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칸타빌레 - 베토벤.브람스와 함께 떠나는 음악 여행
TERRA 기획, 유강호.곽정란 글, 곽정란 사진 / 삼성출판사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오래간만에 피아노 뚜껑을 열었다. 양쪽 건반위로 먼지가 뽀얗게 끼었더라.. 뚜껑을 닫아도 그 미세한 틈 사이로 먼지가 스며든 것이다. 그만큼 오랫동안 피아노를 치지 않았다. 최근 삼년간은 아마 거의 피아노를 치지 않았던 것 같다. 정말 오래간만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베토벤 열정 소나타를 두드려봤다. 생각만큼 손가락이 쉽게 움직여지지 않았다. 감각이 무뎌졌다. 작가 곽정란씨는 피아노를 전공하였고, 이 책에서 열정 소나타에 대한 견해를 다음과 같이 전한다.

'열정 소나타'를 피아노를 칠 때면 피아노를 때려 부수고 싶어진다. 베토벤이 원한 것이 바로 그것인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중략) 부글부글 끓어 넘칠 것 같은 음악으로 베토벤이 전달하고 싶은 것은 뭐였을까? 연인에 대한 사랑? 그보다 더 심오한 것을 원했기를 예술가 베토벤에게 바라면 안 되는 것일까?  (중략)

한때는 내게도 피아노가 전부였던 시절이 있었다. 피아노가 좋았고 연주하는 자체가 즐거움이었다. 너무 피아노에 열중한 나머지 손가락 끝이 발갛게 부어오를 때까지 친적도 있었고 피아노가 나의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했었던 적도 있었다. 물론 모두 지난일이다. 내게도 그런 열정이 있었었나 싶을 정도로 피아노를 오랫동안 잊고 살았다. 하지만 직접 연주하지 않는다고 클래식 음악에 대한 관심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음악 듣기를 즐기고 또 내가 좋아하는 독서와 더불어 동시에 공유할 수 있기에 더 없이 만족한다.

하지만 내가 클래식 음악을 즐기는 것은 단순히 그 음악에 대한 (특히 피아노의 경우) 테크닉이라던가 음악 자체에 대한 선율과 감동을 느끼는 것이지 그 음악을 작곡했을 당시 작곡가의 심정이라던가 그 음악을 작곡했을 당시 작곡가가 보아온 풍경이나 이미지들은 제대로 알기가 어려웠다. 우연히 이 책을 알게되었고 이 책이 비록 베토벤과 브람스의 일부분에 국한된 내용이긴 하지만 그들의 자취와 작품을 따라 움직이는 여정은 클래식 음악 자체의 감동과는 또 다른 흥미를 일으켰다. 베토벤에게 영감을 준 전원 풍경이라던가 브람스의 산책한 길을 직접 눈으로 보며 따라 걷는 상상을 하는 것은 마치 주위 공기에서 그들의 음악이 직접 들리는 것과 같은 느낌과 더불어 전율도 느껴졌다. 물론 직접 가보면 그 느낌이 더 생생하겠지만....

또한 작곡가로서의 베토벤이나 브람스의 면모 이외에 인간으로서 또 한 남자로서의 각각의 인생을 살짝 엿볼 수 있었다. 특히 베토벤의 불멸의 여인이라든가 브람스와 클라라에 대한 로맨스는 역시나 가장 큰 관심거리였다. 베토벤 같은 경우는 불멸의 여인이란 소재로 영화도 몇편 만들어졌는데, 영화의 내용은 상당한 허구로 이 책 작가의 말을 빌자면 '무덤 속의 베토벤이 기함을 할 일'이라고 했다. 베토벤은 그의 음악과 성격만큼이나 열정적인 사랑을 했고, 브람스는 평생 거의 한 여자만을 가슴 속에 묻은 순애보적인 사랑을 했다. 이또한 그들의 음악적 성향과 더불어 흥미롭다.

책속에는 이 책에서 소개된  베토벤과 브람스의 곡들이 수록되어 있는 CD가 들어있다. 아쉽게도 전악장이 수록되지 못하고 일부 악장이 그것도 중간에 짤려서 담겨있다. 그저 한 음악의 분위기와 느낌을 살짝 맛보기로 감상하는 정도에 만족해야 한다. 하지만 이 음악들을 들으면서 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단순한 음률의 감상을 넘어 그 음악 속에 포함되어있는 작곡가의 내면이나 그 곡을 작곡했을 당시 작가가 보아온 풍경을 조금이나마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 상상과 함께 음악을 들으면 감동은 배가 된다.

클래식 음악을 특히나 좋아하는 나에게 이 책은 음악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된 계기가 되었고, 더 많은 작곡가들의 이런 기행 에세이가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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