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누주드, 열살 이혼녀
누주드 무함마드 알리.델핀 미누이 지음, 문은실 옮김 / 바다출판사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가끔 해외토픽에도 나오지만 아랍권 나라에서 어린 여자 아이를 혼인시키는 일은 드문일이 아니다. 이 책의 에필로그에도 소개되어 있듯이 사우디아라비아 남자가 아홉살 예멘 소녀와 혼인을 했는데, 이 소녀가 혼인한지 사흘만에 죽자 소녀의 부모들은 마치 신랑에게 불량품을 전달했다는 듯이 소녀의 일곱살난 동생으로 신부를 바꿔주었다는 이야기가 아랍권 나라에서는 그리 놀랄만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거다. 일부 다처제에 여성의 인격을 무시하고, 남성에게 복종하지 않는 여성은 죽여도 좋다는 등의 악습이 관행적으로 이어져오는 이들 아랍 즉, 일부 이슬람권 문화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그런 나라에 태어나지 않은 것을 안도하면서도, 현대 사회에 이런 나라가 있다는 것에 끔찍한 생각이 든다.

특히 조혼을 빌미로 어린아이의 성착취와 폭행이 당연한 듯 이루어지는 현실은 정말 어떤 식으로든 근절해야할 심각한 문제이다. 이 악습은 순수 이슬람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며, 연약한 여자를 상대로 하는 일부 아랍 남성들의 무자비하고 잔인한 특권의식에서 온 것이라 한다. 이 책에 나오는 누주드는 고작 열살 나이의 예멘에 사는 소녀다. 그녀는 아버지의 강압에 못이겨 자신보다 세배나 나이가 많은 남자에게 팔려가듯 혼인을 한다. 톰과 제리와 코난만화를 즐겨 보고 예쁜 드레스를 동경하는 어린 소녀가 결혼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기나 할까? 한참 밖에서 친구들과 뛰어놀 철없는 나이지만 결혼 첫날부터 남편의 성적 폭력과 학대에 시달리고 시어머니를 비롯한 시댁식구들로부터도 노동착취를 당한다.

밤마다 공포에 떨어야 했고 버거운 집안 살림에 허덕여야 했을 가엾은 열살 소녀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두달 후 친정에 잠시 보내졌을 때 누주드는 결혼 생활에서의 탈출을 결심하지만, 이혼이라는 것이 가문의 명예를 해쳐 살해당해도 마땅하다는 아버지의 태도에 더 상처를 받게된다. 보호받아야 할 가족에게 조차 명예(샤리프)의 문제로 죽임을 당할 수 있다니 너무 끔찍하다. 가끔 토픽에 아버지나 오빠에 의해 살해당하는 아랍 여자들의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들었다.

누주드는 엄마 심부름을 빌미로 무작정 법원으로 가서 판사를 찾게되고 운좋게도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귀울여주는 판사와 인권 변호사인 샤다 나세르의 도움을 받게 되어 이혼소송을 내게 된다. 이 소송은 전세계적으로 알려지고, 결국 승소한다. 평범한 여학생으로 되돌아 온 누주드는 자신과 같은 일들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샤다 나세르와 같은 변호사가 되길 꿈꾼다.

이 이혼 소송은 결과적으로 승소하여 이혼이라는 판결을 얻어냈지만 이 과정을 겪기까지 어린 소녀가 지나온 일들은 정말 목숨을 건 위험한 싸움이었다. 남편이나 심지어 그녀의 아버지에게 조차 죽임을 당할 수 있었던 위기를 넘긴 것이다. 하지만 소송에 승소했다고 해서 그녀의 앞날이 밝게 뚫린 것은 아니다. 이혼을 달가와하지 않고 국제적인 시선을 곱지 않게 받아들이는 집안 식구들과의 갈등도 있었고, 그녀의 남편은 결국 무죄방면되었다는 사실이다. 또한 샤다 나세르는 국제 사회에 예멘의 인식을 나쁘게 했다는 안좋은 평판을 받고 예멘 사회로부터의 위협에 몸을 사려야 한다.

결국 한 어린 소녀는 불행한 결혼 생활로부터 탈출은 하였지만 사회의 근본적인 병폐는 여전히 개선이 안되었다는 사실이다. 오래전부터 당연하다는 듯이 행하여저 온 악습이 하루아침에 바뀌어지기는 참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인권을 무시하는 특히, 어린아이의 행복을 박탈하는 악습을 반드시 없애야 한다. 한참 꿈꾸고 어린아이로서 당연히 누려야 하고 보호받아야 할 것들이 무시되는 사회가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가슴아프다. 이 모든 일들에 분노를 느낀다.

누주드.. 용기있는 소녀! 그녀가 바라는 일들이 꼭 이루어지길 빈다. 그녀와 같은 불행이 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안타까운 현실이 빨리 개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특히 아랍 남성들!! 머릿 속에 꽉 박혀있는 남성 우월주의 생각을 헤집어 뽑아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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