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서아 가비 - 사랑보다 지독하다
김탁환 지음 / 살림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어제 늦게까지 회사에서 야근을 했더니 아침부터 너무 피곤하다. 게다가 빡빡한 눈에 억지로 밀어넣은 렌즈가 눈밖으로 자꾸 나오고 싶어하는 것 같다. 몽롱한 머리와 쑤시는 눈을 조금 진정시키려면 재빨리 몸속으로 카페인을 흡수시켜야 한다. 내가 아침마다 꼭 커피를 마셔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내가 커피를 매우 좋아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커피를 마시고 있다. 아니 빨고 있다고 해야하나?ㅋ 오늘은 자판기 커피 대신 차가운 캔커피에 빨대를 꽂아 마시고 있다. 내가 커피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고 해서 커피에 대해 잘 알고 있다거나 원두를 갈아서 마신다거나 할 정도로 부지런하지는 못하다. 그저 자판기 커피면 좋고 아무 커피나 그냥 커피면 된다.

학생 때부터 오랫동안 커피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내 대학동기는 커피의 향과 맛에 대해 전문가 뺨칠 정도로 잘 알고 있다. 사실 내가 잘 모르기 때문에 그 친구가 정말 제대로 잘 알고 있는 것인지는 확인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그 친구는 커피 하나를 고를 때에도 맛과 향 질 등을 꼼꼼하게 따진다. 이 커피는 어떻고 저 커피는 어떻고 하면서.. 사실 난 주는대로 그냥 마시고 특별히 맛이 좋다거나 나쁘다거나 하는 것을 잘 모르겠더라. 나의 미각은 그다지 예민하지 않을 뿐더러 뭐든지 이것저것 따져 고르는 섬세한 성격도 못됀다. 전에 도쿄에서 삼천엔짜리 커피를 마셔본 적이 있다. 직접 한잔한잔 원두를 갈아서 만들어주는 유명한 카페였다. 눈돌아갈 정도로 비싼 커피..내돈주곤 절대 못사먹는다. 하지만 그 비싼 값만큼 정말 맛이 좋았는지는 잘 기억이 안난다. 그냥 테잌아웃커피점에서 주는 것과 크게 다른 것 같지 않았다. 

뭐가 맛있는 것인지 맛과 향도 구분하지도 못하면서 매일매일 커피를 즐긴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난 커피가 좋다. 그리고 그냥 커피 향기가 좋다. "커피는 마시는 보석으로 천번의 키스보다 멋지고 마스카트으 술보다 달콤하다"는 바흐 커피 칸타타의 커피 예찬론자 정도까진 아니지만 절대 끊을 수 없을 것 같다'라는 생각을 가질 정도로는 커피를 즐긴다. 변덕장이인 내가  처음 시작한 이래 한번도 질리지 않는 세 가지 중의 하나가 바로 커피다. 나머지 둘은 클래식과 책이고.. 그 세 가지는 나의 휴식처이자 즐거움이다. 세 가지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좋다.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커피를 마시고 책을 보는 모습.. 상상만으로는 조금 고상해보이는 듯도 하다. 하지만 실제의 난 그런 고상함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ㅋ

커피 이야길 하다보니 쓸데없는 말이 길어졌다. 사실 이 책을 읽다 불현듯 생각난 것들이다. 노서아 가비'는 러시아 커피를 말한다. 러시아엔 보드카만 유명한 줄 알았다. 이 책은 대한제국 시절 고종의 시중을 들던 조선 최초의 바리스타에 대한 이야기다. 물론 픽션이지만 그 시절 커피를 마시고 있는 고종 황제의 모습을 떠올려보게 되는 것도 재미있다. 고종 독살 음모 사건이라는 요소를 가지고 그 당시 역사적 사건을 적절히 결부시켜 한 여인의 파란만장한 삶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지루하지 않았고, 사실과 가까운 표현과 구성으로 역사적 사건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기회도 되었다. 또 내용 사이사이 끼어있는 커피에 대한 짧막한 글들은 바흐의 커피 칸타타 이상으로 심오하고 즐거웠다.

내가 좋아하는 커피.. 안좋은 피부와 위를 생각해서 조금이라도 적게 마시려 노력하고 있지만,, 오늘은 아무래도 조금 더 많은 양의 커피가 필요할 것 같다. 한잔의 커피를 더 마신 후에 일을 좀 시작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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