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안 1 - 마리 이야기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냉정과 열정 사이>의 아오이와 쥰세이... 이탈리아 두오모 앞에 마주선 그들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들의 사랑과 아픔 또 그들이 있었던 그곳에 반해 이탈리아 피렌체까지 가서 두오모를 직접 눈에 담아왔다. 그만큼 <냉정과 열정 사이>란 작품은 나의 기억 속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에쿠니 가오리란 작가를 새롭게 알게된 계기가 되기도 했고..냉정과 열정 사이’ 그후 10주년을 기념하며 에쿠니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가 다시 한번 함께 쓴 작품 <좌안-마리 이야기>과 <우안-큐 이야기>...작가 이름과 그 타이틀 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고 마음이 확~끌렸다. 주저없이 책을 골랐고 바로 읽기 시작했다. 각각 두권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아마 두 작가 모두에게 이 작품은 가장 대작으로 남을 것 같다.

좌안은 마리라는 여자의 이야기이다. 마리는 자유 분방하다. 춤추는 것과 술마시는 것을 좋아했고, 좋아하는 남자를 따라 고등학교도 중퇴를 하고 가출을 했다. 많은 남자를 만났고 사랑했고 또 떠나갔다. 또 이별만큼이나 죽음이란 것도 빈번하게 다가왔다. 어릴 때 가장 좋아했던 오빠 소이치로가 자살했고, 남편 하지메가 교통사고로 죽었으며, 엄마 기요도 그녀를 놔두고 떠나가서 결국 죽었다. 그녀의 인생은 어릴 때부터 그렇게 순탄해 보이지 않았다. 수많은 이별과 죽음을 경험했다. 하지만 그녀의 인생에서 죽음이란 것이 완전한 이별을 뜻하지는 않았다. 하지메와의 사랑을 간직한 채 딸 사키를 키우고, 또 아버지와 늘 함께 있는 죽은 엄마의 환영을 느꼈으며, 사랑하는 오빠 소이치로는 늘 그녀의 곁에 있었다. ’더 멀리 가라’라는 소이치로의 속삭임에 그녀는 그녀의 슬픔과 절망을 뒤로 한채 꿋꿋하게 그녀의 인생을 걸어나갔다. 또 그녀의 굴곡있는 인생 속에는 큐가 있었다. 큐는 어느날 갑자기 그녀 앞에 나타났다가 갑자기 사라지기도 했지만 그녀의 인생 속에 큐라는 존재는 죽은 오빠 소이치로와 추억과 함께 애틋한 잔상으로 늘 함께한다.

어린 시절 마리는 오빠 소이치로와 옆집 사는 큐라는 소년과 늘 함께였다. 친구도 없고 학교 생활에도 별로 적응을 하지 못했던 그녀에게 그들은 유일한 우상이며, 친구였다. 소이치로가 죽은 후 큐도 떠나 마리와 큐는 각자의 인생을 살아간다. 한순간 둘이 연인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아쉬운 장면이 있기도 했지만 그녀 반평생 인생에 있어 큐와 교차하는 지점은 극히 작은 부분이 지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들의 유대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 그들은 각자 살아가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며, 편지로 소통을 한다.   
큐 또한 결코 순탄한 인생을 산 것 같지 않다. 하지만 소이치로는 큐에게 있어서도 강한 정신적 유대로 맺어져 있는 것 같다. 큐와 마리는 각자의 인생을 돌고 돌아 소이치로가 남긴 엽서 한장의 끈으로 인생의 말미에 다시 만나게 된다.

아오이와 쥰세이와 같이 다소 열정적이면서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예상했던 난 <좌안-마리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의 예상과는 조금 달라서 초반에는 조금은 실망했다. 물론 아직 소설의 반쪽<우안-큐 이야기>이 남아있는 상태지만......좌안 1권을 읽으면서 ’도대체 큐는 어디서 뭐하는데 빨리 안나오는거야?’라는 생각을 계속 했다. 빨리 남녀 주인공이 만나야 뭔가 일이 이루어질텐데...하면서 말이다. 참 성격이 급하기도 하다. 꼭 남녀 주인공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남녀가 각각 주인공이라면 그들이 만나서 함께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다.

손을 뻗으면 서로 닿을 듯한 거리에서 왜 서로가 서로를 그저 지켜보기만 하는 건지.. 왜 그들은 서로 연인으로 맺어지지 않는 것인지....
소이치로라는 공유된 추억과 그 추억을 바탕으로 서로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하고 있으면서 서로에게 상처주는 것이 두려워서 속마음을 깊숙히 숨기는 두 사람의 관계가 너무나 안쓰러웠다. 그것이 마리와 큐가 서로를 사랑하는 방법이었던 것일까?
아직 읽지 않은 <우안-큐 이야기>가 기대된다. 큐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건지..그리고 그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인지 그의 삶도 매우 궁금해졌다. 그들의 이야기를 모두 읽은 후에야 그들의 사랑에 대한 답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좌안>의 이야기는 안타까운 점이 많았다. 딸을 내버려 두고 다른 인생을 찾아 떠난 엄마 기요와 홀로 남겨진 아버지 아라타에 대한 이야기도 안타까웠고, 인생에 쓸모없는 남자들만 만나다가 진정한 사랑이라 믿고 결혼했던 남편을 사고로 일찍 잃은 마리도 안타까웠다. 마리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들은 죽음으로 떠나갔다. 하지만 그녀는 그 슬픔과 절망을 이겨내고 혼자라도 불안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나는 외톨이다’라고 마리는 말했지만  홀로 꿋꿋히 공부하고 자기 가게를 차리고 열심히 살아가는 마리에게 새로운 삶이 찾아올지 모르겠다.

이 작품의 주 배경이 되었던 프랑스와 일본의 훗가이도의 거리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 하다. 그 속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마리의 영상이 그려진다. 그럼 이제 큐를 찾아 다시 <우안> 속으로 빠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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