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8세와 여인들 1
앨리슨 위어 지음, 박미영 옮김 / 루비박스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우리나라 만큼 서양의 왕족사도 흥미롭다. 특히나 세기의 스캔들이라 불리던 튜더 왕조 헨리 8세의 이야기는 많은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될 만큼 유명해서 식상할 듯도 하지만  나의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자료나 미술사 등을 통해 그들의 모습을 찾아봤고, 그들 모습과 역사책을 통해 그 당시 일들을 상상해 보기도 했다. 사실 헨리 8세의 후대 이야기(엘리자베스 1세나 레이디 제인그레이)를 더 많이 접해서인지 나에게 헨리 8세라는 인물은 피의 여왕 메리 1세와 엘리자베스 1세의 아버지라는 인식이 더욱 강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헨리 8세라는 한 남자의 일생과 그를 둘러싼 수많은 갈등 그리고 그를 역사 속 유명한 인물로 만들었던 그의 여섯 왕비에 대해 자세하게 알 수 있었다.

헨리 8세.... 
무려 여섯명의 왕비를 갈아치웠고, 앤 불린과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종교 개혁까지 단행했을 만큼 열정적인 사랑을 했던 왕, 하지만 영원한 사랑은 역시 없는 것일까? 그렇게 불타는 정열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고 여섯 왕비 중 두명이나 단두대로 보냈으며, 그 화려한 여성 편력 속에서도 변변한 왕자 한명 얻지 못했던 불행한 왕이었다. 하지만 헨리 8세 만큼 당대나 후대에 명망이 높으며 인기가 있었던 왕이 또 있을까? 헨리 8세는 분명 리더십과 카리스마가 넘치는 사람이었고 그만큼 권력과 왕으로서의 명망이 높았던 사람이었다. 물론 남편으로서 헨리를 말하자면 그다지 좋은 점수를 줄 수는 없을 것 같다. 여섯명이나 아내를 갈아치우다니 좀 너무하다 싶기도 하지만 절대 권력을 필요로 한 왕..그리고 후계자를 얻고자 하는 왕이라 한다면 아내들에 대한 가혹한 처사가 십분 이해되기도 한다. 그의 대부분 왕비들이 제거된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왕자를 생산하지 못한다는 이유였지만 부차적인 이유로는 왕비가 그의 권력에 절대 복종하길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따라서 왕과 비슷한 지적 수준으로 그의 처사나 정치적 행위에 조금이라도 영향력을 끼쳤던 똑똑한 왕비들, 아라곤의 카탈리나나 앤 불린과 같은 왕비들을 제거하기 위해 애를 많이 썼던 것이고, 그에 비해 그에게 순수하게 복종하고 순종했던 제인 시모어 같은 왕비에겐 왕비로서 높게 평가하고 그녀의 죽음을 안타깝게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왕의 절대 권력 앞에 정치적으로든 수명이 짧았든 간에 희생당한 각각의 왕비들의 삶이 참으로 애닮았고 서양이나 동양이나 왕의 왕자에 대한 집착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았다. 그토록 바라던 제인 시모어에게서 얻은 에드워드 6세 왕자가 있었지만 병약하여 요절하고 그가 남긴 두 딸 메리와 엘리자베스가 영국 역사에 한획을 긋는 여왕으로서 남게되는 일 또한 극적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래도 헨리 8세는 그때그때 열정적인 사랑을 했음에 분명했다. 특히 열정의 대상이었던 앤 불린에 대한 것은 너무나 열정적인 나머지 그 대상을 파괴시켜 버릴 정도로 강렬했다. 그의 잔인하면서도 많은 결점에도 불구하고 후대에 이렇게 만인에게 사랑받는 왕으로 남을 수 있는 이유는 아마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소설이라기보다는 사실 위주의 나열로 역사서에 가까운 두권 분량의 책을 읽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게다가 한 사람의 역사적 사실을 이야기하기 위해 그 사람의 몇대에 이른 아버지쪽 어머니쪽의 관계 이야기는 오히려 이 책에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되었다. 게다가 아버지나 아들이나 이름이 같은 경우가 많고 역사서 전체를 볼 때 수많은 사람들이 등장하지만 동명 이인이 많다. 따라서 책을 읽는 데 더 많은 집중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헨리 8세의 왕족사를 한눈에 알 수 있게되어 만족스럽다. 또 기회가 생긴다면 그의 요절한 단 하나뿐인 아들이었던 에드워드 6세에 대한 기록을 찾아보고 싶다. 마크 트웨인의 유명한 '왕자와 거지'의 모델이기도 했던 비운의 왕자.. 이 또한 굉장히 매력적인 흥미로 내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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