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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예술 작품들
이유리.임승수 지음 / 시대의창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전에 블로그에 내가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에 대한 감상과 느낌을 이것저것 내키는 대로 써서 올리던 때가 있었다. 한두곡씩 올리다보니 엄청난 양이 되었고, 이 블로그에는 나와 같이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음악을 전공하거나 배우는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셨다.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나의 개인적인 느낌을 마구 쓴 것이기 때문에 아마 내가 잘못알고 틀리게 써논 것도 분명히 많을 것이다. 틀린 자료에 대해 바르게 지적해주시는 분들도 계셨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당연히 음악을 전공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난 음악과 전혀 관계없는 공학도이다.
사실 예술이라는 것, 특히 고전음악이나 미술 분야에 있어서는 보통 일반인들과 조금 거리가 있는 듯 여겨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마치 피아니스트나 오케스트라 공연, 오페라처럼 기품있는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공연이나 또는 작품 전시회나 박물관에 걸려 있는 작품들을 떠올리게 되는 것처럼...'예술'이라는 말 자체가 뭔가 있어보이는 듯 느껴지니 말이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듯이 음악은 단지 내 관심 분야일 뿐이고, 그냥 좋아서 즐기는 것이다. 고전음악이나 미술 쪽에 관심이 있어서 이 분야에 대한 책들을 가끔 찾아 읽는데, 이 책만큼 즐겁게 읽은 책은 없는 것 같다.
내가 이 책을 즐겁게 읽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저자 두명 모두 예술과는 전혀 관계없는 나와 비슷한 비전공자들이라는 것이다. 특기 임승수씨는 나와 비슷한 공과대 출신에 고전음악을 즐겨듣고 게다가 애니메이션까지 좋아한다. 이렇게 나와 똑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을 만나기도 드물 것이다. 정말 반갑더라~ 또한 단순히 예술 작품의 감상내용이 아니라, 어떤 예술작품 속에 내포된 사회나 시대상 그리고 그 작품이 미친 파장들에 대해 음악, 미술을 포함해서 민요,영화, 만화, 애니메이션, 집단체조, 낙서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한 예술 작품이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은 '예술'이 일부 특정인들이 누리는 특정 장르가 아니라 우리 생활 속에 보통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흡수되어 온 우리와 생활과 혼을 담아낸 도구들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시대의 변천에 따라 달라져 온 우리의 사회상과 그것을 반영한 예술 작품 등 그 모든 것들이 역사에도 관심이 많은 내겐 정말 더할 나위없이 유익하고 즐거운 책이였다. 남성 캔버스를 찢고 나온 여성 미술가 제틸레스키에서부터 나폴레옹을 부정한 베토벤 교향곡 영웅, 천재 배우이자 '빨갱이'인 찰리 채플린, 혁명을 상상한 불온의 노래 존레논의 Imagine, 오타쿠를 비판한 오타쿠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까지 정말 재미있는 내용들이 많았다. 특히 더 관심있게 봤던 것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우리나라 화가 신학철의 '모내기'와 예술계의 괴도 뤼팽 뱅크스에 대한 내용이었다. 미술' 분야에 대한 것이 특히 재미있었고, 백인 중심의 역사와 문화가 흑인이나 인디안들에게 너무나 처참한 영향을 끼쳤다는 몇 가지 내용들은 너무 끔찍하고 마음이 아팠다.
이 책을 통해 단순히 이름이나 외형만으로 알고 있었던 작품들이 사실은 어떤 내용과 정신을 담고 그것이 사회나 역사에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 또한 전문가들의 딱딱하고 학술적인 내용이 아닌 비전공자들의 편안한 시선과 해설은 부담스럽지 않게 쉽게 이해되었다. 더불어 글 말미마다 첨부되어 있는 두 작가들의 개인적인 tip인 <intermezzo>은 더욱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고, 그 tip 중에 임승수씨가 추천해 준 애니메이션도 조만간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분 센스 있으셔~)
그동안 난 어떤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 특히 고전음악을 들을 땐 그저 연주자나 지휘자의 분위기를 따지며, 단순히 그 음악은 느낌이 좋아' 아니면 별로야'라고만 생각해 왔다. 작곡가나 연주가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그 음악을 표현했는지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단순히 좋다 싫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나 건방진 생각이다. 사실 비전공자의 입장에서는 그 정도로만 즐길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순히 그것이 좋아서 즐긴다'라는 생각보다는 예술가가 그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한번쯤 깊게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또한 예술이라는 것은 내가 즐겨서 보게되고 즐기지 않아서 멀리한다라는 관점을 넘어 우리 생활 속에 그리고 무의식 중에 늘 함께하는 것이고 우리가 속해 있는 수많은 문화 자체가 바로 예술'임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쏟아져 나오는 많은 문화 속에서 내게 유익한 것을 선별할 줄 아는 안목도 필요할 것 같다. 예술은 바로 우리가 사는 생활이고 사회이며, 그것이 이뤄내는 것이 역사임을 새삼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