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 이야기 - 태양, 지구, 그리고 아홉 이웃들이 펼치는 눈부신 역사와 과학과 낭만의 드라마
데이바 소벨 지음, 김옥진 옮김 / 생각의나무 / 2006년 1월
평점 :
품절


중학교 때 특별활동부로 아주 잠깐(한학기) 동안 천체 관측부에서 활동했던 적이 있다. 중학교 부활동이 꽤 학술적이었던 것도 아니었고 나 또한 날나리 부원이었기에  행성, 별에 대해 좀 알게 된 것도 많지 않았다. 다만 기억나는 것은 한밤중에 운동장 한가운데에 텐트치고 돗자리 깔고 누워서 밤하늘을 쳐다봤던 일이다. 그 당시 만해도 밤하늘을 보면 꽤 많은 별이 보였었던 것 같다. 별을 보는 일도 좋았지만 운동장 한가운데 친구들과 함께 벌렁 누워 하늘을 봤던 경험은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잊혀지지 않는 즐거운 추억이다. 지금은 하늘을 쳐다볼 여유도 없지만 않좋은 도시 공기과 매연으로 하늘은 그저 뿌옇고 컴컴해 보일 뿐이다.

며칠 전 운좋게도 개기일식을 볼 수 있었다. 주변에 과학도들이 많다 보니 나까지 덩달아 좋은 경험을 하게 된다. 일하다 말고 몇명이서 옥상에 뛰어 올라가 까만 필름을 대고 하늘을 쳐다봤다. 블로그에 그 허접한 일식 사진을 기념삼아 찍어 올렸다. ㅎ 나 자신이 천문학에 특별히 관심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과학을 좋아하다보니 책이나 매스컴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그리스 로마 신화를 통한 별자리 이야기만큼은 너무나 흥미롭다.

이 책도 우연히 읽게 되었고, 행성 이야기라고 되어 있어서 말 그대로 흥미로운 이야기인 줄 알았다. 하지만 흥미위주로 읽기엔 너무나 난해하고 다소 학술적이었으며, 천문학에 대한 매우 전문적인 용어도 많이 나와 있어서 쉽게 책장이 넘어가지지 않는 골치아픈 책이었다. 과학잡지에 주로 등장하는 반딱반딱한 종이에 화려하게 그려진 행성이나 은하를 기대했던 난 이 책이 조금은 '허걱' 이었다. 종이만 반딱반딱할 뿐 그 속에 무수히 박힌 글자들은 머리를 저리게 할 만큼 난해했다. 하지만 한장한장 읽다보니 어느 덧 책 속에 빠져 들었고 행성의 순서를 기억하며, 다음 행성 이야기를 기대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수금지화목토천해명' 이것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 많을 것 같다. 학창시절 지구과학 시간에 행성 순서를 이렇게 외웠던 기억이 난다. 이 책에는 이렇게 표현되어 있다. "My very educated mother just served us nine pies.(아주 교양있는 우리 어머니께서 방금 우리에게 파이 아홈 개를 주셨다) ... 이 문장 속 단어 순서대로 행성을 나열해 보면 수성(Mercury), 금성(Venus), 지구(Earth), 화성(Mars), 목성(Jupiter), 토성(Saturn), 천왕성(Uranus), 해왕성(Neptune), 명왕성(Pluto)이다. 참 재미있다. 물론 현재 명왕성은 행성에서 제외되어 있다. 이 9개의 행성과 함께 태양과 달을 포함한 이야기가 바로 이 책의 내용이다.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Venus, 금성이었다. 내 아이디는 바로 이 금성에서 따온 것이다.^^  지구와 가까이 있으면서 우리 눈으로 쉽게 관찰할 수 있는 행성이었기에, 금성은 문학과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되어 있는 것으로 안다. 고흐가 그린 유명한 <별이 빛나는 밤>이란 작품 속에도 금성이 등장한다는 사실을 난 처음 알았다. 또 여러가지 행성들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공부도 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천문학이라는 학문이 우리 생활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실감하게 되었다.

이제 우리나라도 우주탐사에 참여하고, 앞으로 멀지 않은 미래에 우주 여행도 가능할 것 같다. 그동안 아주 멀게만 느껴졌던 우주가 이제 우리 생활이 될지도 모른다. 행성에 대해 조금 알았다고 우주탐사니 우주여행이니 하면서 갑자기 들떠서 대단한 미래를 꿈꾸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과학의 발달에 나 자신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수 있게 되어 기쁘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출퇴근길에 머리를 아래로 박고 책 쳐다보는 일만 하지 말고, 가끔은 지나가는 길에 하늘을 쳐다보면 숨한 번 크게 쉬어보는 여유를 가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오늘은 야근이다. 이제 다시 일을 시작해야 한다. 밤늦은 시간 퇴근 길에 오늘은 하늘 한번 쳐다 봐야 겠다. ㅎㅎ

별이 보일라나? 오늘은 비가 많이 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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