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처 죽지못한 파랑
오츠이치 지음, 김선영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날도 꾸질꾸질하고 기분도 꾸질꾸질한 무료한 오후였다. 뭔가 오감에 자극을 확~ 받을만한 꺼리를 찾아 책꽂이를 들여다 보니 <미처 죽지 못한 파랑>이라는 제목의 오츠이치의 소설이 눈에 띄었다. 책을 마구 사다 쌓아놓기 시작한지 2년여쯤 되다 보니 내가 뭘 사다 쌓아 뒀는지 잊어버린 경우도 많다. 그때그때 사서 바로 읽는 책도 있지만 나중에 읽어야지 하면서 책꽂이 어디메쯤 쌓거나 꽂아 둔 책은  그대로 처박힌채 새로운 신간에 밀려 나의 관심밖으로 밀려난다. 그렇게 쌓아 둔 집에 있는 책부터 읽어야 하는데, 계속 매일매일 책에 대한 갈증에 계속 또 다른 책을 사들이고 찾아 헤메이니, 이건 독서의 취미 정도를 넘어서 중독 내지는 병증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까지 든다.

사실 오츠이치의 작품은 처음이다. 호러와 쓰릴러..조금 흉물스럽거나 공포스러운 것을 꽤 즐기는 나인데, 왜 그동안 오츠이치의 작품을 하나도 읽지 않았는지 쫌 의외다. 이 책도 약간의 공포와 쓰릴을 담고 있다. 하지만 내가 기대했던 만큼의 수위는 아니었고 한여름 무료한 오후를 쉽게 지나칠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문장도 비교적 짧고, 내용도 쉬웠으며, 무엇보다 분량이 많지 않아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소설은 기존 오츠이치의 작품과는 달리 특유의 반전없이 조금 소프트한 느낌의 소설이란다. 오츠이치의 좀더 하드한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이 책의 주인공 마사오는초등학교 5학년의 평범하고 순진한 소년이다. 새학기가 되어 새로운 담임인 하네다 선생님이 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젊고 친절하며, 아이들과 잘 어울리는 이 선생님은 인기가 많다. 학부모들에게도 평판이 좋다.  하지만 하네다 선생님은 마사오에게 만큼은 친절하지 않았다. 이유없이 혼내고 모든 것을 마사오 탓으로 돌린다. 숙제를 안해와도 마사오 탓이고, 학생들이 떠들어도 마사오 탓이다. 학급의 모든 안돼는 문제들을 모두 마사오 탓으로 돌리면서 학급 전체가 평화를 유지하게 하는 것이다. 마사오는 어떻게든 선생님 마음에 들려고 열심히 했지만 선생님으로부터 돌아오는 것은 잘난체하고 남을 비웃는 마사오는 나쁜아이라는 것이었다. 순진하고 착한 마사오지만 이유없는 학대와 질책에 분노가 쌓일 수 밖에 없었다. 이 분노는 '아오(あお)'라는 흉물스런 존재로 나타나고, 선생님에 대한 아오의 복수가 시작되면서 이 소설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착하고 순진한 한 소년의 마음이 폭발할 때까지의 그 분노가 축적되어가는 내면의 심리묘사와 갈등은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마음을 졸이게 만들었지만, 의외로 평이하게 마무리되는 결말이 조금은 심심하게 느껴졌다. 너무 큰 기대엔 실망이 따르는 법인 것 같았다. 모든 결말에 해피엔드를 기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이 작품만큼은 절대로 그런 기대를 하지 않았으니깐....

** 약자를 희생양으로 하고, 자기 잘못을 내탓이 아닌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리는 무책임한 정치 현실과 사회 풍조가 떠올랐다. 웬지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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