서 하는 일은 내키지 않는 마음이 생기더라. 자기 계발, 인간 관계 등 사회 생활 전반에 필요한 양식들의 과정이 대부분이다. 그 중 내가 선택한 것은 골치 아프게도 경제학 부분이었다. 이렇게 억지로라도 읽지 않으면 절대 내 스스로 선택하여 골라 읽지 않는 부분이 바로 경제학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경제학이란 것은 나와는 먼 학문이라 생각했다. 그저 기업을 경영하거나 돈을 많이 벌고자 하거나 주식을 살 때 유용한 학문이라 생각했다. 물론 난 사회 생활 한지도 오래 되었고 나름 적금도 들고 투자도 하고 또 소비도 엄청하지만 재테크라던가 부자가 되는 방법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었다. 단지 요즘 경제가 많이 침체되서 주가가 폭락하고 물가가 폭등하는 등의 경기 불황을 야기시킨 현대 정세와 한심한 국가경영 정책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을 뿐이다. 잘먹고 잘살자는 측면에서 경제학이란 학문은 물론 유용한 것이지만 이 책을 통해 단순히 국가 경제나 자원의 효율적 배분 문제가 아닌 인생에 있어서도 경제학이 여러 분야에 적용된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사실 우리가 모르고 있을 뿐이지 우리가 사는 매 순간순간마다 경제학 법칙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선택하여 행동하는 삶과 매 순간을 경제적 관점에서 다시한번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삶의 차이는 크다.

이 책은 인생에 있어서 피할 수 없는 여러가지 선택의 순간에 어떻게 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인지에 대해 설명해 준다. 누가 부자가 되는지, 맞벌이는 왜 하는지, 외모지상주의와 투자 수익률의 상관관계, 승진의 속도라든가 사교육과 유학의 선택, 이민과 결혼 등 실생활 전반에 대한 경제학을 이야기한다. 학창시절 경제학 강의라곤 제대로 들어보지 못한 내게도 쉽게 이해되었다.

즉, 삶에 있어서 경제학적으로 어떤 것이 합리적인가 하는 선택이 중요하며, 부를 축적하거나 어떤 이익을 얻기 위해서 본질적으로 리스크를 포함할 수 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마치 어떤 것을 선택함에 있어서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는 도박과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경제학에서는 도박은 공정한 거래가 아니라 이야기한다. 다시말해 주고받는 거래가 아니라 거래에 임하는 순간 패배가 보장된 거래라 말한다.

경제학이라는 학문 자체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아직도 내게는 경제라는 의미가 '재화를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최대의 이익을 얻는다' 라는 어설프고 단순한 관점으로 느껴지지만 이 책은 인생에 있어 활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가치들, 예를 들면 시간이라든가 비용이라든가 자기가 갖고 있는 고유 능력 등 이 모든 것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우리가 이루고자하는 목표에 가까이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약간의 지혜를 주는 것 같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자기 가치를 높여 몸값을 올리는가에 대한 이야기도 한다. 이 책을 통해 경제학을 알았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경제학이란 학문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이 책은 경제학이란 학문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흥미를 갖게하는 역할로서는 충분히 읽을만 한 것 같다. 나와 같이 경제학에 문외한인 사람들 조차 쉽게 이해할 수 있으니 말이다.

책 속에서 가장 인상깊에 읽은 부분은 이 부분이다. 

주말은 매우 귀한 자원이다.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소중한 자원이다. 주말을 어떻게 경영하느냐에 따라 일생이 달라질 수도 있다.<p171>  

누구나 느끼고 있는 당연한 진리인 것 같지만 내가 헛되이 뒹구르며 보낸 지난 주말이 약간 후회된다. 주말에 쉬는 것도 재충전을 위해 나에게 이로운 시간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것도 안하고 보내는 시간들이 조금 지나고 나면 후회가 되더라. 이번 주말은 즐겁고 의미있는 일들을 만들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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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8세와 여인들 1
앨리슨 위어 지음, 박미영 옮김 / 루비박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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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나라 만큼 서양의 왕족사도 흥미롭다. 특히나 세기의 스캔들이라 불리던 튜더 왕조 헨리 8세의 이야기는 많은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될 만큼 유명해서 식상할 듯도 하지만  나의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자료나 미술사 등을 통해 그들의 모습을 찾아봤고, 그들 모습과 역사책을 통해 그 당시 일들을 상상해 보기도 했다. 사실 헨리 8세의 후대 이야기(엘리자베스 1세나 레이디 제인그레이)를 더 많이 접해서인지 나에게 헨리 8세라는 인물은 피의 여왕 메리 1세와 엘리자베스 1세의 아버지라는 인식이 더욱 강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헨리 8세라는 한 남자의 일생과 그를 둘러싼 수많은 갈등 그리고 그를 역사 속 유명한 인물로 만들었던 그의 여섯 왕비에 대해 자세하게 알 수 있었다.

헨리 8세.... 
무려 여섯명의 왕비를 갈아치웠고, 앤 불린과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종교 개혁까지 단행했을 만큼 열정적인 사랑을 했던 왕, 하지만 영원한 사랑은 역시 없는 것일까? 그렇게 불타는 정열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고 여섯 왕비 중 두명이나 단두대로 보냈으며, 그 화려한 여성 편력 속에서도 변변한 왕자 한명 얻지 못했던 불행한 왕이었다. 하지만 헨리 8세 만큼 당대나 후대에 명망이 높으며 인기가 있었던 왕이 또 있을까? 헨리 8세는 분명 리더십과 카리스마가 넘치는 사람이었고 그만큼 권력과 왕으로서의 명망이 높았던 사람이었다. 물론 남편으로서 헨리를 말하자면 그다지 좋은 점수를 줄 수는 없을 것 같다. 여섯명이나 아내를 갈아치우다니 좀 너무하다 싶기도 하지만 절대 권력을 필요로 한 왕..그리고 후계자를 얻고자 하는 왕이라 한다면 아내들에 대한 가혹한 처사가 십분 이해되기도 한다. 그의 대부분 왕비들이 제거된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왕자를 생산하지 못한다는 이유였지만 부차적인 이유로는 왕비가 그의 권력에 절대 복종하길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따라서 왕과 비슷한 지적 수준으로 그의 처사나 정치적 행위에 조금이라도 영향력을 끼쳤던 똑똑한 왕비들, 아라곤의 카탈리나나 앤 불린과 같은 왕비들을 제거하기 위해 애를 많이 썼던 것이고, 그에 비해 그에게 순수하게 복종하고 순종했던 제인 시모어 같은 왕비에겐 왕비로서 높게 평가하고 그녀의 죽음을 안타깝게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왕의 절대 권력 앞에 정치적으로든 수명이 짧았든 간에 희생당한 각각의 왕비들의 삶이 참으로 애닮았고 서양이나 동양이나 왕의 왕자에 대한 집착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았다. 그토록 바라던 제인 시모어에게서 얻은 에드워드 6세 왕자가 있었지만 병약하여 요절하고 그가 남긴 두 딸 메리와 엘리자베스가 영국 역사에 한획을 긋는 여왕으로서 남게되는 일 또한 극적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래도 헨리 8세는 그때그때 열정적인 사랑을 했음에 분명했다. 특히 열정의 대상이었던 앤 불린에 대한 것은 너무나 열정적인 나머지 그 대상을 파괴시켜 버릴 정도로 강렬했다. 그의 잔인하면서도 많은 결점에도 불구하고 후대에 이렇게 만인에게 사랑받는 왕으로 남을 수 있는 이유는 아마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소설이라기보다는 사실 위주의 나열로 역사서에 가까운 두권 분량의 책을 읽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게다가 한 사람의 역사적 사실을 이야기하기 위해 그 사람의 몇대에 이른 아버지쪽 어머니쪽의 관계 이야기는 오히려 이 책에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되었다. 게다가 아버지나 아들이나 이름이 같은 경우가 많고 역사서 전체를 볼 때 수많은 사람들이 등장하지만 동명 이인이 많다. 따라서 책을 읽는 데 더 많은 집중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헨리 8세의 왕족사를 한눈에 알 수 있게되어 만족스럽다. 또 기회가 생긴다면 그의 요절한 단 하나뿐인 아들이었던 에드워드 6세에 대한 기록을 찾아보고 싶다. 마크 트웨인의 유명한 '왕자와 거지'의 모델이기도 했던 비운의 왕자.. 이 또한 굉장히 매력적인 흥미로 내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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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 - 많이 바를수록 노화를 부르는
구희연.이은주 지음 / 거름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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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부터 지금까지 아토피를 비롯해 난 소위 말하는 초민감성 피부를 갖고 있다. 피부에 좋다하는 것은 다 발라봤고 지금도 피부 만큼은 꽤 신경을 쓴다. 하지만 신경을 쓴다해도 눈에 띠게 개선되는 것이 없다. 단지 피부가 너무 민감하기 때문에 자칫 화장품을 잘못쓰면 트러블이 일어나므로 화장품 만큼은 비교적 고가를 쓰는 편이다. 외국 브랜드의 화장품이 솔직히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남들이 다 좋다는 말에 구입해서 썼고 최근에는 국내 최고급 명품이라는 아모레 퍼시픽으로 바꿨다. 매달 화장품에 쏟아 붓는 돈만 엄청나다. 난 돈벌어서 아마 화장품과 책사는데만 모두 소비하는 것 같다. 명품 브랜드 이콜 좋은 화장품이란 속물 근성이 아무렇지도 않게 머릿속게 당연한 듯히 박혀 있었다. 하지만 내가 산 비용의 대부분은 그 화장품의 질이라기보다 브랜드 값이란 것을 알았다.
학생 때 화장품에 대해 구체적으로 자세히 배운 적은 없지만 그 속에 들어가는 유기 화합물이라든가 원료 등에 대해선 이것저것 배워서 충분히 알고 있다. 소위 배웠다는 사람이 이렇게 맹목적으로 사서 바르다니, 생각해보니 더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성분 하나하나 꼼꼼하게 따져보며 화장품을 고르는 여자들이 얼마나 될까?  사람들은 몸에 조금이라도 해가되는 먹거리는 꼼꼼히 따져 피하면서 바르는 화장품은 그렇게 많은 신경을 쓰지 않는 듯 하다. 모 일간지 인터뷰에서 어떤 여자가 "단시간에 피부가 하얘질 수 있다면 중금속이 들어있는 화장품을 바를 수도 있다" 했다. 몸에 비록 안좋다는 것을 알지만 그보다 피부가 깨끗해진다면 그정도 위험은 쉽게 감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화장품에 대한 맹목적인 무지를 단편적으로 드러내는 말이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독을 얼굴에 바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화장품은 각종 화합물을 첨가하고 배합하여 만든 화합물이다.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각종 석유계 화합물질들을 마구 첨가하고 있는데, 발암물질이나 환경 호르몬 등 각종 질병의 우려에 대한 연구 결과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또 요즘은 천연 재료 천연 물질의 열풍으로 각종 검증되지 않은 천연 화장품들도 나오는데, 그 또한 결코 안전한 것이 아니다. 지금 현재 부작용이나 인체에 별 문제가 없다고 해서 안심할 일도 아니다. 각종 유전병 등 검증되지 않은 수많은 질병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 모두가 부적절한 화학 물질들이 체내로 흡수되어 생긴다. 입으로 섭취하는 것만 우리가 흡수하는 것이 아니다. 또 화장품에 대한 지나친 맹신으로 과용해서 바른다거나 잘못 사용하는 경우도  꽤 많다.

이 책이 강조하는 것은 광고나 브랜드에 현혹되어 화장품을 고르지 말것을 권고한다. 그리고 화장품을 사기에 앞서 전성분을 꼭 살펴볼 것과 나에게 맞는 화장품 only one을 찾는 노하우를 알려준다. 또한 화장품은 의약품이 아니므로 직접적이고 빠른 효과를 기대한다는 것이 무리이므로 신제품이나 새로운 성분 물질에 현혹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화장품을 많이 바르는 경향이 있다. 기초 4종세트, 로션 등의 개념은 우리나라에서만 통하는 허상이다. 스킨다음 로션이란 공신은 다른나라에선 생소하다. 에센스, 로션, 세럼, 크림은 점도만 다를 뿐 기능은 비슷하다. 건성피부라면 크림을 지성피부라면 에센스를 택하면 된다. 모공을 줄여주는 화장품은 절대 없으며, 관리(세안)이 중요하다. 아이크림은 35세 이전이라면 쓸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눈 주병에 유수분을 공급해야 한다고 착각하고 있지만 더 많은 부작용을 초래할 뿐이다. 영양과잉으로 비립종 등이 생기며, 눈가가 수용할 수 있는 화장품의 양은 매우 미미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피부가 알아서 할일(항상성)을 미리부터 화장품을 개입시켜 조절 시스템을 파괴해서는 안된다.
또 메이크업 제품은 엄밀히 피부에 흡수되어서는 안된다. 아이섀도나 립스틱 등의 색이 피부에 그대로 흡수된다 생각해보자. 큰일이다. 따라서 메이크업 제품 속 기능성 성분은 다 필요없는 사족이다. 요즘 화이트닝 기능이 추가된 파운데이션이나 콜라겐 등이 들어있는 메이크업 제품들이 고가에 판매되고 있지만 그것은 만족감을 위한 사치일 뿐이다. 그리고 신물질, 신제품이라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며 그 안정성이 검증될 때까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진정한 BB크림이란 것은 재생성분 (콜라겐, 플라센타, 마치현, 상백피감초, 카모마일 등)이 들어 있는지 확인한다. 현재 시판되는 대부분의 BB크림은 그저 커버로션정도의 개념이 혼동되어 판매되고 있다. 
또 저가 브랜드 제품의 대부분의 성분은 합성계면활성제와 폴리머 등 자극성이 높은 파라벤이 무려 5종이나 들어있다. 청소년들이나 이십대 초반의 학생을 겨냥한 저가 브랜드 기업들은 마케팅할 때 사회적 양심을 갖길 바란다는 내용도 있다. 
이밖에도 여러가지 화장품에 대한 잘못된 습관과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여러가지 자료들이 이 책 속에 담겨 있다. 

우연히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읽어가면서 아~ 이거 신선하고 새로운 내용인데?라는 부분을 솔직히 많지 않았다. 하지만 새삼 느끼는 점들이 많았다. 이 책은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한국 여성들의 소비나 화장품을 바르는 성향들을 잘 분석해 놨다.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여성들이 실제로 그런 화장 습관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무조건적으로 이 책속의 내용들을 맹신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자료들은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이 자료를 알고, 우리가 화장품을 고르고 바르는 데 있어서 다시 한번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분별력을 가졌으면 좋겠다. 남들이 좋다니까... 또는 저 브랜드는 믿을만하니까..라고 고를 것이 아니라 들어간 성분이라든가 내용들을 꼼꼼히 확인하기 바란다. 나 또한 이 책을 통해 지금 내가 갖고 있는 화장품들을 다시 점검해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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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안 1 - 큐 이야기
츠지 히토나리 지음, 양억관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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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안-마리 이야기>를 통해 마리의 오빠 소이치로와 얽힌 그들의 관계, 그리고 어렴풋이 큐의 마리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지만 큐의 이야기를 다 읽고 난 지금에서야 미완성이었던 그들의 이야기가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완성되었다. <좌안>보다 <우안>의 이야기가 조금 더 구체적으로 다가왔다. 앞선 이야기에서 이해할 수 없었던 모든 일들과 현상들이 <우안>에 와서야 연결되어 이해할 수 있었다. 나중에 읽은 책의 느낌이 더 가깝고 깊게 남아서 일까...마리의 삶도 여러가지로 안타까운 일들이 많았지만 난 큐의 이야기에서 더 많은 연민이 느껴졌다. 마리를 사랑했지만 쉽게 다다가지 못했던 마음 그리고 그를 둘러싼 운명과 업 등..

세상엔 정말 운명이란 것이 존재할까, 생각해 본다. 큐는 어릴 때부터 보통 사람과는 다른 운명을 갖고 태어난다. 소위 초능력이라고 불릴만한 범상치 않은 힘과 예지능력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영적인 세계와 소통할 수 있었다. 죽은 소이치로와 더욱 가까이 교감할 수 있었고  그것은 그를 더욱 죽음과 관계된 알 수 없는 영적 세계로 점점 빠져들게 했다. 마리의 곁을 떠나게 됐고 마치 운명같은 주위 사람들의 죽음과 그의 범상치 않은 능력은 그의 삶을 불행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9명의 사람을 구원해야 한다는 업을 갖게 되었다.

큐의 이야기는 이렇게 조금은 초현실적인 이야기로 가득했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통해 마리에 대한 큐의 사랑이 <좌안>에서보다 더욱 깊게 느껴졌다. 마리에게 큐는 오빠 소이치로와 함께 추억 속에 있는 늘 한결같은 정신적 버팀목 같은 존재였다고 한다면 큐는 마리에게 그보다 훨씬 더 강력한 사랑의 마음을 갖고 있었다. 그 사랑의 마음이 쉽게 연결되지 못한 것이 이들 마리와 큐 사이에 존재에 정말로 어떤 운명같은 것이 존재했는지도 모르겠다. 그 운명과 업에 대한 암울한 물음 같은 것들로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어둡고 안타까운 마음이 가득찼다. 어쩌면 큐의 숟가락을 휘고 물건을 공중 부양시키는 등의 초능력은 중력의 카르마를 벗어나고자 하는 그의 의지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하지만 마리와 큐는 각자의 인생을 돌고 돌아 다시 만나게 되고 자신의 9번째 구원의 사람일지도 모르는 마리와 남은 시간을 함께 살아갈 것을 다짐한다. 그리고 '안녕, 또 보자'라는 소이치로의 엽서는 이미 이루어진 것인지도 모른다.

좌안과 우안.. 두 작가에 걸친 마리와 큐의 인생... 정말 길고 긴 여정을 거쳐 결국 다시 만났다. 안타까운 과거를 지나긴 했지만 그래도 행복한 미래를 예감할 수 있다는 것에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진다. 비록 열정적인 사랑은 아니었지만 평생을 간직한 그들 사이의 은근한 그리움은 오히려 가슴깊게 차분한 감동으로 남았다. 

인생과 인생 사이에는 강이 흐릅니다. 내가 늘 이쪽에서 살아가듯이 그리고 마리가 저쪽에서 살아가듯이 우리는 서로의 인생을 볼 수 없습니다. 시작은 같은 장소였음에도 강은 시간과 함께 하류로 나아갈수록 점점 넓어져서 우리를 멀어지게 합니다. 그것이 바로 인생이 아닌가 싶습니다. 나는 우안에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좌안에서 살고 있습니다. 같은 지구에 존재하는데도 나는 좌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릅니다. 인간의 수만큼 많은 강변이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늘 강변에 서서 당신이나 만날 수 없는 가족, 친구들을 생각합니다. <우안 2 p.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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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안 1 - 마리 이야기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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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의 아오이와 쥰세이... 이탈리아 두오모 앞에 마주선 그들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들의 사랑과 아픔 또 그들이 있었던 그곳에 반해 이탈리아 피렌체까지 가서 두오모를 직접 눈에 담아왔다. 그만큼 <냉정과 열정 사이>란 작품은 나의 기억 속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에쿠니 가오리란 작가를 새롭게 알게된 계기가 되기도 했고..냉정과 열정 사이’ 그후 10주년을 기념하며 에쿠니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가 다시 한번 함께 쓴 작품 <좌안-마리 이야기>과 <우안-큐 이야기>...작가 이름과 그 타이틀 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고 마음이 확~끌렸다. 주저없이 책을 골랐고 바로 읽기 시작했다. 각각 두권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아마 두 작가 모두에게 이 작품은 가장 대작으로 남을 것 같다.

좌안은 마리라는 여자의 이야기이다. 마리는 자유 분방하다. 춤추는 것과 술마시는 것을 좋아했고, 좋아하는 남자를 따라 고등학교도 중퇴를 하고 가출을 했다. 많은 남자를 만났고 사랑했고 또 떠나갔다. 또 이별만큼이나 죽음이란 것도 빈번하게 다가왔다. 어릴 때 가장 좋아했던 오빠 소이치로가 자살했고, 남편 하지메가 교통사고로 죽었으며, 엄마 기요도 그녀를 놔두고 떠나가서 결국 죽었다. 그녀의 인생은 어릴 때부터 그렇게 순탄해 보이지 않았다. 수많은 이별과 죽음을 경험했다. 하지만 그녀의 인생에서 죽음이란 것이 완전한 이별을 뜻하지는 않았다. 하지메와의 사랑을 간직한 채 딸 사키를 키우고, 또 아버지와 늘 함께 있는 죽은 엄마의 환영을 느꼈으며, 사랑하는 오빠 소이치로는 늘 그녀의 곁에 있었다. ’더 멀리 가라’라는 소이치로의 속삭임에 그녀는 그녀의 슬픔과 절망을 뒤로 한채 꿋꿋하게 그녀의 인생을 걸어나갔다. 또 그녀의 굴곡있는 인생 속에는 큐가 있었다. 큐는 어느날 갑자기 그녀 앞에 나타났다가 갑자기 사라지기도 했지만 그녀의 인생 속에 큐라는 존재는 죽은 오빠 소이치로와 추억과 함께 애틋한 잔상으로 늘 함께한다.

어린 시절 마리는 오빠 소이치로와 옆집 사는 큐라는 소년과 늘 함께였다. 친구도 없고 학교 생활에도 별로 적응을 하지 못했던 그녀에게 그들은 유일한 우상이며, 친구였다. 소이치로가 죽은 후 큐도 떠나 마리와 큐는 각자의 인생을 살아간다. 한순간 둘이 연인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아쉬운 장면이 있기도 했지만 그녀 반평생 인생에 있어 큐와 교차하는 지점은 극히 작은 부분이 지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들의 유대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 그들은 각자 살아가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며, 편지로 소통을 한다.   
큐 또한 결코 순탄한 인생을 산 것 같지 않다. 하지만 소이치로는 큐에게 있어서도 강한 정신적 유대로 맺어져 있는 것 같다. 큐와 마리는 각자의 인생을 돌고 돌아 소이치로가 남긴 엽서 한장의 끈으로 인생의 말미에 다시 만나게 된다.

아오이와 쥰세이와 같이 다소 열정적이면서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예상했던 난 <좌안-마리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의 예상과는 조금 달라서 초반에는 조금은 실망했다. 물론 아직 소설의 반쪽<우안-큐 이야기>이 남아있는 상태지만......좌안 1권을 읽으면서 ’도대체 큐는 어디서 뭐하는데 빨리 안나오는거야?’라는 생각을 계속 했다. 빨리 남녀 주인공이 만나야 뭔가 일이 이루어질텐데...하면서 말이다. 참 성격이 급하기도 하다. 꼭 남녀 주인공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남녀가 각각 주인공이라면 그들이 만나서 함께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다.

손을 뻗으면 서로 닿을 듯한 거리에서 왜 서로가 서로를 그저 지켜보기만 하는 건지.. 왜 그들은 서로 연인으로 맺어지지 않는 것인지....
소이치로라는 공유된 추억과 그 추억을 바탕으로 서로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하고 있으면서 서로에게 상처주는 것이 두려워서 속마음을 깊숙히 숨기는 두 사람의 관계가 너무나 안쓰러웠다. 그것이 마리와 큐가 서로를 사랑하는 방법이었던 것일까?
아직 읽지 않은 <우안-큐 이야기>가 기대된다. 큐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건지..그리고 그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인지 그의 삶도 매우 궁금해졌다. 그들의 이야기를 모두 읽은 후에야 그들의 사랑에 대한 답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좌안>의 이야기는 안타까운 점이 많았다. 딸을 내버려 두고 다른 인생을 찾아 떠난 엄마 기요와 홀로 남겨진 아버지 아라타에 대한 이야기도 안타까웠고, 인생에 쓸모없는 남자들만 만나다가 진정한 사랑이라 믿고 결혼했던 남편을 사고로 일찍 잃은 마리도 안타까웠다. 마리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들은 죽음으로 떠나갔다. 하지만 그녀는 그 슬픔과 절망을 이겨내고 혼자라도 불안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나는 외톨이다’라고 마리는 말했지만  홀로 꿋꿋히 공부하고 자기 가게를 차리고 열심히 살아가는 마리에게 새로운 삶이 찾아올지 모르겠다.

이 작품의 주 배경이 되었던 프랑스와 일본의 훗가이도의 거리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 하다. 그 속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마리의 영상이 그려진다. 그럼 이제 큐를 찾아 다시 <우안> 속으로 빠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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