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 이야기 - 태양, 지구, 그리고 아홉 이웃들이 펼치는 눈부신 역사와 과학과 낭만의 드라마
데이바 소벨 지음, 김옥진 옮김 / 생각의나무 / 2006년 1월
평점 :
품절


중학교 때 특별활동부로 아주 잠깐(한학기) 동안 천체 관측부에서 활동했던 적이 있다. 중학교 부활동이 꽤 학술적이었던 것도 아니었고 나 또한 날나리 부원이었기에  행성, 별에 대해 좀 알게 된 것도 많지 않았다. 다만 기억나는 것은 한밤중에 운동장 한가운데에 텐트치고 돗자리 깔고 누워서 밤하늘을 쳐다봤던 일이다. 그 당시 만해도 밤하늘을 보면 꽤 많은 별이 보였었던 것 같다. 별을 보는 일도 좋았지만 운동장 한가운데 친구들과 함께 벌렁 누워 하늘을 봤던 경험은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잊혀지지 않는 즐거운 추억이다. 지금은 하늘을 쳐다볼 여유도 없지만 않좋은 도시 공기과 매연으로 하늘은 그저 뿌옇고 컴컴해 보일 뿐이다.

며칠 전 운좋게도 개기일식을 볼 수 있었다. 주변에 과학도들이 많다 보니 나까지 덩달아 좋은 경험을 하게 된다. 일하다 말고 몇명이서 옥상에 뛰어 올라가 까만 필름을 대고 하늘을 쳐다봤다. 블로그에 그 허접한 일식 사진을 기념삼아 찍어 올렸다. ㅎ 나 자신이 천문학에 특별히 관심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과학을 좋아하다보니 책이나 매스컴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그리스 로마 신화를 통한 별자리 이야기만큼은 너무나 흥미롭다.

이 책도 우연히 읽게 되었고, 행성 이야기라고 되어 있어서 말 그대로 흥미로운 이야기인 줄 알았다. 하지만 흥미위주로 읽기엔 너무나 난해하고 다소 학술적이었으며, 천문학에 대한 매우 전문적인 용어도 많이 나와 있어서 쉽게 책장이 넘어가지지 않는 골치아픈 책이었다. 과학잡지에 주로 등장하는 반딱반딱한 종이에 화려하게 그려진 행성이나 은하를 기대했던 난 이 책이 조금은 '허걱' 이었다. 종이만 반딱반딱할 뿐 그 속에 무수히 박힌 글자들은 머리를 저리게 할 만큼 난해했다. 하지만 한장한장 읽다보니 어느 덧 책 속에 빠져 들었고 행성의 순서를 기억하며, 다음 행성 이야기를 기대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수금지화목토천해명' 이것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 많을 것 같다. 학창시절 지구과학 시간에 행성 순서를 이렇게 외웠던 기억이 난다. 이 책에는 이렇게 표현되어 있다. "My very educated mother just served us nine pies.(아주 교양있는 우리 어머니께서 방금 우리에게 파이 아홈 개를 주셨다) ... 이 문장 속 단어 순서대로 행성을 나열해 보면 수성(Mercury), 금성(Venus), 지구(Earth), 화성(Mars), 목성(Jupiter), 토성(Saturn), 천왕성(Uranus), 해왕성(Neptune), 명왕성(Pluto)이다. 참 재미있다. 물론 현재 명왕성은 행성에서 제외되어 있다. 이 9개의 행성과 함께 태양과 달을 포함한 이야기가 바로 이 책의 내용이다.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Venus, 금성이었다. 내 아이디는 바로 이 금성에서 따온 것이다.^^  지구와 가까이 있으면서 우리 눈으로 쉽게 관찰할 수 있는 행성이었기에, 금성은 문학과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되어 있는 것으로 안다. 고흐가 그린 유명한 <별이 빛나는 밤>이란 작품 속에도 금성이 등장한다는 사실을 난 처음 알았다. 또 여러가지 행성들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공부도 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천문학이라는 학문이 우리 생활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실감하게 되었다.

이제 우리나라도 우주탐사에 참여하고, 앞으로 멀지 않은 미래에 우주 여행도 가능할 것 같다. 그동안 아주 멀게만 느껴졌던 우주가 이제 우리 생활이 될지도 모른다. 행성에 대해 조금 알았다고 우주탐사니 우주여행이니 하면서 갑자기 들떠서 대단한 미래를 꿈꾸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과학의 발달에 나 자신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수 있게 되어 기쁘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출퇴근길에 머리를 아래로 박고 책 쳐다보는 일만 하지 말고, 가끔은 지나가는 길에 하늘을 쳐다보면 숨한 번 크게 쉬어보는 여유를 가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오늘은 야근이다. 이제 다시 일을 시작해야 한다. 밤늦은 시간 퇴근 길에 오늘은 하늘 한번 쳐다 봐야 겠다. ㅎㅎ

별이 보일라나? 오늘은 비가 많이 오는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을 처방해드립니다
카를로 프라베티 지음, 김민숙 옮김, 박혜림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책을 처방해 드립니다' 제목부터 재밌있고 기발하다. 사실 때때로 나도 나 자신에게 책을 처방한다. 기분이 울적할 땐 이런 책, 화가 안풀릴 땐 저런 책 등등....책발(?)이 잘 받으면 문제가 되었던 불편한 부분이 싹 가라앉기도 한다. 책을 특히나 즐겨보는 내겐 매우 효과적이다.ㅎㅎ 아직 지식의 내공이 부족해서 남에게 책을 처방해 줄 정도의 경지까진 아직 멀은 것 같지만... 이 책은 나의 여름휴가를 위한 처방전 두 가지 중 한권이다. 비행기 안에서 읽을 만한 비교적 가볍고 읽기 편한 책을 고르던 중 눈에 띄인 것이 바로 이책이다.

"하루에 세번 식후 30분 동안 읽으라고?" 이 책의 띠지에 담긴 처방전엔 그렇게 쓰여 있다. 하지만 난 밤 늦은 시간 추위와 졸음을 잊기 위해 두 시간만에 이 책을 끝내버렸다. 책 남용은 아무리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 같다.ㅋ  밤 12시에 출발하는 인천발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두시간 전부터 공항에서 기다려야 했는데, 더운 날씨 핫팬츠의 가벼운 차림으로 있었던 난 공항 내부의 차가운 실내 공기에 덜덜 떨어야 했고 피로와 졸음에 쩔어 완전히 지져 있었다. 이 책은 내게 그 두시간의 지루함과 추위 그리고 피로를 단번에 씻겨 나가게 했다.

사실 이 책의 내용을 뭐라 한마디로 표현하기에는 좀 어려움이 있다. 더군다나 딱떨어지는 결론과 답을 좋아하는 내겐 "그래서 결국 어떻게 된다는 거야?"라는 질문을 또 떠올리게 만들었다. 책 속의 부재도 '정신병원이야, 도서관이야?' ' 서점이야, 약국이야.' ' 죽은거야, 산거야?' '엄마야, 아빠야?' '에필로그야, 프롤로그야?'라는 것으로 알쏭달쏭하고 기이한 소재와 내용으로 전개된다. 말하자면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둘다 일 수도 있고 둘다 아닐 수도 있는 것들의 연속이다. 

모든 것이 물음으로 되어 있지만 명확한 답도 없었다. 하지만 그 내용들이 결코 헷갈려서 정리가 안된다거나, 무겁고 복잡하다거나, 답을 몰라 답답하다거나 하지 않았고 자연스럽고 가볍게 그 자체의 읽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뭔가 확실한 결말을 원하는 내겐 챕터마다 뭔가 덜끝난 듯한 느낌이 들어서 처음에는 쉽게 작가의 메세지에 익숙해지지 못했지만,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작가의 상상력과 나의 상상력이 자연스럽게 융화되면서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즉, 다시 이야기하면 우리의 생각의 틀을 꼭 한쪽으로만 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고정관념과 편견을 깨고 좀더 열린 생각과 상상을 해보자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굉장히 유쾌한 책이었다. 또한 중간중간 눈에 띄는 삽화도 즐거웠고...피로에 지친 여름 밤... 이 책은 정말 좋은 처방이었다.



"그러니까 결론이 뭐야! 정신병원이야, 도서관이야?"
"결론에 왜 그렇게 집착하세요?"
칼비노가 물었다.
"꼭 이것 아니면 저것일 필요도 없고, 그것일 필요도 없어요."
"뭐가 됐든지 간에 두 개가 있으면 그중 하나만 맞는 거야.
이것 아니면 저것, 둘 다 아니만 다른 것."
루크레시오가 단언하자 에밀리나가 끼어들며 말했다.
"선생님은 한 가지 가능성을 잊고 계시는 군요. 한꺼번에 둘 다 될 수도 있잖아요."
"아니면 이것이나 그것, 또 아니면 저것이나 그것, 또 아니면 한꺼번에 세 개 다!" <p.32~3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서아 가비 - 사랑보다 지독하다
김탁환 지음 / 살림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어제 늦게까지 회사에서 야근을 했더니 아침부터 너무 피곤하다. 게다가 빡빡한 눈에 억지로 밀어넣은 렌즈가 눈밖으로 자꾸 나오고 싶어하는 것 같다. 몽롱한 머리와 쑤시는 눈을 조금 진정시키려면 재빨리 몸속으로 카페인을 흡수시켜야 한다. 내가 아침마다 꼭 커피를 마셔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내가 커피를 매우 좋아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커피를 마시고 있다. 아니 빨고 있다고 해야하나?ㅋ 오늘은 자판기 커피 대신 차가운 캔커피에 빨대를 꽂아 마시고 있다. 내가 커피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고 해서 커피에 대해 잘 알고 있다거나 원두를 갈아서 마신다거나 할 정도로 부지런하지는 못하다. 그저 자판기 커피면 좋고 아무 커피나 그냥 커피면 된다.

학생 때부터 오랫동안 커피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내 대학동기는 커피의 향과 맛에 대해 전문가 뺨칠 정도로 잘 알고 있다. 사실 내가 잘 모르기 때문에 그 친구가 정말 제대로 잘 알고 있는 것인지는 확인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그 친구는 커피 하나를 고를 때에도 맛과 향 질 등을 꼼꼼하게 따진다. 이 커피는 어떻고 저 커피는 어떻고 하면서.. 사실 난 주는대로 그냥 마시고 특별히 맛이 좋다거나 나쁘다거나 하는 것을 잘 모르겠더라. 나의 미각은 그다지 예민하지 않을 뿐더러 뭐든지 이것저것 따져 고르는 섬세한 성격도 못됀다. 전에 도쿄에서 삼천엔짜리 커피를 마셔본 적이 있다. 직접 한잔한잔 원두를 갈아서 만들어주는 유명한 카페였다. 눈돌아갈 정도로 비싼 커피..내돈주곤 절대 못사먹는다. 하지만 그 비싼 값만큼 정말 맛이 좋았는지는 잘 기억이 안난다. 그냥 테잌아웃커피점에서 주는 것과 크게 다른 것 같지 않았다. 

뭐가 맛있는 것인지 맛과 향도 구분하지도 못하면서 매일매일 커피를 즐긴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난 커피가 좋다. 그리고 그냥 커피 향기가 좋다. "커피는 마시는 보석으로 천번의 키스보다 멋지고 마스카트으 술보다 달콤하다"는 바흐 커피 칸타타의 커피 예찬론자 정도까진 아니지만 절대 끊을 수 없을 것 같다'라는 생각을 가질 정도로는 커피를 즐긴다. 변덕장이인 내가  처음 시작한 이래 한번도 질리지 않는 세 가지 중의 하나가 바로 커피다. 나머지 둘은 클래식과 책이고.. 그 세 가지는 나의 휴식처이자 즐거움이다. 세 가지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좋다.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커피를 마시고 책을 보는 모습.. 상상만으로는 조금 고상해보이는 듯도 하다. 하지만 실제의 난 그런 고상함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ㅋ

커피 이야길 하다보니 쓸데없는 말이 길어졌다. 사실 이 책을 읽다 불현듯 생각난 것들이다. 노서아 가비'는 러시아 커피를 말한다. 러시아엔 보드카만 유명한 줄 알았다. 이 책은 대한제국 시절 고종의 시중을 들던 조선 최초의 바리스타에 대한 이야기다. 물론 픽션이지만 그 시절 커피를 마시고 있는 고종 황제의 모습을 떠올려보게 되는 것도 재미있다. 고종 독살 음모 사건이라는 요소를 가지고 그 당시 역사적 사건을 적절히 결부시켜 한 여인의 파란만장한 삶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지루하지 않았고, 사실과 가까운 표현과 구성으로 역사적 사건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기회도 되었다. 또 내용 사이사이 끼어있는 커피에 대한 짧막한 글들은 바흐의 커피 칸타타 이상으로 심오하고 즐거웠다.

내가 좋아하는 커피.. 안좋은 피부와 위를 생각해서 조금이라도 적게 마시려 노력하고 있지만,, 오늘은 아무래도 조금 더 많은 양의 커피가 필요할 것 같다. 한잔의 커피를 더 마신 후에 일을 좀 시작해야 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을 바꾼 예술 작품들
이유리.임승수 지음 / 시대의창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전에 블로그에 내가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에 대한 감상과 느낌을 이것저것 내키는 대로 써서 올리던 때가 있었다. 한두곡씩 올리다보니 엄청난 양이 되었고, 이 블로그에는 나와 같이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음악을 전공하거나 배우는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셨다.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나의 개인적인 느낌을 마구 쓴 것이기 때문에 아마 내가 잘못알고 틀리게 써논 것도 분명히 많을 것이다. 틀린 자료에 대해 바르게 지적해주시는 분들도 계셨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당연히 음악을 전공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난 음악과 전혀 관계없는 공학도이다.

사실 예술이라는 것, 특히 고전음악이나 미술 분야에 있어서는 보통 일반인들과 조금 거리가 있는 듯 여겨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마치 피아니스트나 오케스트라 공연, 오페라처럼 기품있는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공연이나 또는 작품 전시회나 박물관에 걸려 있는 작품들을 떠올리게 되는 것처럼...'예술'이라는 말 자체가 뭔가 있어보이는 듯 느껴지니 말이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듯이 음악은 단지 내 관심 분야일 뿐이고, 그냥 좋아서 즐기는 것이다. 고전음악이나 미술 쪽에 관심이 있어서 이 분야에 대한 책들을 가끔 찾아 읽는데, 이 책만큼 즐겁게 읽은 책은 없는 것 같다.

내가 이 책을 즐겁게 읽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저자 두명 모두 예술과는 전혀 관계없는 나와 비슷한 비전공자들이라는 것이다. 특기 임승수씨는 나와 비슷한 공과대 출신에 고전음악을 즐겨듣고 게다가 애니메이션까지 좋아한다. 이렇게 나와 똑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을 만나기도 드물 것이다. 정말 반갑더라~ 또한 단순히 예술 작품의 감상내용이 아니라, 어떤 예술작품 속에 내포된 사회나 시대상 그리고 그 작품이 미친 파장들에 대해 음악, 미술을 포함해서 민요,영화, 만화, 애니메이션, 집단체조, 낙서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한 예술 작품이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은 '예술'이 일부 특정인들이 누리는 특정 장르가 아니라 우리 생활 속에 보통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흡수되어 온 우리와 생활과 혼을 담아낸 도구들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시대의 변천에 따라 달라져 온 우리의 사회상과 그것을 반영한 예술 작품 등 그 모든 것들이 역사에도 관심이 많은 내겐 정말 더할 나위없이 유익하고 즐거운 책이였다. 남성 캔버스를 찢고 나온 여성 미술가 제틸레스키에서부터 나폴레옹을 부정한 베토벤 교향곡 영웅, 천재 배우이자 '빨갱이'인 찰리 채플린, 혁명을 상상한 불온의 노래 존레논의 Imagine, 오타쿠를 비판한 오타쿠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까지 정말 재미있는 내용들이 많았다. 특히 더 관심있게 봤던 것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우리나라 화가 신학철의 '모내기'와 예술계의 괴도 뤼팽 뱅크스에 대한 내용이었다. 미술' 분야에 대한 것이 특히 재미있었고, 백인 중심의 역사와 문화가 흑인이나 인디안들에게 너무나 처참한 영향을 끼쳤다는 몇 가지 내용들은 너무 끔찍하고 마음이 아팠다.

이 책을 통해 단순히 이름이나 외형만으로  알고 있었던 작품들이 사실은 어떤 내용과 정신을 담고 그것이 사회나 역사에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  또한 전문가들의 딱딱하고 학술적인 내용이 아닌 비전공자들의 편안한 시선과 해설은 부담스럽지 않게 쉽게 이해되었다. 더불어 글 말미마다 첨부되어 있는 두 작가들의 개인적인 tip인 <intermezzo>은 더욱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고, 그 tip 중에 임승수씨가 추천해 준 애니메이션도 조만간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분 센스 있으셔~)

그동안 난 어떤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 특히 고전음악을 들을 땐 그저 연주자나 지휘자의 분위기를 따지며, 단순히 그 음악은 느낌이 좋아' 아니면 별로야'라고만 생각해 왔다. 작곡가나 연주가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그 음악을 표현했는지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단순히 좋다 싫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나 건방진 생각이다. 사실 비전공자의 입장에서는 그 정도로만 즐길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순히 그것이 좋아서 즐긴다'라는 생각보다는 예술가가 그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한번쯤 깊게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또한 예술이라는 것은 내가 즐겨서 보게되고 즐기지 않아서 멀리한다라는 관점을 넘어 우리 생활 속에 그리고 무의식 중에 늘 함께하는 것이고 우리가 속해 있는 수많은 문화 자체가 바로 예술'임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쏟아져 나오는 많은 문화 속에서 내게 유익한 것을 선별할 줄 아는 안목도 필요할 것 같다. 예술은 바로 우리가 사는 생활이고 사회이며, 그것이 이뤄내는 것이 역사임을 새삼 느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처 죽지못한 파랑
오츠이치 지음, 김선영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날도 꾸질꾸질하고 기분도 꾸질꾸질한 무료한 오후였다. 뭔가 오감에 자극을 확~ 받을만한 꺼리를 찾아 책꽂이를 들여다 보니 <미처 죽지 못한 파랑>이라는 제목의 오츠이치의 소설이 눈에 띄었다. 책을 마구 사다 쌓아놓기 시작한지 2년여쯤 되다 보니 내가 뭘 사다 쌓아 뒀는지 잊어버린 경우도 많다. 그때그때 사서 바로 읽는 책도 있지만 나중에 읽어야지 하면서 책꽂이 어디메쯤 쌓거나 꽂아 둔 책은  그대로 처박힌채 새로운 신간에 밀려 나의 관심밖으로 밀려난다. 그렇게 쌓아 둔 집에 있는 책부터 읽어야 하는데, 계속 매일매일 책에 대한 갈증에 계속 또 다른 책을 사들이고 찾아 헤메이니, 이건 독서의 취미 정도를 넘어서 중독 내지는 병증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까지 든다.

사실 오츠이치의 작품은 처음이다. 호러와 쓰릴러..조금 흉물스럽거나 공포스러운 것을 꽤 즐기는 나인데, 왜 그동안 오츠이치의 작품을 하나도 읽지 않았는지 쫌 의외다. 이 책도 약간의 공포와 쓰릴을 담고 있다. 하지만 내가 기대했던 만큼의 수위는 아니었고 한여름 무료한 오후를 쉽게 지나칠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문장도 비교적 짧고, 내용도 쉬웠으며, 무엇보다 분량이 많지 않아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소설은 기존 오츠이치의 작품과는 달리 특유의 반전없이 조금 소프트한 느낌의 소설이란다. 오츠이치의 좀더 하드한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이 책의 주인공 마사오는초등학교 5학년의 평범하고 순진한 소년이다. 새학기가 되어 새로운 담임인 하네다 선생님이 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젊고 친절하며, 아이들과 잘 어울리는 이 선생님은 인기가 많다. 학부모들에게도 평판이 좋다.  하지만 하네다 선생님은 마사오에게 만큼은 친절하지 않았다. 이유없이 혼내고 모든 것을 마사오 탓으로 돌린다. 숙제를 안해와도 마사오 탓이고, 학생들이 떠들어도 마사오 탓이다. 학급의 모든 안돼는 문제들을 모두 마사오 탓으로 돌리면서 학급 전체가 평화를 유지하게 하는 것이다. 마사오는 어떻게든 선생님 마음에 들려고 열심히 했지만 선생님으로부터 돌아오는 것은 잘난체하고 남을 비웃는 마사오는 나쁜아이라는 것이었다. 순진하고 착한 마사오지만 이유없는 학대와 질책에 분노가 쌓일 수 밖에 없었다. 이 분노는 '아오(あお)'라는 흉물스런 존재로 나타나고, 선생님에 대한 아오의 복수가 시작되면서 이 소설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착하고 순진한 한 소년의 마음이 폭발할 때까지의 그 분노가 축적되어가는 내면의 심리묘사와 갈등은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마음을 졸이게 만들었지만, 의외로 평이하게 마무리되는 결말이 조금은 심심하게 느껴졌다. 너무 큰 기대엔 실망이 따르는 법인 것 같았다. 모든 결말에 해피엔드를 기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이 작품만큼은 절대로 그런 기대를 하지 않았으니깐....

** 약자를 희생양으로 하고, 자기 잘못을 내탓이 아닌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리는 무책임한 정치 현실과 사회 풍조가 떠올랐다. 웬지 씁쓸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