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누주드, 열살 이혼녀
누주드 무함마드 알리.델핀 미누이 지음, 문은실 옮김 / 바다출판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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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가끔 해외토픽에도 나오지만 아랍권 나라에서 어린 여자 아이를 혼인시키는 일은 드문일이 아니다. 이 책의 에필로그에도 소개되어 있듯이 사우디아라비아 남자가 아홉살 예멘 소녀와 혼인을 했는데, 이 소녀가 혼인한지 사흘만에 죽자 소녀의 부모들은 마치 신랑에게 불량품을 전달했다는 듯이 소녀의 일곱살난 동생으로 신부를 바꿔주었다는 이야기가 아랍권 나라에서는 그리 놀랄만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거다. 일부 다처제에 여성의 인격을 무시하고, 남성에게 복종하지 않는 여성은 죽여도 좋다는 등의 악습이 관행적으로 이어져오는 이들 아랍 즉, 일부 이슬람권 문화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그런 나라에 태어나지 않은 것을 안도하면서도, 현대 사회에 이런 나라가 있다는 것에 끔찍한 생각이 든다.

특히 조혼을 빌미로 어린아이의 성착취와 폭행이 당연한 듯 이루어지는 현실은 정말 어떤 식으로든 근절해야할 심각한 문제이다. 이 악습은 순수 이슬람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며, 연약한 여자를 상대로 하는 일부 아랍 남성들의 무자비하고 잔인한 특권의식에서 온 것이라 한다. 이 책에 나오는 누주드는 고작 열살 나이의 예멘에 사는 소녀다. 그녀는 아버지의 강압에 못이겨 자신보다 세배나 나이가 많은 남자에게 팔려가듯 혼인을 한다. 톰과 제리와 코난만화를 즐겨 보고 예쁜 드레스를 동경하는 어린 소녀가 결혼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기나 할까? 한참 밖에서 친구들과 뛰어놀 철없는 나이지만 결혼 첫날부터 남편의 성적 폭력과 학대에 시달리고 시어머니를 비롯한 시댁식구들로부터도 노동착취를 당한다.

밤마다 공포에 떨어야 했고 버거운 집안 살림에 허덕여야 했을 가엾은 열살 소녀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두달 후 친정에 잠시 보내졌을 때 누주드는 결혼 생활에서의 탈출을 결심하지만, 이혼이라는 것이 가문의 명예를 해쳐 살해당해도 마땅하다는 아버지의 태도에 더 상처를 받게된다. 보호받아야 할 가족에게 조차 명예(샤리프)의 문제로 죽임을 당할 수 있다니 너무 끔찍하다. 가끔 토픽에 아버지나 오빠에 의해 살해당하는 아랍 여자들의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들었다.

누주드는 엄마 심부름을 빌미로 무작정 법원으로 가서 판사를 찾게되고 운좋게도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귀울여주는 판사와 인권 변호사인 샤다 나세르의 도움을 받게 되어 이혼소송을 내게 된다. 이 소송은 전세계적으로 알려지고, 결국 승소한다. 평범한 여학생으로 되돌아 온 누주드는 자신과 같은 일들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샤다 나세르와 같은 변호사가 되길 꿈꾼다.

이 이혼 소송은 결과적으로 승소하여 이혼이라는 판결을 얻어냈지만 이 과정을 겪기까지 어린 소녀가 지나온 일들은 정말 목숨을 건 위험한 싸움이었다. 남편이나 심지어 그녀의 아버지에게 조차 죽임을 당할 수 있었던 위기를 넘긴 것이다. 하지만 소송에 승소했다고 해서 그녀의 앞날이 밝게 뚫린 것은 아니다. 이혼을 달가와하지 않고 국제적인 시선을 곱지 않게 받아들이는 집안 식구들과의 갈등도 있었고, 그녀의 남편은 결국 무죄방면되었다는 사실이다. 또한 샤다 나세르는 국제 사회에 예멘의 인식을 나쁘게 했다는 안좋은 평판을 받고 예멘 사회로부터의 위협에 몸을 사려야 한다.

결국 한 어린 소녀는 불행한 결혼 생활로부터 탈출은 하였지만 사회의 근본적인 병폐는 여전히 개선이 안되었다는 사실이다. 오래전부터 당연하다는 듯이 행하여저 온 악습이 하루아침에 바뀌어지기는 참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인권을 무시하는 특히, 어린아이의 행복을 박탈하는 악습을 반드시 없애야 한다. 한참 꿈꾸고 어린아이로서 당연히 누려야 하고 보호받아야 할 것들이 무시되는 사회가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가슴아프다. 이 모든 일들에 분노를 느낀다.

누주드.. 용기있는 소녀! 그녀가 바라는 일들이 꼭 이루어지길 빈다. 그녀와 같은 불행이 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안타까운 현실이 빨리 개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특히 아랍 남성들!! 머릿 속에 꽉 박혀있는 남성 우월주의 생각을 헤집어 뽑아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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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 - 절망을 이기는 용기를 가르쳐 준 감동과 기적의 글쓰기 수업
에린 그루웰 지음, 김태훈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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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학창시절 봤던 영화 <죽은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님이 생각났다. 출세만을 고집하는 교육 현실과 청소년들의 미래를 본인의지와 무관하게 획일화시키는 교육 과정에 직접 반기를 들며 자유 수업 방식의 교육을 펼친다. '카르페 디엠' 그것은 바로 청소년 자신이 주체적이고 독립적으로 하고자하는 일을 선택하고 스스로의 인생을 설계해 갈 수 있는 자유 정신을 의미한다. 이 영화를 굉장히 인상깊게 봤던 난 아직도 마지막 장면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 솔직히 이런 종류(선생님 하나가 문제아 또는 어려운 현실에 처한 학생들을 이끌어 성공하는 사례)의 이야기는 영화나 책 등을 통해 심심치 않게 들어왔지만, 그런 이야기들은 언제 들어도 가슴 따뜻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획일화된 교육, 그리고 대학에 가기 위한 교육, 그것은 아마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 또한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삭막한 현실이다. 피말리는 입시경쟁 이외에 또 한켠에서는 청소년 폭력문제도 심각하다. 가끔 티비나 뉴스를 통해 듣는 각종 학생 폭력 사건의 이야기들은 '쟤네들이 정작 십대란 말인가"싶을 정도로 무섭고 섬짓한 일들도 많다. 이 모든 것들이 청소년 각자의 자유 의지를 오직 입시 위주의 교육에만 초점을 두는 교육 정책과 정작 청소년 각자의 문제에 무관심한 부모,교사 모두의 책임일 것이다. 다행히도 우리나라에서는 인종 때문에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는 드물다. 외국 특히 다민족들이 모여 생활하는 미국이란 나라에서는 인종문제가 학생을 포함한 각종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학창시절 미국에 사는 흑인 친구과 첸팔을 한 적이 있었는데, 언젠가 편지의 내용에 자신의 친한 친구가 총에 맞아 죽었다고 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런일이 거의 드물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한편으론 놀라웠고, 미국에 사는 학생들은 우리나라의 학생들과 처한 환경이 많이 다르구나라는 것을 새삼 느꼈었다. 또한 몇년 전 우리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온 조승희 사건은 인종과 총기 문제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커다란 비극이다. 인종, 총기, 마약 등 각종 강력사건에 많은 청소년들이 관련되고 희생되는 현실이 현재 미국사회였으며, 총격전이 난무하는 현실은 전쟁터나 마찬가지였다. 특히 이 책의 저자 에린 그루웰 선생님이 근무하게 된 켈리포니아의 윌슨 고등학교 203호는 불량학생'의 집합 장소였다.

203호는 우등학생들에게 소외된 열등한 흑인, 남미계, 아시아 등 각종 유색인종 학생들이 모인 문제아반으로 에린 그루웰 선생님은 이곳에서 국어를 가르치게 된다. 도저히 가르칠 수 없는 난장판인 학생들을 맡기에 그녀의 교사 경험은 많지 않았고, 그녀가 쉽게 포기하고 떠날거라 생각했지만 그녀는 이곳에서 4년동안이나 학생들과 동고동락하며  학생들과 마음을 나눈다. 에린 선생님이 가장 먼저 이야기를 꺼냈던 화재는 '인종문제'였으며, 획일화된 교과서를 접고 문학과 글쓰기를 통해 '관용'을 가르친다. 왜 이런 문학책을 읽어야 하지? 라고 거부했던 학생들도 차차 책을 펼쳐들게 되었고, 그 책속에 인물과 자신과의 비슷한점을 발견했으며, 자신과 비슷한 절망적인 상황에서 꾿꾿히 앞서 나가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통해  긍정적인 삶의 방법을 찾게 된다. 각종 차별과 폭력, 열악한 가정환경과 부모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었던 학생들은 차차 마음의 문을 열고, 그들의 현실을 딪고 일어서 새로운 희망을 생각하게 된다.

인종 문제에 대한 그녀의 교육은 우선 학생들에게 유태인 학살을 다른 <안네의 일기>와 보스니아 내전의 생존자인 줄리타란 학생이 쓴 <줄리타의 일기>를 읽게 하였다. 그 책들을 통해 인간 말살 정책의 심각성을 일깨워주고, 그 작가와 관련된 인물이나 줄리타를 직접 초청하여 강연을 듣게하고, 그와 관련된 영화와 박물관을 견학하게 한다. 또한 책속의 인물을 직접 만나기 위해 계획한 유럽 여행은 학생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킨다. 획일화된 교육이 아닌 직접 경험하고 실천하고 또 느끼게 하는 그리고 무엇보다 차별하지 않는 그녀만의 독특한 수업방식에 학생들은 큰 감동을 받고 자신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삶의 용기를 얻게 된다.

또한 학생들이 자신의 내면의 고민이나 일들을 일기로 쓴 책이 언론과 출판 각종 지역사회의 후원으로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Freedom writers Diary)라는 이름으로 출간되고, 그 일기를 쓴 자신들을 자유의 작가'로 명명하면서, 그들의 이야기는 전 미국 또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된다.

이 책은 무엇보다 실화라는 점에서 느끼는 것이 더 많다. 책 속의 많은 학생들의 일기에서는 미국 청소년 현실의 고통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현실에 처해 있는지, 모두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책속의 모든 내용이 우울하고 심각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 어른들이 그리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이 정작 학생 각각의 입장에서 그들에게 진정한 마음을 가지고, 얼굴을 마주보고, 마음을 열고 대화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된다. 물론 그것이 결코 쉽지는 않은 일이다. 그렇기에 에린 그루웰 같은 선생님이 특별히 존경과 관심을 받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에린 같은 선생님이 많다면 가끔씩 우리에게 들려오는 충격적이고 비극적인 사건들이 줄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더불어 책읽기와 글쓰기라는 행위가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가 하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고, 편견과 차별이 없는 사회가 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특히 태어난 성분(인종이나 피부색)으로 차별을 당하는 비극은 없어야 할 것이다.

**책 앞에 환하게 웃고 있는 에린 선생님과 학생들의 모습이 정말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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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불빛의 서점 - 서점에서 인생의 모든 것을 배운 한 남자의 이야기
루이스 버즈비 지음, 정신아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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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활자중독증으로 매일매일 새로운 책을 사서 보는 나지만 서점에 가본지는 좀 되었다. 서점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니고, 그저 인터넷에 익숙해지다 보니 습관처럼 모니터 속에서 책을 고르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참으로 편리한 세상이다. 앉은 자리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살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많다. 책장을 직접 넘겨보는 즐거움과 책냄새 그리고 서점 안을 분주히 왔다갔다하는 사람의 모습... 다시말해 서점 그 자체의 활기는 느낄 수가 없다.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하긴 했다. 책을 좋아했다고 해서 책 읽는 것을 즐겼다는 이야긴 아니다. 그냥 책이란 물건 그 자체가 좋았다. 학생 때는 큰 서점에 문열릴 때 들어가서 문닫힐 때까지 있었던 적도 있다. 책은 한권도 안읽었다. 단지 수많은 책의 표지만 훑고 만져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서 시간이 빨리갔다. 이책은 뭐지? 저책은 뭘까? 하며 이것저것 들춰보는것 말이다. 대학생때는 방학때마다 봉사활동 학점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과정이 있었는데, 난 늘 중앙도서관에서 책을 정리하고 대출하는 일을 맡아서 했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4층 공학/기술 부분의 책을 모아둔 코너에 있었는데, 대출할 때 학생증을 맡기니까 도서관을 드나드는 모든 공대생들의 신상을 파악하는 일도 조금은 재미있었다.  그런데 사실 공대생들에겐 웬지 관심이 덜갔다. 문학코너 같은데 있었으면 좀더 다양한 학과의 학생들에 대해 알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ㅎㅎ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동네의 작은 소형 책방들이 모두 문을 닫고 책 대여점 또한 점점 줄어드는 현실이 조금은 안타깝다. 예전에는 지금과 같이 책을 많이 읽지도 않았지만 읽고 싶은 책은 모두 동네 책 대여점에서 빌려볼 수 있었다. 내가 책을 직접 사서 읽어보게 된 계기는 책을 빌려볼만한 데가 없어서였다. 습관처럼 한권씩 한권씩 사서 읽게된 것이 이제는 책을 읽는 즐거움에 책을 사는 즐거움까지 더해졌다. 책장을 한단한단 쌓아 올리면서 늘어나는 나의 책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뿌듯하다. 나중에 내집이 생기면 방하나를 서재로 꾸며볼 생각이다. 네벽면을 책장으로 세우고 온갖 책들로 가득 채울 상상만으로 기분이 좋아진다.

이 책은 작가 루이스 버즈비가 서점과 출판사 외판원으로 산 17년간 경험을 토대로 자신의 독서 편력과 오늘날의 서점이 모양새를 갖추기까지의 역사 ..그리고  서점 구석구석에 숨겨진 또다른 많은 즐거운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역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는 뭔가가 통하는 것 같다. 루이스 버즈비란 사람에 대해서 잘 모르겠지만 난 책에 대한 그의 여러가지 생각들이 동감하는 부분이 많았고, 모든 것이 쉽게 이해가 되었다.  그의 서점에 대한 에세이를 통해 나름 나의 책에 대한 기억들을 떠올렸고 또다시 어떤 것에 대해 막연히 읽고 싶다는 충동을 불러일으켰다.

각종 매스미디어와 과학의 발달로 이제는 책도 모니터를 통해 읽는 시대가 왔다곤 하지만 역시나 책은 종이를 한장한장 넘겨가면서 읽는 것이 제맛이다. 정말 독서를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피디에이나 모니터를 통해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 책을 고르는 일 또한 인터넷보다는 직접 서점에가서 책장을 넘겨가며 서점 구석구석에서 묻어나는 서점의 활기를 몸으로 느끼는 것이 훨씬 좋을 것이다. 그 또한 독서의 즐거움이니 말이다.

오늘은 퇴근길에 오래간만에 서점에 직접 들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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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 칸타빌레 - 베토벤.브람스와 함께 떠나는 음악 여행
TERRA 기획, 유강호.곽정란 글, 곽정란 사진 / 삼성출판사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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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피아노 뚜껑을 열었다. 양쪽 건반위로 먼지가 뽀얗게 끼었더라.. 뚜껑을 닫아도 그 미세한 틈 사이로 먼지가 스며든 것이다. 그만큼 오랫동안 피아노를 치지 않았다. 최근 삼년간은 아마 거의 피아노를 치지 않았던 것 같다. 정말 오래간만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베토벤 열정 소나타를 두드려봤다. 생각만큼 손가락이 쉽게 움직여지지 않았다. 감각이 무뎌졌다. 작가 곽정란씨는 피아노를 전공하였고, 이 책에서 열정 소나타에 대한 견해를 다음과 같이 전한다.

'열정 소나타'를 피아노를 칠 때면 피아노를 때려 부수고 싶어진다. 베토벤이 원한 것이 바로 그것인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중략) 부글부글 끓어 넘칠 것 같은 음악으로 베토벤이 전달하고 싶은 것은 뭐였을까? 연인에 대한 사랑? 그보다 더 심오한 것을 원했기를 예술가 베토벤에게 바라면 안 되는 것일까?  (중략)

한때는 내게도 피아노가 전부였던 시절이 있었다. 피아노가 좋았고 연주하는 자체가 즐거움이었다. 너무 피아노에 열중한 나머지 손가락 끝이 발갛게 부어오를 때까지 친적도 있었고 피아노가 나의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했었던 적도 있었다. 물론 모두 지난일이다. 내게도 그런 열정이 있었었나 싶을 정도로 피아노를 오랫동안 잊고 살았다. 하지만 직접 연주하지 않는다고 클래식 음악에 대한 관심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음악 듣기를 즐기고 또 내가 좋아하는 독서와 더불어 동시에 공유할 수 있기에 더 없이 만족한다.

하지만 내가 클래식 음악을 즐기는 것은 단순히 그 음악에 대한 (특히 피아노의 경우) 테크닉이라던가 음악 자체에 대한 선율과 감동을 느끼는 것이지 그 음악을 작곡했을 당시 작곡가의 심정이라던가 그 음악을 작곡했을 당시 작곡가가 보아온 풍경이나 이미지들은 제대로 알기가 어려웠다. 우연히 이 책을 알게되었고 이 책이 비록 베토벤과 브람스의 일부분에 국한된 내용이긴 하지만 그들의 자취와 작품을 따라 움직이는 여정은 클래식 음악 자체의 감동과는 또 다른 흥미를 일으켰다. 베토벤에게 영감을 준 전원 풍경이라던가 브람스의 산책한 길을 직접 눈으로 보며 따라 걷는 상상을 하는 것은 마치 주위 공기에서 그들의 음악이 직접 들리는 것과 같은 느낌과 더불어 전율도 느껴졌다. 물론 직접 가보면 그 느낌이 더 생생하겠지만....

또한 작곡가로서의 베토벤이나 브람스의 면모 이외에 인간으로서 또 한 남자로서의 각각의 인생을 살짝 엿볼 수 있었다. 특히 베토벤의 불멸의 여인이라든가 브람스와 클라라에 대한 로맨스는 역시나 가장 큰 관심거리였다. 베토벤 같은 경우는 불멸의 여인이란 소재로 영화도 몇편 만들어졌는데, 영화의 내용은 상당한 허구로 이 책 작가의 말을 빌자면 '무덤 속의 베토벤이 기함을 할 일'이라고 했다. 베토벤은 그의 음악과 성격만큼이나 열정적인 사랑을 했고, 브람스는 평생 거의 한 여자만을 가슴 속에 묻은 순애보적인 사랑을 했다. 이또한 그들의 음악적 성향과 더불어 흥미롭다.

책속에는 이 책에서 소개된  베토벤과 브람스의 곡들이 수록되어 있는 CD가 들어있다. 아쉽게도 전악장이 수록되지 못하고 일부 악장이 그것도 중간에 짤려서 담겨있다. 그저 한 음악의 분위기와 느낌을 살짝 맛보기로 감상하는 정도에 만족해야 한다. 하지만 이 음악들을 들으면서 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단순한 음률의 감상을 넘어 그 음악 속에 포함되어있는 작곡가의 내면이나 그 곡을 작곡했을 당시 작가가 보아온 풍경을 조금이나마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 상상과 함께 음악을 들으면 감동은 배가 된다.

클래식 음악을 특히나 좋아하는 나에게 이 책은 음악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된 계기가 되었고, 더 많은 작곡가들의 이런 기행 에세이가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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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비치 - 꿈꾸던 삶이 이루어지는 곳
앤디 앤드루스 지음, 강주헌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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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에 부딪친다. 나또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여러가지 일들을 겪었다. 시간이 지나고 또 다른 일들을 격으면서 한때의 어떤 어려움은 기억에서 잊혀진 듯도 하고, 또 어떤 아픔은 지금까지도 나의 가슴 속 깊게 새겨져 때때로 나를 슬프게도 한다. 죽을 것 같이 괴로운 일들도 힘들었지만 지나왔다. 삶은 어떻게든 살아지게 마련인가 보다. 하지만 기왕 사는 것 그냥 살아지게 체념하는 것보다 좀더 행복하고 의미있게 살면 더 좋지 않을까? 물론 그것은 우리 모두의 바램이기도 하다. 그 바램이란 것은 우리가 틀에 박힌 생각의 관점을 조금만 다르게 해도 금새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단다. 존스는 오렌지 비치에서 만난 각자의 아픔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의 일화를 통해 우리에게 감동과 희망의 메세지를 전해준다.

어느날 오렌지 비치에 청바지와 낡은 가방을 든 노인이 나타난다. 그가 어디서 왔는지, 무슨일을 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단지 이름이 존스라는 것뿐.... 낯선 이방인의 출현에 마을 사람들은 당황하지만 그와의 특별한 만남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고 다시 살아갈 이유와 의미를 찾게된다. 주인공 앤디 또한 부모님은 모두 여의고 오렌지비치 공원 방파제 아래서 은둔생활을 하고 있을 때 존스를 만났다. 그가 전해 준 이야기와 책을 통해 얻은 깨닮음으로 새로운 인생을 살기 시작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쓴 <폰더씨의 위대한 하루>라는 책으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단다.

주인공 앤디와 마찬가지로 오렌지 비치에서 존스가 만난 사람들은 평범하지만 마음 속에 말못할 아픔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혼을 하려는 부부, 실직에 허덕이는 청년, 가족을 떠나보내고 우울증에 걸린 노파, 운명의 반쪽을 찾으려는 젊은이, 돈버는 일에만 급급한 나머지 주위사람들에게 모두 버림받는 기업가 등 이들 모두 존스와의 짧은 만남을 통해 깨닮음을 얻는다. 앤디에게는 책을 읽을 것을 권하고, 이혼을 앞둔 부부에겐 사람들에겐 각자 사랑하는 방법의 차이가 있음을 알려준다. 또 삶을 포기하고 절망한 중년 남자에게 우리가 걱정하는 92%는 쓸데없는 망상임을 알려주며, 우울증에 걸린 노파에겐 아직 인생에 있어서 찬란한 빛의 날은 오지 않았음을 느끼게 한다.

존스가 이들에게 깨우쳐 준 일들은 사실 삶에 있어서 중요하지만 간과하기 쉬운 사소한 것들이었다. 주변에서 다시 되돌아 볼 수 있는 아주 작은 가능성을 찾는 방법을 일깨워주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일들을 극복하고 깨닫는 데 사실 대단한 결심이나 노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생각이나 관점을 살짝 바꿔보는 것... 그것이 때론 절망의 늪에서도 빠져 나올 수 있는 용기를 준다. 변화하지 않고 그대로 정착해버리는 삶은 발전이나 어떤 희망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한다. 변화 자체가 새로운 희망임을 이 책은 이야기한다. 변화는 생각 뿐만이 아니라 실천하는 삶이다.

"사람들은 변화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하지. 하지만 그렇지 않아. 변화는 순간적으로 일어나네! 즉각적인 거야! 변하겠다고 결심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변화는 순간적이라네! <p.174>

이 책을 읽으면서 사실 몰랐던 것을 새로 알았다거나 아~ 그런 것이었구나! 라고 새로 깨닫게 된 것은 사실 거의 없었다. 알고 있으면서도 선뜻 실천하지 못했던 것들...그리고 남에게는 쉽게 충고해 줄 수 있지만 정작 나에게는 쉽게 적용되지 못했던 그런 것들이었다. 다른 사람의 문제에 대해선 쉽게 이야기 할 수 있지만 정작 그것이 내 문제가 되면 그렇기 쉽지는 않다는 것은 아마 나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긴 아닐 것이다. 나 자신을 조금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변화라는 것에 큰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사소한 것에서부터 실천하는 변화를 주면 된다.

난 "오늘부터 역에서 출발하는 회사 셔틀버스를 타지 않고 15분 정도 걷고, 하루에 두잔이상 커피를 마시지 말아야지!"라고 결심했다. 시간을 내서 운동을 안하니 자꾸 배만 나오고 요즘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다 보니 하루에 마시는 커피량이 늘었다. 아주 사소한 실천이 훗날 나의  건강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을 믿는다. 사람들은 '사소한 것'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어떤 '큰 일'도 결국 사소한 것으로부터 오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한 내 앞의 무궁무진한 미래를 기대하며 현재의 불행한 절망도 훗날 가치있고 보람된 시간으로 기억될 수 있단다.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져야겠다.

오렌지 비치~ 제목만큼 산뜻한 책을 만나서 반가웠다. 앤디의 또 다른 책 <폰더씨의 위대한 하루>도 읽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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